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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빈 Apr 27. 2021

그 노인의 눈빛

난 윤여정을 잊지 못한다

윤여정 배우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주조연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 한 마디 안 보탤 수가 없다. 지인들에게서 종종 지금껏 인터뷰 한 배우 중에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 누구였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때마다 윤여정 배우라고 얘기하곤 했다. 내가 그를 만난 건 2015년에 <장수상회>가 개봉하기 직전이었다. 최근에 보여주는 그 특유의 화법 그대로 달변이었고 유머러스했다. 매너 역시 좋아서 내내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재미만 있었던 건 아니다. 농담 반 진담 반 던지는 그의 말에는 언제나 뼈가 있었다. 어떻게 써도 기사가 되는 좋은 인터뷰이였다.


하지만 내가 윤여정 배우에 관해 종종 얘기하는 진짜 이유는 그의 말 때문이 아니라 그때 그가 보여준 눈빛 때문이다. 5년 전이니까 그가 68세 때였다. 그런데 눈빛이 살아있었다! 초롱초롱했다. 인터뷰 내내 '노인의 눈빛이 이럴 수 있나'라고 생각했다. 뭐랄까, 살아있다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 눈빛을 가진 배우가 누가 또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눈빛을 보고난 뒤에 한동안 늙어서도 저런 눈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윤여정 배우는 바로 그 눈빛을 가지고 74세에 할리우드 스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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