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통로’에서 추격하다
금빛 털 늑대는 눈앞의 강을 바라보았다.
언뜻 보기에는, 지금 눈앞의 강은 차안 세계의 강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았다. 높고 가파른 절벽의 틈, 그 사이로 취옥 빛깔로 빛나는 물결이 쉬지 않고 흐르고 있었다.
이 절벽의 모양새가 굉장했다. 글자 그대로 깎아지른 듯했다. 땅 위에서 거의 직각으로 뻗어 올라간 거대한 바위의 벽, 이 벽이 가로로도 끝없이 뻗어나가 지평선 너머로 닿아 있다. 그 바위의 벽 곳곳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이리 튀어나오고 저리 튀어나오면서 울퉁불퉁한 요철을 만들었다. 그 요철 위 곳곳에는 어두운 초록색 이끼들이 장식처럼 자라나 있었다.
바위의 벽이 거대한 만큼, 그 요철 자체의 높이도 상당해서 금빛 털 늑대의 운동 능력으로도 올라서고 움직이는 게 쉽지 않을 듯했다. 게다가 습기 때문에 굉장히 미끄러울 거고, 저 이끼들도 움직임을 모질게 방해할 것이다.
그 맞은편에 비슷한 모양을 갖춘 또 하나의 바위의 벽이 굳건하게 서있고, 그 두 개의 바위 벽 사이, 가장 아래쪽에 강이 흐르고 있는 그런 풍경이었다. 여기에 절벽의 곳곳에서 가느다란 폭포가 강으로 쏟아져 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물줄기가 하얀 포말이 되어 청록빛 강으로 쏟아지는 모습은 마치 투명한 미사보가 강 위에 드리워져 나부끼는 것 같았다.
회색, 진초록색, 그리고 노란색이 뒤섞여있는 바위의 벽, 그 벽 곳곳에 미사보 같은 폭포가 쏟아지고 있었고, 그 아래로 투명하고 아름다운 청록빛깔 물결이 흐르는 모습은 대단히 아름다웠다.
다만 그렇게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지금 이 풍경이 뿜어내는 기세가 굉장했기 때문에 금빛 털 늑대는 이제껏 경험한 적이 별로 없는 위압감에 짓눌리는 것을 느꼈다. 흑단 호수 숲에서는 자신에게 이런 위압감을 주는 존재는 아버지 말고는 없었다. 아, 물론 그 강인한 검은 털 늑대도 있긴 하지만, 검은 털 늑대가 늑대 왕의 아들들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과 호적수라고 인정한 늑대가 바로 금빛 털 늑대였다. 그러니까 눈앞의 이 강에서 받는 위압감은 검은 털 늑대에게서 받는 느낌과는 다소 다른 무언가였다.
금빛 털 늑대는 이렇게 코키투스 강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그놈’을 찾았다. 강의 물소리에 다른 소리들이 가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피안 세계의 통로에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도, 신체의 능력은 그대로인 모양이었다. 금빛 털 늑대의 귀는 어떤 소리를 잡아챘다.
물소리. 그런데 물이 흐르는 소리가 아니라, 물결 아래에 숨어서 움직이는 ‘무언가’의 소리다.
생물 하나가 코키투스 강물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숨을 죽이고 있는 건가...? 아 참, 그렇지. 여기서는 ‘숨을 쉴 필요’가 없지.
저 생물은 ‘죽은 영혼’이니까.
금빛 털 늑대는 자세를 가다듬고, 지금 파악한 생물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온몸에 긴장감이 서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 ‘정혼’을 제대로 해내야만, 영력을 높일 수 있어. 결투 의식에 임할 때 체력만 가지고는 안된다고. 영력을 한껏 높여야 마지막에 살아남는 한 명이 될 수 있어.
금빛 털 늑대는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 한껏 몸을 날려 청록빛 강물로 뛰어들었다.
첨벙!!
강으로 금빛 털 늑대가 뛰어든 그 순간에, 그 생물체는 이변을 알아차렸다. 물속에 몸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떠있던 생물체는 재빨리 금빛 털 늑대가 뛰어든 위치에서 반대편으로 미끄러지듯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대단히 빨랐다. 살아있을 때는 물고기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마치 물고기처럼 물속에서 화살 마냥 빠르게 도망쳤다.
하지만 놓칠 수는 없다. 금빛 털 늑대도 놈의 뒤를 쫓아 몸을 날렸다.
물속에서 두 마리 생물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금빛 털 늑대는 맹렬하게 몸을 놀려 눈앞의 생물체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이때 금빛 털 늑대는 자신 역시 숨을 쉬지 않아도 강물 속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금빛 털 늑대는 쫓던 생물체가 코앞까지 왔다고 판단한 순간, 앞발로 그 생물체를 낚아채려고 했다. 그 순간,
푸학!!
생물체는 물 밖으로 튀어나갔다.
금빛 털 늑대도 생물체를 쫓아 물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세찬 물결이 금빛 털 늑대의 몸을 훑어내리고, 여기에 포말과 물방울들이 겨울의 세찬 눈보라처럼 물 밖으로 나온 그의 몸뚱이를 두들기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것도 차안 세계의 호수하고 똑같군. 금빛 털 늑대는 흑단 호수에서 놀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죽을 뻔했었는데.
지금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까딱 잘못하면, 금빛 털 늑대 자신이 피안 세계로 끌려갈 수도 있다.
금빛 털 늑대는 고개를 들어 올려, 지금은 공중에 붕 떠 있는 생물체, 아니 자신이 정혼해야만 하는 ‘유령’을 보았다.
모습이 정말이지 기괴했다. 금빛 털 늑대는 인간 종족은 외모가 그리 아름답지 않다고 늘 생각했지만, 살해당한 인간의 영혼은 그 모습이 아예 흉측했다.
일단, 머리통과 몸통, 팔과 다리는 살아있을 때 모습과 비슷했다. 다만 지금은 비쩍 말라버린 상태였다. 그야말로 ‘뼈와 가죽’만 남아있었다.
그 가죽이 지금 시커먼 색을 띤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본래 인간 종족의 피부색은 대개 상아색에서 짙은 갈색 정도를 보여주지만, 이 유령의 피부는 글자 그대로 숯덩어리 같았다.
그 시커먼 피부가 쪼글쪼글하니 구겨진 채로 뼈에 달라붙어 있었다. 거기에 피부가 어찌나 메마른 느낌을 주는지, 방금 전까지 강물 속에 있었던 게 아니라 불구덩이 속에 있다가 튀어나온 듯했다. 금빛 털 늑대는 언젠가 어린 시절에 보았던, 벼락에 타버린 나무등걸이 떠올랐다.
듣기로는 불에 타 죽은 게 아니라 막내 동생에게 물려 죽었다고 했는데. 그런데도 저런 모습이 된 것은 저 유령이 살아서 품은 원한 때문인 걸까...?
금빛 털 늑대는 혀를 차다가, 이쯤 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움말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등 뒤를 향해 물었다.
“이제 어떻게 저 녀석을 쫓지?”
“여기서는 당신도 날 수 있습니다.”
마레네가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