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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비 May 01. 2019

17. 이 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8월의 다하지 못한 이야기

밤하늘이 보고 싶어 졌다. 스타벅스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우연히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떨어지는 날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밤 8시, 그리고 있던 그림을 정리하고  지하 식품매장에서 저녁 찬거리를 사고 100엔 샵에서 돗자리를 샀다. 


이치죠지는 교토 중심지에서도 조금 떨어진 곳이어서 밤이 되면 동네는 적막하다 싶을 만큼 사람들의 통행이 적었다. 자정이 지나서 돗자리와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5분 거리 중학교 옆에 있는 넓은 공터로 갔다.


불볕 같았던 한낮의 기온도 밤이 되면서 조금 누그러들었다.

공원 한가운데 가로등 불이 들지 않는 곳에 자리를 펴고 누워서 하늘을 봤다.


공원에서. clip studio paint

달이 밝아 별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눈을 감아봤다

풀벌레 우는 소리와 달리는 전차의 소리가 들렸다. 다시 눈을 뜨고 주변에 둘러싸인 나무들과 가로등 불빛과 보이지 않는 별들을 자그마한 스케치북에 그렸다. 


새벽 2시, 밤이 깊어가면서 생각이 깊어져 갔다. 8월 중순이 지나가고 있는데 앞으로 남은 3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그림은 매일매일 그려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 한 장씩 그리기 시작한 그림은 어느덧 작은 스케치북 7권 분량이 쌓였지만 온전히 내 것이라 할 수 있는 그림이 있을까? 그저 모작만 해서 창작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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