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떠난다 #0

'과거'에서 '현재'가 된 러시아

by Zak

지난해 6월 여름휴가로 다녀온 러시아 여행 이야기를 이제야 정리한다.

2015년 다이어리를 뒤적여보니 1월 이미 러시아 여행 관련 책을 사서 읽기 시작하고, 4발권을 완료했다. 올해 여름휴가를 계획할 때가 되어서야 더 바래지기 전에 기억을 더듬어 본다.





러시아 여행을 결정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왜 러시아야” “무섭지 않아?”가 단골 질문. 당시 대한항공이 ‘러시아여행자클럽’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지만 한번 박힌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사람들 머릿속엔 아직 러시아 스킨헤드의 이미지가 강렬했다. 2010년 극우 인종차별자인 스킨헤드 집단이 한국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6월에 여행을 떠났지만 “안 추워?”란 질문도 꽤 들었다. 텔레비전에서 본 러시아는 털모자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코트를 입고도 옷깃을 여며야 할 정도로 추운 곳이었다. 여름의 러시아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러시아엔 사계절이 있다. 물론 겨울은 혹독하지만.


자유여행을 갔기 때문에 말이 안 통해 어쩌느냐는 걱정도 덤으로 들어야 했다.


온갖 걱정과 우려, 호기심 어린 질문에 매번 “갔다 와보고 알려줄게. 멀쩡히 돌아와 안전한지 아닌지 증명할게”라고 답했다.


당연 무사히 돌아왔다. 다시 만난 사람들에게 명쾌하게 답을 들려줬다. 치안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사람들이 잘 웃지 않고 불친절하다는 얘길 많이 들었지만 길을 헤매고 있을 때 먼저 말을 건네며 길까지 안내해준 사람도 있었다고. 하루에 사계절이 있는 것 같은 변덕스런 날씨에 얇은 옷을 입고 덜덜 떨 때도 있었지만 춥진 않았다. 반팔을 입고도 “덥다”를 달고 다닐 때도 있었다.


영어는 잘 통하지 않았다. 유명 관광지에도 영어 안내가 없어 영어 설명이라도 만나면 영얼 잘 하지도 못하면서 한국어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하지만 의사소통은 결국 눈치코치로 하는 것 아니던가.



성 바실리 성당. 여름 휴가를 함께 가기로 한 친구가 이곳의 사진을 보여준 순간, 원래 계획을 엎고 바로 Ok를 외쳤다.



“무엇이 가장 좋았니?”라고 물어보면 대답이 망설여진다. 여행 중 만난 모든 풍경이 기억에 남고 모든 장소가 각자의 매력을 뽐내 좋았지만 어느 한 곳에서 숨이 턱 막힐 압도당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감수성이 풍부하질 못해 그런 것 같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러시아와 확실히 엄청 가까워졌다.


한국에 돌아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무심코 러시아 에스컬레이터가 떠올랐다.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던 길고 긴 에스컬레이터와 그 밑에서 모니터로 에스컬레이터 움직임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직원의 굳은 표정이 함께 그려졌다. (함께 있던 친구는 내 얘기에 뉴욕여행에서 가뭄에 콩 나듯 찾아볼 수 있었던 뉴욕의 에스컬레이터 얘길 들려줬다.)


여행 전 러시아는 ‘과거’였으나 이제 ‘현재’가 됐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찾았던 레닌그라드, 공산주의 혁명을 이룬 나라, 미국과 원조 G2로 세계 힘의 한축을 담당했던 소련 등 역사책에서 배웠던 러시아가 내게 전부였다. 이제는 러시아가 들어간 콘텐츠에 자동적으로 눈길이 간다. 루블화 움직임, 원유 감산 결정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 등 현재의 러시아가 내게 업데이트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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