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

by 이태경

지독한 해무였다


소리도 없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나룻배 가족의 부르튼 살에 에이던

그것의 진짜 공포는

기약 없는 만남에 있었다

비릿한 알코올 냄새 번지며

그것은 가장 먼저 거센 파도로 숨통을 틀어막았다

또한 불같은 성질로 태풍을 일게 해

앳된 약지로 손낚시를 하던 아이에게

바다의 공포를 뼈가 시리도록 심겨 주었다


지난 몇 년간 세상에

해무보다 더 짙게 살아가는 이도 있음을

속절없이 감내하며

여러 유랑 후 돌아온 바다

가슴께 결리는 날의 해무는 없었고

낯익은 아픔만이 산화되어

너른 백사장에 눈물처럼 피어 있었다


이제 추억 하나 쯤 날지 않는

그 사해와 같은 황량한 굴곡에서

나는 세례하듯

소슬한 슬픔 끝에 가만히 누워

백색의 미신이 그렇게

소멸하는 것을 보았다


문득


허무의 온도가 귓불을 발갛게 물들이고

아직 서러운 용서는 입가에 달싹이는데


주홍빛 이랑은 여전히

제 홀로 굳게 솟아

이 다음 이 다음으로 가자고

아득한 지평을

뜨거운 마음으로 가리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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