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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인 Aug 19. 2022

[영화 레드 드래곤 VS 드라마 한니발] 무엇이 다를까

드라마 한니발 판정승






시작은 나의 인생 영화인 ‘양들의 침묵’이었다. 지능적이고 노련한 사이코패스와 패기와 통찰력을 지닌 FBI 수습 요원의 두뇌 싸움이라니. 매력을 느끼지 않기란 힘들었다. 어디 이뿐이랴. 지성의 최정점에 있는 직업을 지녔으면서 뒤에서는 식인이라는 야만적인 행위를 하는 한니발이라는 캐릭터의 모순성은 웬만한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굉장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스탈링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가 미처 되기 전인 영화 개봉 시기를 감안하든 안 하든, 스탈링이라는 여성 청년 캐릭터가 다루어진 방식은 세련미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남초 집단에 던져진 젊은 여성의 위치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차이점이라면 예전에는 차별인지 모르고 언행을 함부로 했다면, 요즘은 차별이라고 인정하기 싫지만 남들이 차별이라고 하니까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 하겠다는 식이다. 스탈링이라고 그런 상황을 겪지 않을 리 없지만 감독은 그가 겪을만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연출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영화에서 스탈링은 자신의 외모를 추켜세우며 은근히 치근덕대는 등 대상화되는 상황까지는 면치 못하지만 대놓고 성추행에 가까운 말을 듣는다거나, 그런 손길 아래 놓이지는 않는다. 그저 남성으로만 이루어진 집단에 던져진, 그리고 그들의 시선을 살며시 피하는 스탈링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그가 느낄 압박감에 이입하게 한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라거나 현실은 더 하다는 핑계로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인 장면을 구태여 집어넣는 허세나 추잡함이 없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스탈링 (왼쪽) / 드라마 '클라리스'의 스탈링 (오른쪽)


게다가 이 작품을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 모두 차지했으니,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을 즐기는 맛도 무시할 수 없다. 마치 항상 사냥감에 목말라 있는 맹수의 눈을 마주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압도적인 존재감의 안소니 홉킨스와,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여성으로서 겪어야 하는 부담감에 숨이 막히지만 어떻게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치열한 내면을 표현해 낸 조디 포스터까지. 작품의 어느 구석으로 뜯어보아도 구멍이 없다. 그래서 자연스레 후속 편인 영화 ‘한니발’도 곧 보게 되었고, ‘양들의 침묵’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근사한 작품이라 느끼며 감상했다. 이어서 버펄로 윙 사건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려는 스탈링의 이야기를 다루는 스핀오프 드라마 ‘클라리스’또한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한나발 세계관에 빠져버린 나는 이미 유행이 다 지날 대로 지난 드라마 ‘한니발’과, 뒤늦게 한니발이 주인공인 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된 ‘레드 드래곤’까지 감상을 감행했다. 드라마 ‘한니발’이 한니발 시리즈 영화 중에서도 정확히 영화 ‘레드 드래곤’과 시기와 주요 캐릭터가 겹친다는 사실은 드라마 버전을 시즌 2까지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영화 ‘한니발’과도 겹치는 사건과 캐릭터가 있지만, 드라마 상에서 한니발만큼 중요한 캐릭터인 윌 그레이엄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영화 ‘레드 드래곤’과 드라마 ‘한니발’을 두고 비교, 평가하자면 드라마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 영화 ‘레드 드래곤’ : 백인 남성의, 백인 남성에 의한, 백인 남성을 위한


FBI 요원 윌 그레이엄은 본인이 남들보다 특출 난 상상력과 공감능력을 통해 범인을 프로파일링 하며, 그의 특유의 관점은 사건 수사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피해자들이 살해된 뒤 신체 일부가 훼손되거나 사라진 특이한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윌은 범인이 피해자들의 신체 부위를 수집한 것이 아닌 그 부위를 먹은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윌은 언뜻 기괴하게 들리는 이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확인받기 위해 FBI에 자문 역할을 해주던 한니발 렉터 박사의 사무실에 찾아가 그에게 자신의 생각을 공유한다. 윌은 한니발이 자신의 코트를 가지러 간 사이 실은 그가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윌이 뒤를 돌아보기 무섭게 한니발이 그의 복부를 찌르고 그대로 한니발에게 심장이 도려내 지려는 찰나, 윌은 마침 가까이에 있던 화살을 가지고 반격한다. 결국 윌은 중태에 빠졌지만 한니발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정신병동에 수감시키는 공을 세운다.


