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내내 나라 전체가 무슨 소용돌이에 빠졌던 것 같기도 한데 나는 그게 전혀 와닿지 않는 다른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던 듯 하다. 코로나와 함께 이미 1월 말부터 엄청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는데 지난 몇 주간은 유독 지독한 경험을 하고 있다.
4일 연속 잠을 설치고 일이 틀어져 항의가 들어올까 긴장 속에 살았는데- 금요일 퇴근 전 2시간 동안은 마치 이전의 소용돌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또 다른 고문이 이어졌고, 퇴근하는 내내 감정이 다스려지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일이 너무 중대하게 느껴지는데 또 다 내 책임이 아닌가 혼자 떠안고 숨을 헐떡이다가 다른 부서 지인이 등을 떠밀어 조심스레 휴가 중인 보스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했더니, 역시 부서장은 아무나 되는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다른 앵글을 열어주셔서 조금은 정신이 들었다.
정신이 들어 생각해보면- 나는 같은 일이 동료에게 생겼다면 절대로 동료의 탓이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문제가 터지면 내 책임감이 너무 크게 느껴지고 사실 결과가 틀어지는 것에 대한 중압감이 엄청나다. 그건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가 있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들어봤고, 나도 그런 분석에 스스로를 대입해 보는데- 그럼에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마음 깊은 곳의 끈덕진 불편감과 괴로움이 있다.
일의 구조 속에 남탓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고 나는 그 과정에서 뭔가 이해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하는 위치에 있는 내가 문제로 지목되는게 솔직히 매우 두렵다. 나이가 들고 자신을 조금 더 잘 알아가는 것은 좋은(?) 것 같으나- 여기서 나를 어떻게 지킬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많이 지치기도 했다. 모친은 내 평생 가장 최악의 시기에 봤던 내 표정이 다시 나타난다고 걱정한다. 경종을 울리는 말이라 나도 제어를 좀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