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전철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다가 보면, 내가 스와힐리나 짧은 아랍어를 쓸 때는 물론이고, 영어로 말을 할 때도 주변 사람들이 금세 뭔가 알아차릴 때가 있어서 좀 찜찜할 때가 있다. 될 수 있으면 영어를 쓰려고 하는데, 영어가 짧은 분들에게 영어를 쓰면 뭔가 영어 기초반에서 가르치는 느낌의 쉬운 단어를 반복하듯이 사용하게 되고 그러면 옆에서 듣는 사람들은 "아 저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 여기 살러 온 사람이구나"하는 표정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차림새도 전통의상을 입고 다니시는 분들도 많고, 또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을 많이 쓰고 있으니 뭐 뻔하게 티가 날 수밖에 없다.
어제도 전철을 처음 타는 분에게 오피스와 집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데, 키가 작은 한 할아버지가 슬그머니 다가오시는 것이 보였다. 뭔가 뜨끔 하면서 이상한 질문이나 대화가 나오게 되면 어쩌나 긴장을 했고, 또 같이 있던, 영어를 거의 못하는 00 엄마에게 뭐가 어떻게 전달이 될 것인지도 몰라서 순간적으로 묘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오시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니 일단 온화한 미소가 한가득이다. 뭔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려고 하는 순간 할아버지는 "Has she been treated well here?"라고 물으셨다. 그리고 계속 이어서, "대통령을 저렇게 뽑아놔서 분위기가 흉흉한 것 같아서 걱정이다, 사람들이 무례하게 굴지는 않는지 모르겠네, 이 사람이 여기서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해주렴"라고 말을 이어가셨다. 어쩌다 보니 벌써 1년이 넘게 하고 있는 일인데, 이런 날도 다 오는구나 싶었다. 00 엄마에게도 열심히 전달을 해주려고 했는데 다 알아듣지는 못한 것 같지만 적어도 할아버지의 따뜻한 메시지는 전달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남수단/수단, 소말리아, 이란에서부터 네팔, 버마, 민주콩고, 에리트레아, 르완다, 부룬디,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에티오피아 등에서 수많은 난민들이 매일 미국에 도착하고 있다. 당장의 생명의 위협은 면했지만 앞으로 좌절과 희망이 매일 교차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야 한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말을 통역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하고, 글을 읽고 쓰는 것도 처음인데 영어라는 언어를 배워야 하니 이중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뻔히 보이는 사람들의 막막함이 너무 커서 늘 찜찜한 구석을 안고 일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담긴 그 바람에 계속 희망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