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린 어느 날
새해 아침이 밝았다. 동네는 조용했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일본의 새해는 어떤 풍경일까 궁금해서 근처 신사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기모노를 입고 신사로 향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손을 잡고 가는 풍경이 정겨웠다.
온 가족들끼리 모여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이 뭉클했다.
신사는 조용한 거리와는 반대로 시끌벅적했다.
무녀 옷을 입은 소녀들과 주지스님이 보였다.
아마자케(감주)를 나눠주던 풍경이 재밌었다. 알코올이 들어있는 것과 알코올이 없는 것 두 종류인데
나는 술을 못 마시므로 논알코올로 받았다. 따뜻했다.
1월 15일
자고 일어나니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창밖으로 수북이 쌓이고 있는 광경이 얼마만인가
그친 듯싶다가도 금세 어두워지면서 눈이 내리는 게 참 변덕스럽다. 눈이 그친 오후에 저녁 찬거리를 사러 슈퍼로 가는 길에 눈사람이 여럿 만들어져 있었다.
마흔살즘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넉가래로 눈을 모아서 신나게 눈사람을 만드는 걸 보고 있자니
동심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학창 시절 집과 학교와의 통학하는 방법이 버스밖에 없었을 때, 눈이 내리는 날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 귀찮은 날이 되었다. 분명 어렸을 땐 눈이 오면 동네 아이들과 종이상자를 가지고 해 가질 때까지 놀던 추억이 있었는데...
일본으로 와서 남는 시간을 무얼 하면 좋을까?
태블릿과 노트북이 있다. 남는 것이라고는 시간밖에 없었다.
1월 31일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다. 일본으로 여행 온다던 친구 중 또 한 명이었다.
전날 오사카에서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교토에 한번 오고 싶다면서 연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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