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통로/에서 붙잡힌 유령
하얀 증기의 기둥이, 마치 간헐천을 뚫고 솟구치는 물줄기처럼 곧고 기운차게 하늘로 솟아올랐다.
금빛 털 늑대와 루이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연기의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이지러진 달이 뜬 시커먼 밤하늘을 하얀 증기의 선이 가로질렀다. 두 늑대 모두, 이런 광경은 처음 보았다.
이렇게 두 마리 늑대가 이 증기의 기둥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에, 마레네가 금빛 털 늑대에게 말했다.
“차안 세계와, 지금, 당신을, 피안 세계, 사이의, 보내드리겠습니다, 통로로.”
...!!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 금빛 털 늑대가 마레네한테로 눈길을 돌리자, 마레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불가능하지만, 형제들은, 다른, 당신은, 가능합니다, 구사할 수, 마법을, 있는.”
“... 가서 뭘 하면 되는 거지?”
“살해된, 됩니다, 인간의, 영혼을, 정혼하시면.”
마레네는 그녀 특유의 말투로, 루이가 숲에 침입한 한 인간을 죽였는데, 그 인간의 영혼이 ‘통로’에서 떠돌고 있으니 그 영혼을 피안 세계로 보내면 정혼이 되고, 그 일을 성공시키면 금빛 털 늑대의 영력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거라고 설명했다.
매력적인 제안이기는 했다. 하지만 금빛 털 늑대도 마냥 마레네의 말대로 따를 수는 없었다. 그는 마레네에게 물었다.
“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이 어떻게 되는 거지?”
“맡기세요, 저에게, 그것은, 인도하겠습니다, 제가, 돌아올, 때도.”
금빛 털 늑대는 마레네의 눈을 가만히 보았다. 늑대 왕의 아들들한테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눈동자를 보면 거짓말인지 아닌지 한 번에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금빛 털 늑대는 마레네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금빛 털 늑대는 또 질문했다.
“그 통로라는 곳, 도대체 어떤 지형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거기서도 내 팔과 다리가 강인한 힘을 쓸 수 있는 건가?”
“영력도, 당신은, 강한 분, 강인합니다, 그곳에서도, 그리고...”
마레네는 말을 계속했다.
“받으실 겁니다, 안내를, 저의.”
금빛 털 늑대는 마레네의 눈을 보고 역시 그녀가 진실을 말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금빛 털 늑대를 보고 마레네는 팔을 둥그렇게 휘두르면서 무언가 그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마레네의 앞에서 하늘로 솟구치던 수증기 기둥이 그녀의 팔 움직임에 따라 휘어지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기운차게 하늘로 솟아오르던 증기의 기둥이 부드러운 실뭉치처럼 휘어지더니, 그 휘어진 증기 기둥이 조금씩 움직이다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금빛 털 늑대에게 날아왔다!!
금빛 털 늑대는 깜짝 놀랐다. 그는 너무 갑작스러운 증기의 움직임에 반응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날아온 증기 기둥은 금빛 털 늑대를 삽시간에 감쌌고, 금빛 털 늑대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금빛 털 늑대는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린 금빛 털 늑대는 생전 처음 보는 주위의 풍경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사방을 살펴보았다. 깎아지른 듯한 두 개의 절벽이 서로 마주 본 채로 협곡을 만들고 있고, 그 협곡 가장 아래쪽으로 취옥 빛깔 강물이 흐르는 곳.
금빛 털 늑대는 이 절벽 위쪽에 무성하게 자라난 나무뿌리 사이에 누워있었다. 이전에 본 적 없는 낯선 풍경이지만 그 아름다움은 굉장했다.
오오, 여기가 ‘통로’인가.
주변 상황을 살펴본 금빛 털 늑대는 몸을 일으켜 ‘통로’에서도 그의 뛰어난 신체 기능을 똑같이 쓸 수 있는 모양이었다. 오감과 다리에 들어가는 힘을 흑단 숲에서 있을 때와 똑같이 구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군.
청록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강물을 내려다보면서, 금빛 털 늑대는 생전 처음으로 와본 ‘통로’에서 그 ‘정혼 의식’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했다. 그때, 그의 등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이라면, 유령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금빛 털 늑대는 뒤를 돌아보았다.
마레네였다.
그녀는 흑단 호수에 있을 때와 다르게, 너울거리는 하얀 옷을 입고 공중에 떠있었다. 그리고 마레네의 머리 뒤쪽에는 금빛의 둥근 광륜이 빛을 발하는 것이 금빛 털 늑대의 눈에 들어왔다.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금빛 털 늑대는 마레네가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확실하게 인식했다.
마레네의 말에 따라, 금빛 털 늑대는 오감을 집중시켜 그녀가 언급한 그 ‘유령’을 찾기 시작했다.
강물 속에서 이질적인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다. 금빛 털 늑대는 자신의 등 뒤에 떠있는 마레네에게 물어보았다.
“저 유령 녀석, 도대체 어떻게 죽은 거지?”
루이가 목을 물어 죽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뭐야, 감히 아버지의 영역에 허락도 받지 않고 발을 들여놓고도 그 정도면 곱게 죽여준 건데. 그걸로 원한을 품다니 웃기는 놈이군. 하여간 인간 종족이란 정말 한심하군.
그런 와중에, 유령은 강 위를 새처럼 이리저리 날아 도망치려고 했다. 금빛 털 늑대는 잠시 망설였지만, 자신도 강 위로 몸을 던졌다.
금빛 털 늑대의 커다란 몸뚱이는 강물로 곤두박질쳤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강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큰 몸뚱이가 강물에 처박히는 듯한 그 순간에...
금빛 털 늑대의 몸이 포물선을 그리며 위로 솟구쳐 올랐다. 금빛 털 늑대는 날개가 없었지만,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독수리처럼 힘차게 위로 날아올랐다.
마레네의 조언을 듣고, 금빛 털 늑대는 이곳에서는 공중을 날 수도 있다는 것을 깨우쳤다. 이 ‘통로’에서는, 공중이든 물속이든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었다.
날아오른 금빛 털 늑대는 무서운 속도로 유령을 뒤쫓기 시작했다. 흉측한 유령은 금빛 털 늑대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몸을 날려 금빛 털 늑대와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둘 사이에 간격이 멀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금빛 털 늑대의 뛰어난 신체 능력은 그대로였다. 금빛 털 늑대는 금방 유령을 따라잡았다. 멀었던 간격은 순식간에 좁혀졌다. 흉측한 유령은 이제 금빛 털 늑대의 코앞에 있었다. 그 시점에 금빛 털 늑대는 주둥이를 크게 벌려 유령의 어깨를 물어버렸다!
비명 소리처럼 들리는, 아니면 울음소리처럼도 들리는 기괴한 소리가 유령의 목에서 터져 나왔다. 커다란 늑대에게 붙들린 유령은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금빛 털 늑대의 엄청난 치악력은 이곳에서도 그대로였다. 금빛 털 늑대는 물어버린 유령을 그대로 찢으려고 했다.
“여기서는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늑대의 등 뒤에 마레네가 다가와 있었다.
금빛 털 늑대, 그의 입에 물린 유령과 마찬가지로 공중에 둥실 떠 있는 그녀는 유령에게 다가와 그를 피안 세계로 보낼 의식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