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by 영진
안동.jpg


안동이란 도시의 오후는 쓸쓸해. 뭐 그렇다고 매일 그렇지는 않아. 어떻게 오후를 맞이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게 헛헛하게 다가온다는 말이지. 안동에서 36년을 살았다. 잠깐 수능 공부한다고 까불거리며 서울로 가는 버스에 올랐지만.

“그 집 아가?”

어떤 뉘앙스인지 알겠는가? 흔히 한 다리 건너면 사돈에 팔촌이라는 말이 딱 안동을 가리킨다. 그만큼 좁은 지역이다. 군데군데 동네가 무더기로 있는데, 다른 소도시와 같다. 밤길을 걷다 보면 네온사인들이 “여기는 술집거리입니다”고 번쩍거리고, 피자를 먹고 분수대를 돌아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할법한 중심지.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작은 동네들이 모여있다. 차는 그렇게 막히지 않는다. 많이 막히는 교차로도 2번 정도 신호를 보내면 갈 수 있을 정도의 혼잡함. 평일 오후 도심지를 걷다 보면 어르신들과 40대 정도의 부부와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젊은이들은 다들 숨어있는 듯한 지역이다. 나도 아직은 젊은이를 담당하고 있지만 시내엔 특별한 볼일이 아니면 잘 가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웬만한 것은 다 살 수 있는 시대다. 길안은 안동에서 영덕 방면으로 차로 15분 정도 가면 나온다. 부모님의 집은 동안동 ic에서 가까운 사과밭으로 유명한 동네에 있다. 어렸을 적, 바람이 부는 겨울 낮엔 연 난리기를 했고, 정월 대보름엔 쥐불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빈 분유통 양 쪽에 구멍을 뚫고 철사를 이어 토르의 망치처럼 돌릴 수 있도록 한다. 분유통의 바닥엔 못으로 공가기 통하도록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불붙은 토막나무와 볏짚을 돌돌 말아 넣어. 수확이 끝난 텅 빈 논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저마다의 통을 돌리다가 이때다 싶으면 냅다 하늘로 던져버린다. 지금 생각하면 통에 누구 하나 맞았기라도 하면 하는 생각에 아찔하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은 90년대의 시골이다. 요즘의 시골은 조용하다. 애들은 학업으로 모두 도회지로 나갔고, 나이 드신 어른들만 옛집을 지키고 있다. 그 틈에 서서 시골살이가 익술 해질 때쯤. 가끔 안동에 나가곤 한다. 서울 토박이는 안동을 지겨워할 수도 있겠다. 고즈넉함의 평화를 보고 싶다면 노을이 질 때쯤, 낙동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보면 좋다. 동네의 분위기는 개인적으로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된다. 만약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가 소도시에 있다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기차가 도시를 지날 때마다 있을법한 도시. 적당히 사람이 있는 부산함과 온기, 발전된듯하지만 36년을 봐오던 나로선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문화다. 유교의 고장이라 문(文)을 숭상하고 예절을 중시한다. 젊은 층의 폭이 좁기 때문에 문화가 활성화되기엔 버겁긴 해 보인다. 연극도, 콘서트도 가뭄에 콩 나듯 한다. 강연도 시골장처럼 드문드문 열린다. 젊은이들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 인스타에서 떠들고 있다. 여기도 나름대로의 핫플레이스는 있다고 말이다. 안동은 작다. 작은 만큼 작은 소리는 크게 들린다. 나도 그들 틈에서 작은 목소리로 떠들어 댄다. 난 안동이 좋다.

작가의 이전글MINIM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