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말을 거는 베네세하우스 뮤지엄까지의 길

다카마쓰#10

by 설빛

다음 목적지는 베네세 미술관.


버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배차 간격이 어마무시했다.

평소에 버스를 단 10분도 기다리기 힘들어하기에 걸어가기로 했다.

30분 거리였다.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걸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미술관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막 감상하고 나온 터일 텐데

그동안 봤던 작품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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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긋한 푸른 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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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는 짭조름한 바다 내음.

밀물과 썰물이 무한하게 계속되는 파도.

음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바닷소리.


걷는 도중 몇 번을 멈춘 지 모르겠다.

가려고 마음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멈칫.

이제 정말 가야지 하고 또 얼마 걷지 않아서 멈칫.

자연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세상은 이미 예술로 가득 차 있구나.

그걸 보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가슴속을 가득 채운 그 말을 메모지 위에 토해내고서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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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세하우스 뮤지엄에 도착했다.

안도 타다오가 만든 건물답게 지중미술관과 전체적인 느낌이 비슷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을 만한 세련된 곳이다.


여러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모든 작품을 다 보겠다는 의지로 작품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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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나무로 만든 작품 시리즈가 가득했다.

작가는 어떠한 연유로 나무에 집중하게 된 걸까.


나무로 만든 달.

나무는 뿌리가 땅에 달라붙어 있고 달은 허공에 떠 있다.

그렇다면 땅에 있는 것도 하늘, 우주로 갈 수 있다는 의미일까.

지극히 인간적인 상상이다.


혹은 나무가 모여 지구를 모두 덮으면

다른 행성인 달에서 봤을 때 지구가 나무로 덮인 달처럼 보이는 걸까.


해석하고 싶지만 해석할 만큼의 지식이 없어

이런저런 우스운 추측을 하면서 혼자 즐거워했다.



야외에 돌덩이가 두 개 놓인 작품이 있었다.

안내 표지판을 읽어보니 누워서 감상하라고 쓰여 있었다.

차가운 돌에 몸을 올려놓았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봤다.

파아란 하늘 속 구름이 바람에 따라 빠르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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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자주 쳐다보지만

완전히 누운 상태로 하늘을 본 적이 있었나.

어렸을 적이 가물가물하게 생각나기도 하는 것 같다…


정체 모를 해방감이 느껴졌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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