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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비 Mar 19. 2024

동강

아빠는 줄곧 우리와 낚시를 가곤 했다.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아빠와의 마지막 여행은 영월 동강이었다

그곳은 댐이 지어질 예정지로 더 이상 지금과 같은

풍경을 볼 수 없을 거라던 아빠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동강은 어떻게 보면 아빠와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사라져 가는 동강에 스러져가는 당신의 모습을 투영했던 것이 아닐까 


그날 아빠는 우리 형제들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엄마를 지켜달라고, 곧 생을 마감할 당신이 

아직 죽음이라는 무게를 알지 못하는 어린 아들들에게 

자신이 없을 미래에 대해서 말한다.


아빠와의 마지막 여행 뒤 2년이 조금 넘던 해에 

먼 길을 떠나셨다. 


이제는 아빠와 살았던 날 보다

아빠를 추억하는 날이 더 긴 만큼

동강도 아빠와의 추억도 희미해질 무렵,


죽음을 예감했었던 아빠의 모습은 

오랫동안 가슴 한편에서 잠들어있다가

종종 수심위로 올라와서 마음을 훑고 지나간다. 

 

글을 쓰면서 아빠와의 여행을 추억한다. 


그 후 동강은 어떻게 되었을까? 

글을 쓰다가 동강의 소식을 찾아본다.

역시 댐이 지어졌을까?


댐 계획은 백지화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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