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서 본 '대만, 타이페이'

#5_콘센트 헌터를 위한 배려

by Zak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판다”고 말했다. 한국에 스타벅스가 들어온 이후 커피전문점은 하나의 문화 공간이 됐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공간을 빌려 쓰기 위해 커피값을 지불하는 셈이다.


최근엔 커피값에 '전기요금'을 포함해야 할 것 같다. 다들 노트북을 들고 다니다 보니 카페에서 콘센트 자리를 사수하는 게 만만치 않다. 전기를 쓸 수 있으면서도 편한 소파 자리를 차기 하기 위해선 눈치를 잘 살펴야 한다. 혹 두 자리 사이에 콘세트가 하나밖에 없는 경우엔 일단 배터리가 있어도 선부터 꽂고 자리를 점령해야 한다.


콘센트 있는 자리에 앉지 못하고 일을 시작하면 배터리가 사라지는 속도로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럴 땐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미어캣처럼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누군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날 기미를 보이면 염치 불구하고 지켜 서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노트북 배터리선을 정리하는 사람을 포착하고 옮길 타이밍만 노리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가방에서 휴대전화 충전기를 꺼낼 때의 낭패감이란...


대만 지하철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발견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한 여성이 테이블에 기대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었다. '저 사람도 어지간히 휴대전화를 많이 쓰는 사람인가 보다' 생각하며 지나갔다. 여행을 하는 동안 지하철 역 내에서 자유롭게 충전할 수 있도록 한 구석에 마련된 공간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외국 공항에서 배터리 때문에 콘세트 구멍만 보이면 일단 코드부터 꼽고 되는지 확인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콘센트 헌터(hunter)들을 위해 한국에도 도입이 시급하다. 요즘엔 ‘대륙의 실력’으로 등극한 샤오미를 가방에 하나씩 넣어 다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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