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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런 Mar 23. 2023

MZ 세대는 허상이다

???: 이런 글 쓰는 거 보니 자네도 MZ구만

"빛이 있으라 하시니 세상에 빛이 생겼다."


세상이 먼저일까 언어가 먼저일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개념이나 물체에 이름이 붙여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위 창세기의 구절처럼 어떤 것들은 언어로부터 존재를 부여받기도 한다.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지만, 수많은 색깔의 스펙트럼 사이에는 분명 7개보다 훨씬 많은 색깔들이 연속해서 이어져 있다. 또한 손목이라고 불리는 손과 팔의 경계선은 손목이라고 이름이 붙여지기 전까지는 그 존재가 모호했다. 눈치, 체면 같은 단어들은 우리나라 말에는 있지만 영미권에는 일대일대응 되는 단어가 없어 길게 풀어 말하지 않는 이상 단어로 정의 내릴만한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어떤 세상은 언어가 먼저 생겨 존재를 부여받기도 한다.


최근 창세기의 빛처럼 한 존재가 언어로부터 탄생했다. MZ세대. 2030 세대는 세상에 없던 존재가 아니다. 이미 존재했지만 이름이 붙여짐과 동시에 새로운(듯한) 개념이나 의미가 부여되어 세상에 나타났다. 이러한 명명이 때론 독이 되기도 한다. MZ세대는 용어의 수많은 오남용 속에 모순된 이미지가 양산되며 악명높은 새로운 종족이 되어버렸다. 일반적으로 MZ세대는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고 한다. 건방지다. 규율에 저항한다. 자기애가 강하다. 단체보다는 개인을 중시한다. 하지만 주어를 90년대 X세대, 오렌지족, 야타족으로 바꾸어도 이질감이 전혀 없다. X세대는 건방지다. 규율에 저항한다. 자기애가 강하다. 단체보다는 개인을 중시한다.  또한 이 특성들을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로 치환하여 비교하면 늘 있었던 세대 차이의 특성으로 보인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건방지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규율에 저항하려 한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자기애가 강하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단체보다 개인을 중시한다. 그럼 MZ세대의 개념은 어디서 왔고 그들의 악명높은 특징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중앙대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님의 말에 따르면 미디어에서 2030세대를(정확히는 1980년대생부터 2000년대 초반 생) 묶어 MZ 세대로 분류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 총선 당시 2030의 민주당 지지 철회부터이다. 총선 전 5년간은 일명 촛불 연합으로 문재인 지지층인 3040세대가 한 그룹으로 묶였지만,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한 2030의 공통적 움직임이 그들을 하나로 그룹화한 계기라는 것이다. 세대 일부의 정치적 전환이 그 세대의 취향, 성격, 특성을 하나로 성급히 동질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세대 차이의 역사는 꽤나 오래되었다.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인은 "왜 그렇게 버릇이 없느냐? 인사를 제대로 하거라"고 했고 기원전 700년경 일리아스에는 "요즘 젊은이들은 고대 장수에 비해 나약하다"고 했으며 기원전 435년 소크라테스는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했다. 사회엔 세대마다 다른 역할이 있고 세대별로 공유하는 생활양식이 있다. 때문에 세대간에 입장과 이념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며 시대정신과 세대 특징이 결합될 떄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보여지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의 자유분방, 진보적, 개인주의 등의 특징이 현대인들에게 나타난 것이 X세대가 되었고 같은 특징이 유학파들에게 나타난 것이 야타족과 오렌지족이 되었을 뿐이다. 누군가 그토록 우려하고 불편해하는 MZ세대는 디지털 정보화 세대의 특징이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 기입되어 도출된 결과일 뿐 그 본질은 언제나 있었던 젊은 세대의 특징과 유사하다.


요즘의 젊은 세대를 색안경 끼고 보게 한 MZ세대라는 표현이 유달리 강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디지털의 초연결성은 사회 곳곳에 있는 지엽적인 젊은 세대들의 문제를 일반화하기 용이한 환경을 조성했고, 다양해진 매체와 그들간의 경쟁은 점점 자극적인 컨텐츠를 위해 세대의 소수가 가진 문제를 과장 표현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분명 잘못된 양상이다. 세대를 옳고 그름, 긍정과 부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세대마다의 특징이 시대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포용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이후의 시대가 낳을 세대들을 특정 이름으로 부르며 낙인찍을 때마다 해당 세대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성급하고 그릇된 일반화보다는 젊은 세대의 특징이 지금 시대에는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이해함으로써 시대 흐름을 파악하고 차이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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