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줄곧 우리와 낚시를 가곤 했다.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아빠와의 마지막 여행은 영월 동강이었다
그곳은 댐이 지어질 예정지로 더 이상 지금과 같은
풍경을 볼 수 없을 거라던 아빠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동강은 어떻게 보면 아빠와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사라져 가는 동강에 스러져가는 당신의 모습을 투영했던 것이 아닐까
그날 아빠는 우리 형제들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엄마를 지켜달라고, 곧 생을 마감할 당신이
아직 죽음이라는 무게를 알지 못하는 어린 아들들에게
자신이 없을 미래에 대해서 말한다.
아빠와의 마지막 여행 뒤 2년이 조금 넘던 해에
먼 길을 떠나셨다.
이제는 아빠와 살았던 날 보다
아빠를 추억하는 날이 더 긴 만큼
동강도 아빠와의 추억도 희미해질 무렵,
죽음을 예감했었던 아빠의 모습은
오랫동안 가슴 한편에서 잠들어있다가
종종 수심위로 올라와서 마음을 훑고 지나간다.
글을 쓰면서 아빠와의 여행을 추억한다.
그 후 동강은 어떻게 되었을까?
글을 쓰다가 동강의 소식을 찾아본다.
역시 댐이 지어졌을까?
댐 계획은 백지화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