영화 '레드 드래곤'의 윌과 한니발


이후 다행히 건강을 회복한 윌은 FBI를 그만두고 아내, 아들과 함께 평화로운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다 행복한 두 가정을 몰살한 ‘이빨 요정’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에 난항을 겪던 FBI의 국장 잭 크로포드는 윌의 특별한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한때는 단란했던 피해 가족들의 사진과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번갈아 보던 윌은 결국 잭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조사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힌 윌은 몇 년 만에 한니발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게 된다. 한니발은 윌에게 결정적인 단서를 줄 듯 안 줄 듯 애를 태우고, 급기야는 그동안 자신을 찬양해 온 ‘이빨 요정’과 접촉하기에 이른다. 자기 자신은 ‘이빨 요정’이 아닌 위대한 ‘래드 드래곤’이라고 호소하는 범인에게, 한니발은 마치 자신을 잡아넣은 데 대한 복수를 하듯 윌의 가족들이 사는 집 주소를 알려준다. 그렇게 윌은 범인 ‘레드 드래곤’을 뒤쫓는 것은 물론, 한니발의 계략으로부터 자신의 가족까지 지켜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영화 속 레드 드래곤


감상 순서 상 ‘레드 드래곤’은 드라마 ‘한니발’의 감상 직후였다. 애초에 명작이라고 알려진 ‘양들의 침묵’이야 상관없지만, 후속들 중 ‘한니발’과 ‘한니발 라이징’의 경우 주인공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제목에 나와 있는데 반해 ‘레드 드래곤’은 그렇지 않기에 딱히 안소니 홉킨스나 감독의 팬이 아닌지라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존재 자체를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솔직한 평으로는 이전 영화 작품들이나 드라마에 비해 영화 ‘레드 드래곤’은 실망스러웠다. ‘양들의 침묵’과 달리 여성 비중 있는 캐릭터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여성 캐릭터 묘사에 있어서도 조심성이 없다. 레드 드래곤에게 살해된 일가족 중 부인들이 강간을 당한 사실은 너무 진부하고, 그들이 생전 찍은 비디오 속에서 비키니 몸매를 뽐내는 장면이 쓸데없이 길게 나오는 것은 불쾌하기만 하다. 유색인종의 경우 단역으로 동양인과 흑인 남성이 한 명씩 나온 것이 전부이다.


두 주연 배우의 연기와 캐릭터의 관계성 또한 드라마에 비해 아쉽다. 에드워드 노튼과 안소니 홉킨스가 대단한 배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윌로 변신한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는 거의 연기라기보단 그가 윌 자체가 된 듯 자연스러워 거의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다만 그가 해석한, 혹은 감독이 바랐던 윌은 이제 그만 가족들과 쉬고 싶은 유능한 전직 FBI 요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윌이 남들과는 다른 대단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지녔다는 사실은 드라마를 먼저 보지 않았다면 그냥 넘겼을 듯싶다. 영화 속 윌은 그저 정직하고 가정적이며 지쳐 보였다. 배우보다는 캐릭터 설정과 연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양들의 침묵’이나 ‘한니발’에서는 거의 무시무시하다고까지 느껴지던 안소니 홉킨스의 한니발 역시 ‘레드 드래곤’에서는 모든 과정을 생략한 채 허무하게 잡혀 들어가는 모습만 보여준 탓에 마찬가지로 배우의 연기력과는 무관하게 특유의 위압감이 덜 했다. 드라마 속에선 지독하고 치명적이게까지 느껴지던 두 캐릭터의 관계성 역시 단순히 사명감이 투철한 FBI 수사관과 조금 남다른 범죄자로만 그려진 것 같아 아쉬움을 더한다.



