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12
리쓰린 공원으로 향했다.
나오시마 섬에 좀 더 있어도 됐지만
마지막 날 여유를 즐기기 위해 둘째 날 무리하기로 했다.
4시경 리쓰린 공원에 도착했다.
폐원 시간이 7 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5시까지였다.
그러나 이 사실을 몰랐던 차라
폐원 10분 전에 안내방송이 나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리쓰린 공원 정류장에 내렸더니 석판이 반겨줬다.
소나무와 함께 단정하게 서 있는 모습이
공원의 분위기를 미리 알려주는 듯했다.
공원에 들어가기 전 기념품 샵을 잠깐 둘러봤다.
다카마쓰 곳곳에 야돈이 서식한다.
관련성이 있는지 찾아봤더니
카가와 현이 우동으로 유명한 지역이라 우동현으로 불리고 싶어 하고,
우동(うどん)과 야돈(やどん)의 일본어적 발음이 비슷하다는 연유로
야돈을 지역 홍보대사로 세웠다는 이야기였다.
일본은 어느 지역을 가도 지역 브랜딩을 위해서 진심으로 노력한다.
이제 진짜로 들어가 보자.
리쓰린 공원은 사람의 손길을 듬뿍 받은 관리된 정원이었다.
여느 관광지처럼 스탬프 챌린지를 할 수 있었다.
스탬프 찍는 것에 크게 관심 없을 터.
이상하게 손은 이미 나뭇조각을 들고 종이에 찍고 있었다.
도장을 하나 찍고 나니 모든 도장을 모으고 싶어졌다.
목표지점은 총 열두 군데.
한 곳도 빠짐없이 돌아보겠다는 의지에 불타올랐다.
발길은 다시 빨라졌다.
종종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자연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대체 이 아름다운 자연은 무엇인가.
그동안 보아온 많은 자연 중 단연 손에 꼽을만한 곳이었다.
한 발짝 떼려고 하면 분재가 발을 멈추게 만들었다.
다시 정신 차리고 걸으려고 하면 동백꽃이 붙잡았다.
연못을 거울삼아 얼굴을 비춰보는 푸르름이.
봄의 시작을 시작하는 홍매화가.
토실토실하고 큼직한 비단결 잉어가 계속해서 나를 불렀다.
정신 차리지 못하는 내 모습에 나조차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술의 섬에 방금 다녀왔었는데 아니었다.
예술의 섬은 리쓰린 공원에 있었다.
거대한 아름다움 앞에서 감탄사만 흘러나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