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우연의 연속인 무계획 여행
일이 끝나면 그림을 그리러 자주 가는 카페로 향한다.
길을 걷다가 반려견과 산책을 나오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인사를 한다.
때때로 마트에서 간 식거 릴 사들고 마음 가는 대로 걷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풍경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린다.
장을 보고 밀린 빨래를 한다. 나른한 햇빛에 잠들면 하루가 끝난다
하늘을 봐도 똑같은 길을 걷더라도 어제와는 다른 풍경이다.
10월
라멘집에서 일한 지 9개월 만에 월세와 생활비를 제외하고 여행 갈 돈이 생겼다.
그동안 가지 못했던 곳을 가보자는 계획이 하나씩 그려지기 시작했다.
미야자키현에 살고 있는 친한 형과 만날 겸해서 3박 4일 큐슈 여행 일정을 잡았다.
한 번쯤 타보고 싶었던 야간 버스를 예약했다.
10월 18일 밤 8시에 교토역에서 출발하고 다음날 6시에 하카타역에 도착하는 버스였다.
아무데서나 잘 잔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2시간 간격으로 들리는 휴게소와 비좁은 자리가 한몫했다.
돌아갈 때는 반드시 비행기를 타자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여러 휴게소를 들리는 기회가 인생에 몇 번이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19일 오전 6시 40분 후쿠오카 하카타역에 도착했다.
후쿠오카는 2015년 8월에도 친구와 놀러 온 적이 있다.
1년 동안 다니던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혼자서 만화를 그리려고 하던 때였다
아무리 스토리에 대해 배운다고 한들 인체를 배웠다고 한들 만화를 그린 다는 건 별개의 문제였던 것 같다.
배워야 할 것은 많은데 도무지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던 무렵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같이 일본 가자"
그렇게 3박 4일 규슈 여행을 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일본 사람들과 동석하게 되었고.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이 끝난 뒤 긴 여운이 남았다. 내가 이만큼 일본어를 할 줄 알았나 내심 놀랐기 때문이다.
다시 2017년 10월
후쿠오카에 도착했지만 뭘 해야 할까 막막하다. 이른 아침이라 열려있는 가게가 그리 많지 않았다
어딘가 빨리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에 떠오른 건 맥도널드였다.
유후인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지만 시간을 착각해서 타지 못했다. 다음 차는 6시에 있다고 한다.
유후인으로 도착하니 시간은 밤 10시가 되어있었다.
숙소는 유후인 시내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였다.
다음 날, 긴린코(金鱗湖)에 가기로 했다. 이 호수에는 온천수가 들어와서 아침에 뜨는 물안개가 유명하다.
늦게 도착해서 일찍 다른 일정을 위해 체크아웃하고 9시 버스를 탄다. 목적지는 쿠로카와 온천
쿠로카와 온천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9시와 14시 50분, 하루에 2회 운행하고 있다
아침 버스를 놓치면 다음 일정이 완전히 꼬여버리기 때문에 일찍 나와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언젠가는 또 오기를 바라면서 유후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