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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s drawing Dec 25. 2015

그게아니고

시원하게 말해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은 관계인데 그딴 문제로 쉽사리 포기를 해요?

영화 중간에 주인공은 길 한가운데에서 소리친다.

그러나 지속할 것인지 쿨하게 쏠로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한다.

네 번의 이별을 겪었고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나기까지 기간도 매번 달랐고 결심한 이유도 매번 달랐지만 헤어진 이유는 언제나 같은  이유였다.  그 사이 나는 처음 만났을 때와 많이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고 어른 비슷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내가 쏟아부은 시간이 아쉬운 걸까 이 사람을 놓치는 것이 아쉬운 걸까.

같은 이유로 좌절했지만 그때마다 내가 받아들이는 느낌은 달라져갔다. 그리고 스스로 달라진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잠깐의 순간을 참고 평생을 함께 할 것인가 아니면 다음에 또 찾아올 좌절을 위해 지금 피할 것인가 매일매일 매 시간마다 순간이 선택의 갈림길이다. 그리고 그 좌절을 피하려고 했던 네 번의 이별을 돌이켜보며 참는 것을 택했다. 이제 참을 수 있는 인내가 장착된 것이다. 나도 어른이 되어간다. 연애는 서로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킨다. 서로에게 최적화되어버리고 누군가 끼어들 틈을 매워버린다. 그리고 어느새 에너지를 줄여가며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다는 여지도 지워버린다.  정착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되는가 보다.


참았다.


그러나 참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전과 다른 내 모습으로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별을 돌이키는 것은 작전이 필요했지만 관계의 지속은 진심이 필요했다. 이것은 머리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마음으로 하는 것이었다. 나는 느끼고 생각했던 일들을 풀어냈다. 나이가 들어 좋은 것은 쓸데없는 눈물이 마른다는 것이다. 침착함에 스스로 놀랐고 남자 친구는 잠시 입술에 힘을 주어 앙 물더니 눈을 껌벅거리기도 하고 턱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고맙다고 했다.

남자친구도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나를 참아주었다.)


그 이후로 그게 아니고.... 속으로 이렇게 저렇게 두  말할 일이 없어져갔다.
나와 남자친구는 아직 잘 만나고 있고 십 년의 세월을 바라보고 있다. 서로의 찌질함을 걱정해 주기 바쁘고 만나서 입맞춤 횟수에 불만을 터뜨린다.
아직도 투닥거리지만  관계의 절대성은 서로 의심하지 않는 눈치다.
각자의 사정과 핑계, 작전과 진심.
연애를 구축하는 데에 꼭 끼어드는 이것들이 드라마를 만들고 인생의 낙엽을 만들고 꽃을 피우는 것 같다.

사정, 핑계

작전, 진심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만사형통해도 아무도 모르는 미래로의 진행형.

아직까지는 너 아니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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