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가져온 산문집을 몇 장 넘기다가
다시 글을… 아니, 일기를 쓰고 있었다.
꿈과 현실의 세계 어딘가에서 표류하는 듯 멍한 시간.
전 날 새벽 2시쯤 잠들어서 아침 8시 즈음에 일어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귀찮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결국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샤워를 했다.
안 씻어도 될 만큼 몸은 상쾌했지만 ‘샤워’라는 행위는 내 몸에게 “이제 잘 시간이야”라는 신호인 것 같았다. 샤워를 한 날과 안 한 날의 감각은 분명히 달랐으니까
문득, 글을 쓴다고 적으려다가 일기를 쓴다고 정정했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게 꼭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기를 쓴다는 것도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고, 글을 쓴다는 것도 결국은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라 한다면,
일기와 글쓰기는 단어의 다름 만큼이나 다른 영역임에는 분명하지만 둘은 아주 얇은 경계 하나를 두고 서로 맞닿아 있는 것 같았다.
이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글쓰기와 일기의 차이가 무엇일지 정리해 보기로 했다.
기억을 순서대로 적고 그때의 감정을 덧붙이는 걸 일기, 기억의 순서를 의도에 따라 배치하고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것을 창작이라고 한다면 이 둘은 분리할 수 없는 무엇이다. 일기와 글쓰기는 같은 재료, 곧 기억이라는 재료를 공유하니까
크게 보면 기록이라는 울타리 안에 일기와 글쓰기가 들어와 있는 게 아닐까? 우리가 말하는 기억이 어느 날에 무엇을 했다 하는 연대기적인 기록뿐만이 아닌 경험도 포함이 되어있다고 한다면 일기와 글쓰기의 본질은 같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