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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s drawing Nov 04. 2015

그게아니고

이런 나라서 미안해

끔찍함 그 자체였다.

나 꿍꼬또. 기싱꿍꼬또..

하필 오늘같은 날 기분나쁜 꿈을 꾸다니 최악이다.

지난 밤, 젤리마스크팩의 효과는 좋았다. 화장이 그 어느때보다도 잘먹었다.

질색팔색해 하던 까만 아이라이너는 오늘은 생략. 가벼운 색조로 가엾어 보일 필요가 있었다.

화통 삶아먹은 듯하는 목소리도 가다듬고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를 귀 뒤로 살포시 넘겨주리라.

그런데,

 연락이 닿고 2주만에 어떻게 마련한 자리인데 불길한 꿈을 꾸다니.

전전 남친도 나쁜녀석은 아니었지만 꿈속에서 지금 남친 행세를 하며 도망가는 나를 쫒아 품에 안으려고 발악하는것이 이보다 더 불길한 꿈은 없을것이다.

침착하자.

 

이런날 드라마처럼 엇갈림은 안된다. 단화로 기동력을 장착하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손수건과 티슈를 준비한다. 지지지난 크리스마스에 선물받은 하트 레자가방에 지지난 크리스마스에 선물받은 귀걸이를 하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선물받은 목도리를 둘러준다. 그러고보니 지지지지난 크리스마스엔 뭘했더라... 기억 안난다.


우리..정말 오래됐었구나.


차도 없고 운전면허도 없는 내가 남친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우겼다. 차로 3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40분을 할애할 것이다. 환승을 세 번해야하지만 괜찮다. 우리에게는 스마트한 핸드폰이 함께하니까.

길치지만 집에서 여러번 시물레이션도 돌려봤었고, 이 정도는 어른이라면 누워서 껌씹기정도겠지 싶다.

매번 늦는다고 구박을 받았지만, 오늘만큼은 세 시간 전에 집을 떠났다. 완벽해.



그 런 데

사고라도 났나, 오늘 같이 중요한 날에 공사라도하나..

버스가 움직일 생각을 안하더니 약속시간20분전에 도착하고말았다. 이거 뭐야 진짜 불길해.

아니야. 침착해. 늦은것도 아니고 가서 기다리면되지. 그런데 여긴 어디니... 분명히 푸드코트 앞 분수에서 보기로했는디 푸드코트가 세군데라고? 아..아니야. 침착하자.

전에 왔을 때 잘 좀 봐둘껄.. 전화해서 물어볼까? 아니다. 그랬다간

넌 늘 그래.

라면서 돌아갈지도모른다. 자기한테 관심이 없다며.. 

난 정말 길을 잘 못외우는 것 뿐인데...그리고, 약속시간 5분 전에 핸드폰이 빙글빙글 돌더니 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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