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by 이태경


연락을 받고 낯선 극장을 걷는다


영화가 시작되고 당신이 앉은 자리가 보이고 나는 영화 속 등장인물이 되고 싶지 않아 자세를 낮춘다 내게 투영된 사람들은 대체로 표정이 없다

뒤꿈치 까지는 게 무서워 새 신발을 버렸다 맨 발이 카펫처럼 붉어질 때마다 팝콘을 한 움큼 집어삼켰다 빛이 떠난 자리는 유난히 검고 나는 그 자리에 검은 콜라를 전부 쏟았다


검은 벽이

검게 물들고


빛을 전부 흡수해 버리는 바람에 가장 검어진 물질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럼 그곳에 흡수된 영화는 어디로 가나요. 이제 행방을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나는 본 적 없는 영화의 결말을 생각한다


맞잡은 손이 느껴지면 종교가 없는 나는 당신을 향해 기도한다 당신은 스크린을 보고 나는 스크린을 보는 당신을 본다 당신의 눈이 스크린처럼 빛나고 있다


언제 마지막으로 당신의 안부를 물었는지 모른다

이건 잘못이 아니야.


어설프게 번역된 자막이 이마를 덮는다 고개를 숙이면 예매하지 못한 티켓이 손에 쥐어져 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당신은 서럽게 극장을 떠난다


팝콘통 구석에 당신이 삼키지 않은 약들이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