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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인 Oct 15. 2021

[지구가 멈추는 날] 지금 우리의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수 없는 희망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한 가지를 뽑으라면 단연 환경 문제일 것이다. 환경이 망가지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부작용들을 나열하자면 말 그대로 한도 끝도 없다. 수질, 대기, 토양 오염, 그리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각종 동식물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터전을 잃어 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파괴로 인한 부작용들이 누구의 탓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열에 아홉은 그 범인을 바로 우리 인간들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성장과 발전이라는 핑계로 지금과 같은 문명을 이룩한 인간들 역시 그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오염된 환경 때문에 전에 없던 질병들이 생겨난 것은 물론, 대형 산불이나 폭우, 폭설, 폭염 등의 이상 기후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 문제 전문가들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지구의 회복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하듯 점점 더 파괴되어 가는 환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조금은 극단적이지만 이러한 의문이 들곤 한다. 과연 우리 인류는 계속해서 생존할 가치가, 지구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는 걸까.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의 주인공이자 외계인 클라투 역시 나와 같은 회의를 품었던 듯하다. 적어도 처음에는.



인간은 하나의 종일뿐


의붓아들 제이콥과 단둘이 사는 생물학 교수 헬렌은 어느 날 갑작스레 들이닥친 정부 기관 사람들에 의해 어딘가로 연행된다. 마침내 도착한 곳에서 그는 미확인 물체가 지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 중이며, 지구와 충돌하기까지 단 78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해당 물체는 뉴욕 센트럴 파크 한복판에 안착하고, 그 안에서 미지의 존재 클라투가 등장한다. 마치 허물을 벗듯 몸에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더니 이내 인간 남성에 가까운 형상을 갖추게 된 그는, 웬일인지 세계 정상들과의 회담을 요청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착지한 미혹인 물체, 혹은 클라투가 타고 온 스피어


미국 정부가 클라투의 지구 방문 목적을 캐내려 애쓰는 동안, 헬렌은 직감적으로 그를 도와야 함을 깨닫는다. 정부의 추적을 피해 클라투, 그리고 제이콥과 함께 도망을 다니던 헬렌은 그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알고 보니 클라투는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류에게 경고하고자 찾아왔으며, 지도자들이 그의 경고를 무시한 탓에 곧 인류를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을.


한 종족을 구하려고 지구를 해칠 수는 없어요.

지구가 죽으면 인간도 죽어요. 인간이 죽으면 지구는 살아요.


클라투의 설명처럼 인류 또한 그저 하나의 종일뿐이건만, 이성을 지니고 도구를 사용하며 그 어떤 종보다 우월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인류 특유의 비대한 자아 때문인지 그의 객관적인 분류가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류가 얼마나 지구를 착취하고 망가뜨렸는지에 대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이미 쌓일 대로 쌓여 있고, 그 결과를 이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공격 받기 시작한 인류


때문에 실제로 클라투 같은 외계인이 오늘 당장 나타나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간들을 몰살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지경이다. 당연히 그들에게 둘러댈 만한 그럴싸한 핑계 따위 떠올리기 힘들다. 아마 내가,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영화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사정하는 것 외에는 없지 않을까. 다행히 영화는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막을 내린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현실이 떠오르며 서늘함을 느끼던 나는 영화 속 결말에 마침내 안도했다.



지금이야말로 변해야 할 때


평소 스스로를 나름 생각이 깨어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부끄럽게도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이슈들 만큼 큰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반 농담으로 어차피 나는 아이를 갖지 않을 테니, 환경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이미 큰 일 하나 했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각종 매체를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보고 들은 끝에, 환경 보호를 위한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들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결제 후 습관적으로 종이 영수증을 받아왔지만 이제 이를 지양하고 전자 영수증을 받고 있다. 마침 넘치는 동물 사랑에 채식을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던 차, 온실 가스의 17%가 축산업에서 배출된다는 기사를 읽고 과감히 소고기부터 끊었다. 오래지 않아 돼지고기도 먹지 않기 시작했고, 그렇게 8개월가량이 흘렀다. 현재는 외식 때의 협소한 선택권을 핑계로 닭고기를 제외한 모든 육류를 끊은 상태이다. 닭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며, 시간이 더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언젠가는 고기와 완벽히 이별할 계획이다.


옷 소비 역시 크게 줄였다. 한때는 계절마다 새 옷을 사 모았지만, 올해는 다 늘어난 여름옷을 버리고 반팔 티 두 장을 구매한 것 외엔 옷에 돈을 쓰지 않았다. 그나마 구입한 반팔 티 역시 예전처럼 한 시즌 입고 버릴 질 낮은 옷 대신 제법 튼튼해 보이는 것들로 골랐으니 오래오래 입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내년에는 옷이 찢어진다든가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지 않는 한 옷을 아예 사지 않을 생각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화장을 하지 않고, 장롱 면허인 덕에 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니 이 또한 환경에는 플러스가 아닐까 싶다.


헬렌 박사(왼쪽)와 클라투(오른쪽)


냉정하게 이 정도 노력으로는 부족할지 모른다. 어쩌면 전 세계 사람들이 나정도의, 혹은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많이 늦었을지 모른다. 오래지 않아 지구는 인류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 상황이니 차마 아니라고 반박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앞에 놓인, 쉽게 희망 같은 것을 품기 힘든 지금의 위기 상황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인류의 잘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살아남을 자격이 있을까? 마찬가지로 한낱 인간일 뿐인 내가 주제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하지만 끝끝내 희망을 버릴 수가 없다. 인류애는 별로 없지만 어차피 해도 안 된다거나, 더는 아무 소용없다는 식의 비관주의나 운명론 같은 건 아무래도 취향이 아니다. 그리고 감히 믿고 싶다. 언제나 그러했듯 인류는 결국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4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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