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니인 M을 만나러 일본에 왔다. 미국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사귄 친구지만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바가 많아서 잊지 못할 평생 친구가 되었다. 서로 미국을 떠나던 시기도 비슷했는데 나는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M언니는 일본에 일을 구했다.
언니와 나는 교감하는 바가 큼에도 여러 면에서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열망이 크고 도시문제에 민감한 인류학자였지만 언니는 별을 보기 좋아하고 자연과 생명에 고민이 많은 과학자였다. 그럼에도 언니는 내가 짤막하게 쓰는 나이로비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읽어주었고, 나는 언니와 함께 별을 보고 나무와 선인장을 보러 다녔다.
언니와 나의 가장 큰 공통점은 둘 다 자전거족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살던 곳이 자전거를 타기에 우호적이지 않은 날씨와 도로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꿋꿋하게 자전거를 고수했다. 대부분 차를 몰고 다니는 미국문화에 대하여 의도치 않은 저항(?)을 하면서 날씨가 험한 날이면 서로의 안부를 챙겼다.
미국에 있는 동안에 방문했던 M언니의 부모님과 여동생을 두 번이나 만나기도 했다. 언니의 아버지는 나를 보자마자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했는데, 그건 한창 중동 진출이 활발했던 시기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던 기억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이 가족들과의 만남으로 나는 공식적으로 영국의 어떤 도시에 가면 잘 곳이 생겼다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 함정).
나는 성격이 섬세한 M언니가 서구도 아닌 일본에서 오래 일을 해야 한다는 것에 걱정이 좀 앞섰다. 하지만 다행히 언니가 적응도 잘 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다. 사실 미국에서 보다 더 잘 지내는 것 같다. 언젠가는 언니가 그리워하는 한적한 고향길을 함께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