• 드라마 ‘한니발’ : 현학, 세련미, 우아함의 극치


특별한 상상력과 공감능력을 지닌 FBI의 특별 요원 윌 그레이엄. 그는 범인의 관점에서 사건 현장을 바라보고, 그들의 범행 방식과 원인까지 파악해낸다. 사건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윌 개인으로서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FBI의 국장 잭 크로포드는 한니발 렉터 박사에게 윌의 심리 상담을 부탁하고, 윌은 규칙적으로 한니발과의 시간을 가진다. 이러한 시간들이 반복되던 중에 각 사건들의 모방 범죄가 발생하는데, 윌은 마치 모방 범죄들이 그가 단서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처럼, 심지어 그를 위해 준비한 선물로까지 느껴진다. 그동안 한니발은 국장 잭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윌이 본인과 범인들의 심리를 분리하지 못해 위태로운 상태에 있음을 반복해 강조한다. 그러다 윌이 서서히 모방 범죄자의 단서를 잡아갈 때쯤, 바로 그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정신병동에 수감되고 만다.


드라마 '한니발'의 한니발 렉터와 윌 그레이엄


윌은 뒤늦게 모든 배후에 한니발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명백해 보이는 증거들 앞에 그의 말을 믿어주는 이는 없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조종하던 한니발의 정체는 ‘체서피크 리퍼’로 알려진 악명 높은 식인 연쇄살인마. 그러나 특별한 능력을 지닌 윌에게 강렬한 끌림과 호기심을 느끼던 한니발은 살인 및 증거 조작을 통해 윌의 누명을 벗겨주는 동시에, 본인과 비슷한 조건을 갖춘 프레드릭 칠튼 박사에게 모방범죄들은 물론 체서피크 리퍼의 혐의를 씌운다. 다시 자유의 몸이 된 윌 역시 이미 한니발의 정체를 파악했음에도 그를 거부하기 힘들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니발은 모든 것을 버리고 윌과 꾸릴 새로운 미래까지 계획하지만 윌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공격한 후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난다.


하지만 한니발 특유의 고급 취향들 때문에 그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메이슨 버저에게 덜미가 잡히고, 마침 한니발을 찾아낸 윌까지 함께 납치된다. 다행히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이후 둘의 건강하지 못한 상호의존 관계에 환멸을 느낀 윌은 한니발에게 더 이상 그를 찾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말로 작별 인사를 고한다. 우습게도 윌의 마지막 인사에 한니발은 스스로 FBI에 항복해 정신병동에 수감된다. 이후 가정을 꾸리고 FBI 일에서도 손을 놓은 윌은 이대로 영영 한니발과 둘의 과거를 잊고 지내는 듯 보인다. 그러나 행복한 두 가족 모두를 살해한 이빨 요정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에 난항을 겪던 잭은 또다시 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한때는 단란했던 두 가족들의 생전 사진을 보고 마음이 약해진 데다 아내 몰리의 설득으로 윌은 결국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예전의 감각을 되살려 수사에 도움을 받기 위해, 혹은 그 핑계로 수감되어 있는 한니발을 찾아간다. 그동안 한니발을 숭배해 온 이빨 요정, 자칭 레드 드래곤은 한니발의 변호사인 척 그에게 접근하기에 이르고, 한니발은 레드 드래곤을 교묘하게 조종해 윌과 그의 가족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모든 상황을 알게 된 윌은 주변의 만류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니발을 미끼로 사용해 레드 드래곤을 잡기로 결정한다.


