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서 본 '대만, 타이페이'

#4_타이페이의 낮과 밤

by Zak

아시아 경제발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아시아의 4마리 용’이다.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는 1970~80년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한국과 홍콩을 생각하면 성장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뾰족뾰족 높이 솟아오른 건물들이 생각난다. 밤이 되면 빈 공간을 환하게 수놓는 야경도 떠오른다. 하지만 대만은 경제규모에 비해 건물들이 소박한 느낌이다. 크기가 작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래되고 낡은 느낌이다. 높은 건물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타이페이 101빌딩이 어딜 가든 더 눈에 들어온다.


타이페이 시내 전경 관람 포인트는 타이페이101빌딩에 가거나, 타이페이101빌딩을 바라보거나 둘 중 하나다.


타이페이 시내를 내려다보기 위해 타이페이101빌딩으로 향했다. 이곳에 전망대도 있지만 비싼 전망대 대신 35층에 위치한 스타벅스로 발길을 옮겼다. 이용이 쉽지는 않다. 예약제로 운영되고 이용 시간도 정해져있다. 일단 들어가면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로비에 대기하고 있다 직원 안내를 받아 올라갈 수 있고, 정해진 시간보다 먼저 가게 될 경우에도 직원과 함께 내려와야 한다. 또 인당 200대만달러 이상 구매도 필수다. 커피 한 잔의 여유만은 즐길 수 없다. 못해도 빵 하나는 같이 주문해야 계산이 맞는다.


그래도 맑은 타이페이 시내가 내려다보이니 기분이 좋아졌다. 은근 창가 자리를 맡는 것도 눈치경쟁이 있어서 직원 안내로 다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해서 가장 먼저 자리부터 잡았다. 사진 찍는 것도 잠시, 여행의 분주함은 잠시 접고 한국에서처럼 여유롭게 앉아 책을 꺼내 읽었다. 책 내용은 우중충했지만.


+) 여행을 가면 그 지역 스타벅스에 꼭 들른다. 자석을 모으는 대신 그 지역 고유의 시티카드를 수집한다. 보통은 한국처럼 충전할 경우 공짜로 주는데 대만은 카드를 사야만 한다. 그래도 ‘어차피 자석도 사야하는 거니까’라고 합리화하며 카드를 구매했다.



야경은 샹산에서 보는 게 좋다. 101빌딩에서도 볼 수 있지만 스타벅스 문 닫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전망대는 비싸다. 무엇보다 이곳에선 101빌딩을 볼 없다. 아무래도 랜드마크인 101빌딩을 봐야하지 않을까.



샹산 전망대까지 가는 건 쉽지 않다. 말그대로 산이기 때문에 달밤에 ‘등산’을 각오해야 한다. 올라가다보면 ‘그래 여기서 보는 야경도 멋져. 더 올라가봐야 비슷할거야’라는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구간들이 등장한다. 한국 관광객들도 많아 찾는 곳이라 군데군데서 “더는 못 가겠다. 그냥 여기서 보고 내려가자”라는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혼자 온 나 역시 고민에 빠졌다. 더 올라가기엔 산길이캄하니 위험하다고 80%쯤 스스로를 설득시켰지만, 언제 여길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발걸음을 꼭대기까지 이끌었다.


올라가니 아래에선 나무에 가려져 좁았던 시야가 확 트였다. 혼자 셀카 인증샷을 찍고 있는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현지인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말을 걸었다. 땀에 절어서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운동까지 한만큼 올라온 증거를 남기고 싶어 휴대전화를 건네줬다. 그는 “카메라로 찍어야 하는데 이걸로 찍으면 잘 나오질 않는다”며 “카메라를 들고 오지”라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질 좋은 카메라로 찍었더라면 못난 모습이 더 못나게 나왔을 테니 오히려 나는 안타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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