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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인 Dec 17. 2021

[클라우스 外] 요즘 볼만한 넷플릭스 크리스마스 영화

가족, 청춘 그리고 로맨스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정도만을 남겨 두고 있다. 생각해 보면 설날이나 추석 같은 다 같이 모이는 명절에는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긴 하면서도, 그 기간 동안 딸려올 노동이나 불편할지 모르는 상황들로 인해 마음껏 즐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가족들이 다들 바쁜 데다 굳이 필요성을 못 느껴 모이지도 는 크리스마스만 다가오면 이상하게 설레곤 했다. 신기하게도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때 느꼈던 감정들은 성인이 되고도 한참 지난 지금 역시 동일하게 느껴진다. 이 시기만 다가오면 연인과 간질간질한 시간을 보내든, 친구와 자지러지게 웃어 젖히는 시간을 보내든 마냥 좋았다. 근사한 선물을 받아도, 받지 못해도 그 특유의 분위기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이다. 아마도 거리를 수놓는 반짝반짝 조명들, 화려한 트리, 경쾌한 캐럴이 한몫한 게 아닐까 싶다.


'클라우스'의 한 장면


사실 몇 년 전부터는 크리스마스가 기대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다. 바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보기 딱 좋은 영화들 때문이다.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어디서 뭘 볼 수 있는지 몰랐기에, 이맘때쯤이면 TV에서 반드시 방영해 주는 ‘나 홀로 집에’ 시리즈를 줄기차게 보곤 했다. 매년 보는 데도 질리지도 않는지, 일단 채널을 돌리다 발견하면 무조건 멈춰서 집중을 했다. 그러다 몇 년 전 마치 회전문과도 같은 넷플릭스를 구독하게 되고, 이 플랫폼에서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리고 온갖 영화를 쏟아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러한 영화들의 대부분은 크리스마스의 낭만적인 분위기 덕분에 반은 먹고 들어가 대단한 내용이랄 것도 없고, 운이 나쁘면 어느 순간 시간이 아까워져 감상 15분 만에 시청 목록에서도 지워 버리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의외의 수작들을 발견할 때도 종종 있다. 이번 글에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크리스마스 영화 중 만족스럽게 감상했던 영화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클라우스 : 어른들을 위한 웰 메이드 가족 영화


영화 '클라우스'


우정총국 총재의 아들 제스퍼는 언제나 게으름만을 피우며 훈련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 이를 보다 못한 아버지는 그를 외딴 섬마을의 우체국으로 보내버리고, 그곳에서 1년 안에 편지 6천 통을 처리하지 못하면 유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 마을에 도착한 제스퍼. 그 마을은 사시사철 눈이 쌓여 있는 데다, 마을 사람들은 엘링보 가문과 크럼 가문으로 나뉘어 서로 싸우기 바쁘다. 어떻게든 6천 통의 편지를 채워야 하는 제스퍼는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 거구의 나무꾼 클라우스를 만나게 된다. 클라우스를 보고 놀란 제스퍼는 무서워 달아나려다 마을 아이에게서 뺏은 그림 한 장을 흘리고, 클라우스는 그 그림을 보고 장난감을 만들어 제스퍼에게 그림을 그린 아이에게 그 장난감을 배달하도록 시킨다. 이후 제스퍼는 편지 6천 통을 채울 계획으로 클라우스에게 편지를 쓰면 장난감을 준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이 과정에서 엘링보 가문과 크럼 가문의 아이들이 어울리기 시작하고, 이러한 사소한 변화는 마을에 점점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한 이 작품은 간단히 요악하자면 산타클로스의 시작, 그러니까 그가 크리스마스 때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게 된 배경을 재해석한 이야기이다. 썸네일만 보았을 때는 큰 기대가 없었는데, 하도 추천글이 많기도 하고 마침 크리스마스 영화를 몰아 보던 때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생각으로 감상을 시작한 후에는 먼저 극장에서 돈을 주고 보았어도 아깝지 않을 세련된 작화에 감탄했다. 스토리 라인 또한 뻔하지 않고 깊이와 여운이 있어, 기본적으로 가족 영화이지만 마치 픽사의 ‘소울’처럼 어른들에게 더욱 깊은 감명을 줄만한 그런 이야기에 가깝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고 나니 비록 산타 클로스를 더는 믿지 않는 나이가 되고도 훨씬 지났음에도 그 존재를 믿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에서는 과거 산타 클로스가 실제로 있다고 철석같이 믿던 어린 날의 내가 떠오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후 엔딩 크레디트 화면과 함께 울려 퍼지는 자라 라슨의 주제곡 Invisible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



