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11
다음 목표는 나오시마신미술관.
20분 걸어간 후에 버스를 타야 했다.
걸어가던 길 다시 바다를 만났다.
바다 내음과 파도가 반겨줬다.
다음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 들었다.
바다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버스 도착시간보다 한참 이른 시간이었다.
가만히 기다리지 못하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돌멩이가 빼곡하게 얹어진 토리이를 발견했다.
생각보다 높은데 어떻게 얹었을까.
빨간 리본을 맨 석탑도 봤다.
주위를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정시에 온 버스를 타고 나오시마신미술관으로 향했다.
나오시마 신미술관은 체험형 작품이 즐비했다.
허브.
서도호 작가의 작품으로 서울, 뉴욕, 런던 등
지금까지 살아온 작가의 집의 현관과 복도를 표현했다고 한다.
문을 따라 걸었을 뿐인데 그의 생애를 여행한 느낌이었다.
작품이 가진 빛깔이 하얀 벽에 비쳐 무지개처럼 된 게 아름다웠다.
스위트박스도 기억에 남는다.
문이 열리자마자 번쩍거리는 컨테이너 통을 마주했다.
겉은 화려한 금빛에 쌓여 있다.
안에 들어가면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이 가득 차 있다.
겉은 화려하지만 내실이 부족한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거려나.
전송.
전송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아직 전송 중이라 완전하지 않고 비어있는 부분이 있다.
여성인지 남성인지도 정해져 있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완성되면 어떤 형태가 될까.
하얗고 투명한 사람은 색이 생기는 걸까.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정해져 있지 않기에 불안하고 두렵지만
그만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거니까.
몇 년째 지속되는 내 모습 같기도 했다.
전송되는 걸 거부하는.
갇혀있는 듯하면서도 춤추고 있는 듯한.
늑대인지 들개인지 모를 짐승이
어디론가 달려가는 설치조형도 인상 깊었다.
모두가 한 곳을 향해 달려간다.
그곳이 어딘 줄은 아는 걸까.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돌진한다.
그 끝에는 하얀 유리벽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 듯 보인다.
부딪혀서 꼬꾸라져도
그럼에도 다시 처음 시작했던 그 자리로 돌아가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같은 방향으로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짐승의 무리는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달려 나가는
우리 인간과 조금은 닮았을지도 모른다.
때때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 자신도 모른다.
들여다볼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다수의 무리를 따라가는
누군가를 흉내내기만 하는 삶을 살기도 한다.
삶이라는 덧없는 굴레를
시지프스의 벌처럼 계속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살아내려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마음대로 해석하는 건 역시 재밌다.
페리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4시간 동안 3곳의 미술관을 돌았다.
시간을 갖고 멈추어서 볼 때 예술의 진가가 나타나는데
목적을 수행하기 바빠 아쉬웠다.
절대 허투루 본 것은 아니지만
다음엔 여유를 만끽하며 한 곳 한 곳 둘러보고 싶다.
집 프로젝트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전혀 없어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티켓값은 돌려받지 못했다.
다시 페리를 타고 타카마쓰로 향했다.
눈 감았다 눈 뜨니까 타카마쓰에 도착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