시즌 4까지 나올 뻔했던 한니발은 새 시즌이 캔슬되면서 아쉽게도 시즌 3에서 막을 내린다. 아마 시즌 4에서 한니발의 과거에 대해, 그리고 시즌 3에 새로 등장한 치요와의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렸을 듯 하지만 한니발과 윌의 극적인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이대로 막을 내리는 것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물론 엔딩 크레디트 이후의 나오는 충격적인 장면을 생각하면…) 아마 영화 스토리의 시간 순서 상 이후 스탈링이 등장해야 맞지만 드라마 팀에서는 안타깝게도 스탈링 캐릭터의 판권을 사지 못했다고 한다. 덕분에 스탈링이 혼자서 오롯이 주목받는 ‘클라리스’라는 훌륭한 드라마가 탄생했지만,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드라마 ‘한니발’의 감상을 주저했다. 한니발이 있는데 스탈링이 없다니. 워낙 인기를 끈 작품이었기에 얼마나 잔인한 지도 익히 잘 알고 있기도 해 더욱 망설여졌다. 그러나 감상을 마친 후 느낌을 간단히 말하자면 그야말로 대만족이었다.


한니발과 윌


지적이지만 야만적인 한니발의 특성은 드라마에서 훨씬 자세히 묘사됐다. 깔끔하고 클래식한 패션, 모든 게 완벽하게 진열된 상담실, 예술과 와인을 즐길 줄 아는 고상함,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대사들까지.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을 자신보다 아래로 여기고, 특히나 무례한 이들을 기꺼이 고기 취급하며, 심지어는 동등한 사람이 아니기에 식인이 아니라는 뻔뻔한 말까지 한다. 잔인한 식인 살인마이지만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윌에 대한 한니발의 절박함과 집착은 기대치 못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게 한다. 그러나 정말 최대치로 매력이 끌어올려진 것은 윌이 아닐까 싶다. 그저 선하고 할 일에 충실했던 영화 속 단편적이었던 윌은, 드라마에선 분명 도덕적이지만 본인의 특별한 공감능력과 상상력 때문에, 그리고 이를 자꾸만 파괴적인 쪽으로 부추기는 한니발 때문에 끊임없이 깊은 고뇌와 질척이는 갈등 속에서 허우적댄다. 한니발이 자신을 조종한 것인지 자신이 스스로 한니발을 마음속에 들인 것인지 혼란스러운 채로.


두 주연 배우 외 다른 등장인물들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백인 남성 천지였던 영화 ‘레드 드래곤’과 달리 드라마 ‘한니발’에서는 여성과 유색인종 캐릭터의 비율이 늘었다. 백인 남성이었던 국장 잭 크로포드와 태틀러지 기자 프레디 라운즈는 각각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으로 바뀌었다. 영화 상에서 이름만 잠깐 언급됐으나 남성이었던 블룸 박사는 여성으로 변경됐고, 백인 단역 캐릭터였던 비벌리 카츠는 비중 있는 동양인 여성으로, 레드 드래곤이 사랑한 여인 리바는 흑인 여성으로 등장했다. 특히나 한니발에게 이용당한 알라나 블룸 박사가, 잔혹한 오빠 메이슨 버저로 인해 고통받던 마고와 사랑에 빠지고 합심해서 불쌍한 여자의 위치에서 벗어나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 외에도 영화와 달리 드라마에서는 레드 드래곤의 범죄에서 강간 부분을 제외한 것 역시 감탄할만한 하다. 또한 상당히 수위 높은 고어적인 장면들은 한니발이나 각 범죄자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치로서 미학적으로 연출한 덕분에 잔인함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불쾌하기만 한 여타 작품들과 달리 초연하며 오히려 우아하기까지 하다. 모든 걸 종합해 간단히 평하자면 영화 ‘레드 드래곤’과 달리 드라마 ‘한니발’은 뻔하지 않고 세련됐다.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속 1순위는 스탈링이 등장하는 영화 ‘양들의 침묵’이 차지하고 있지만.






사진 출처

레드 드래곤 :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3824

한니발 : https://m.imdb.com/title/tt2243973/?ref_=tt_ov_inf

양들의 침묵 :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2670

클라리스 : https://m.imdb.com/title/tt2177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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