렛 잇 스노우 : 깨질 듯 불안하지만 반짝이는 청춘


영화 '렛 잇 스노우'


크리스마스이브. 폭설이 내린 작은 마을. 오랜 시간 소꿉친구로 지낸 앤지와 토빈 사이에는 언제부턴가 애매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대학 진학을 앞둔 줄리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유명 가수 스튜어트와 마주치고, 그와 의도치 않은 동행을 하게 된다. 마음이 변한 남자 친구로 인해 상처를 입은 애디에게 도리는 따뜻한 위로 대신 뼈 아픈 충고를 건네고, 이후 둘 사이는 어색해지고 만다. 사랑, 우정, 꿈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10대들에겐 과연 어떤 크리스마스가 펼쳐지게 될까.


영화 ‘렛 잇 스노우’는 옴니버스 형식의 청춘물로, 큰 감동을 주는 웅장한 서사나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엄청난 사건 같은 건 등장하지 않는, 어쩌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선보인다. (물론 기차 안에서 인기 팝스타와 마주치는 사건 자체는 예외이다) 친구 사이였으나 어쩐지 묘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하는 일도, 연인과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가 친구와 감정이 상하는 상황도, 내가 가려는 길이 맞는 길인지 고민하는 것도 반짝반짝 빛나지만 불안하기만 청춘들에게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비교적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크게 극적인 요소 없이 영화가 전개되는 만큼 전반적으로 잔잔한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에 소소하게 공감을 하면서 보기엔 적격이지만, 반대로 시시하고 밋밋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12월의 밤, 조용한 방 안에서 무드등 하나만 켜 둔 채 따뜻한 이불을 덮고 조용히 혼자 감상하기에 ‘렛 잇 스노우’ 만큼 어울리는 영화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스위치 : 주연 배우의 톡톡 튀는 매력


영화 '크리스마스 스위치 2'


2021년인 올해까지 무려 세 편이 나온 시리즈물이기도 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크리스마스 스위치’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주인공 스테이시가 벨그레이비어 왕실에서 매년 열리는 베이킹 대회에 초청되면서 시작된다. 스테이시는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과 꼭 닮은 마거릿 공작과 마주친다. 새해 첫날 벨그레이비어 왕실의 후계자인 에드워드 왕자와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만 하는 마거릿 공작. 항상 평범한 생활을 꿈꿔왔던 마거릿 공작은 스테이시에게 딱 이틀 동안만 서로의 신분을 바꾸어 살아 보자고 제안한다. 마침 에드워드 왕자가 해외 일정을 가야 하는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스테이시는 마거릿 공작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마거릿을 혼자 내버려 두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왕자가 일정을 취소해 버리고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주연 배우 바네사 허진스의 레몬 같은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맡은 1인 2역의 (시리즈 2편부터는 무려 1인 3역의) 캐릭터는 언뜻 대단한 연기력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아도, 자칫 잘못하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바네사 허진스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맞게 너무 힘을 주지는 않으면서 맛깔나게 배역을 소화해 냈다. ‘크리스마스 스위치’의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뒤편으로 갈수록 사건의 스케일이 점점 더 커진다는 사실이다. 2편부터는 마찬가지로 마거릿 공작과 똑 닮은 사촌 피오나가 등장하는데, 그는 도덕적인 마거릿과 스테이시와는 결이 전혀 다른 캐릭터이다. 이런 피오나 덕분에 2편에서는 납치극이 벌어지지만, 3편에서는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또 다른 사건 해결에 나선다. 어쩐지 ‘우당탕’ 이라든가, ‘왁자지껄’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 시리즈는 이처럼 각 편마다 굵직한 에피소드 하나 씩을 부여해 지루할 새 없고 기분 좋아지는 크리스마스 영화를 완성시켰다.






사진 출처 : IMDB / 다음 영화

https://m.imdb.com/title/tt4729430/mediaviewer/rm2566297857/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35816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5538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36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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