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 우상숭배인가?
어르신의 미션이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프리덤'을 보고 왔다. 'amaging grace'를 만든 존 뉴턴 목사의 이야기가 담긴 감동 실화라고 했고 평소와는 만나보기 힘든 어르신들이 대거 오셔서 관람을 하셨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그 은혜 놀라워..
한 소절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나오는 찬송이다.(우리는 찬송이라 부른다.) 영화는 이 찬송이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메시지를 준다고 말한다. 존 뉴턴 목사의 이야기와 미국 흑인 노예 가족이 자유를 찾아 캐나다로 떠나는 여정이 함께 오버레이 되면서 그려진다. 그리고 도망하는 사람들 이야기에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신앙관이 구분되면서 그에 따른 행동도 확실하게 구별된다. 한마디로 믿는 사람은 선하게 그려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악랄함으로 강하게 표현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도망치는 흑인 가족을 돕는 사람들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모두는 아니지만) 존 뉴턴 목사 역시 노예상의 배 선장이었지만 음악 본능이 넘치는 인물로 그려진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악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었다. 확신은 기쁨을 주었다. 그들은 노래했고 함께 어울렸고 선을 이루고자 자신의 재화와 에너지를 넘치게 쏟아 부었다. 위로하고 축복을 빌며 경직된 흑인 가족들에게 스스럼없이 대한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신앙인의 양심에 대해서.
같은 시대에 누구는 목숨을 빼앗고 누구는 목숨을 걸고 도움을 준다. 이야기가 지나치게 급 마무리되어 뉴턴 목사가 본인의 일에 회개하고 어떤 일들을 했는지 보여주질 않는다. 그저 감동으로만 마무리하느라 찜찜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영화를 볼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목사는 노예들을 실어다 주고 돌아와서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식을 올리고 주제가를 부르고 끝나버린다. 아니... 뉘우쳤다면 무언가 행동을 해야지 이게 뭐지? 싶어 찾아보니 실제로 목사는 흑인 노예해방에 남은 일생을 바쳤고 해방의 초석을 다진 사람이었다.(오해해서 죄송합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감동을 주는 노래로 따지면 영화의 주제를 따라갈 수 없지만 사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노래는 따로 있다.
새 찬송가 147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
이 한 소절이 나를 두렵고 걱정되게 만든다. 넌 무얼 하고 있었느냐고 내 양심이 온몸을 강하게 때려대기 때문이다. 불의를 보았을 때 어려운 사람을 보았을 때 마주친 저 일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도록 이 노래가 나를 가만히 두지를 않았다. 내가 아는 내 신앙의 힘이었다. 가만히 있지 않게 하는 것. (지금은 매체 뒤에 잘도 숨지만..)
내 신앙관에 대해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꺼내고 싶은 사건이 몇 개 있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이 아직 청정지역일 때 일이다. 맨손으로 주먹만 한 골뱅이를 캐고 작은 골뱅이들이 깔려있어서 맨발로 해변을 걸었다가는 깨진 껍질에 발이 찢어질 정도로 풍요로웠던 시기였다.(물론 서해안고속도로 같은 건 없었다.) 추석 연휴에 가족여행 중이었고 일요일이 껴 있었지만 주일성수를 지켜야 한다는 아빠의 지침에 따라 무작정 아무 교회에 들어가 예배를 드렸다. 시골 목회가 그러하듯 할머니 몇 분과 학생 두 명이 다였던 교인들 사이에서 아주 젊은 목사부부가 목회를 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설교의 첫 마디가 "귀신과 싸워 이기셨습니까?"였다. 당시에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고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기에 잘못들은 줄 알았다. 추석 연휴에 제사를 지냈느냐 묻는 말이었다. 교회를 나서는 우리 가족은 적잖게 당황했고 모처럼 외지에서 가족들이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할머니들에게 설교시간 내내 큰소리로 잘못을 지적하는듯한 이야기들은 몹시 불편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등장이 매우 불편했는지 예배가 끝난 후 젊은 목사님은 인사를 하지 않았다. 늘 우리 교회에만 다녀서 몰랐다. 교회가 다 같은 교회가 아니라는 것을. 이 사건은 내 신앙관에 영향을 준 큰 사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십계명의 첫 번째가 무엇인지도 잘 기억하게 되었다.
나 이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는 뜻이다.)
또 다른 사건은(오늘은 글이 길다.) 한 시사다큐에서였다. 목사님과 전도사님이라는 사람이 주인공이었는데 그들은 전국을 떠돌며 학교 운동장에 있는 단군상이나 사찰의 돌부처들의 목을 자르는 사명을 갖고 있었다. 하룻밤에 200개의 불상의 목을 자를 수도 있다며 자랑스러워했고 행동개시 동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불로 태우거나 박살 내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정말 놀라운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십계명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사람이 있다니 충격이었다.
우리 집에서 나와 길가를 살펴보면 교회가 제법 보인다. 요즘에는 야경으로 빨간 십자가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여전히 교회들이 넘치게 많다. 목사님들도 많고..
그런데 구미에는 교회가 없나 보다. 구미시장이라는 사람이 종묘에서 제사를 드릴 때 입을 것 같은 제복을 갖춰 입고 예전 어떤 대통령의 사진 앞에 상을 차리고 큰 절을 한단다. 며칠 전에야 알았지만 구미시의 연례 행사라고 했다. 누구 탄신일이라고 했다. 부처님 오신 날이나 성탄절은 알지만 그런 행사가 있다니 놀랄 일이었다. 그리고 최근 sns에서 자주 보는 단어가 '반신반인'이었다. 반인반수는 들어봤는데.. 그럼 그 대통령은 예수님 같은 사람인 건가? 그런데 다시 오신다던 예수님이 오시면 세상이 달라진다고 했다. 아무 일도 없는 것 보니 예수님은 아닌 것 같고 만약 예수님이 아니라면 우리가 아는 유일신과는 거리가 있을 테데.. 고인을 기리는 날도 아니고 고인의 생일에 제사상을 차리고 절을 올리다니. 내가 아는 기준으로 우상숭배가 아닌가? 아무도 말리지 않고 아무도 비난하지 않으니 답답하긴 한데.. 구미에는 믿음 좋은 목사님이 어디 안 계시나? 이 사태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데 말이다. 그리고 어떻게 오래전부터 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커다란 금빛 동상을 세우는데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때 그 시사다큐에서 단군동상의 머리와 부처상의 머리를 가르던 목사님과 전도사님은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실까..
이렇게 큰 우상이 나타났는데...
왜 나타나시지 않는 걸까..
궁금하다...
우상숭배가 아니라는 것인가?
내가 볼 땐 맞는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