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일 수밖에 없는 이유.

by 헛된상상

"엄마랑 아빠한테 나 이사했다고 언제 말할까?"
"아직 기다려. 말하지 마."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시집간 동생이 이사를 했다.

동생은 자신의 집에 아빠와 엄마를 초대하고 싶다고 했지만 난 기다리라고 했다.


안심할 수가 없어서다. 미신에 죽고 미신에 살고 있는 엄마와 어떻게든 우리 집 날개를 잡아 뜯으려고 시도하는 막내고모를 믿을 수가 없어서다.


또한 엄마 같은 경우 이사한 집 풍수지리를 보겠다고 막내고모를 대동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엄마한테는 아직 말하지 말라고 했다. 막냇동생 자취방 구할 때도 막내고모를 데리고 갔었고, 시집간 동생 시댁에 갈 때도 막내고모도 함께 갔었다.


그래서 우리는 막내고모 이야기만 하면 치가 떨렸다.

엄마는 알까? 미신이 아니라 가족끼리 오순도순 살고 싶은 것이 우리 가족의 소원이라는 것을?



"엄마를 속이면 그렇게 좋냐"


동생네 하고 같이 먹는 저녁시간 때 엄마는 짧은 투정을 부렸다. 어떻게 속일 수 있냐는 거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엄마 귀에 들어가면 막내고모 귀에 들어가고 그 귀는 친척들 전체에 퍼질 텐데.


말하지 말아야 할 집안일까지 엄마는 막내고모한테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개인사생활이란 것이 없고 어디서 무엇을 하든 막내고모와 친척들이 다 안다. 심지어 우리가 어떤 회사를 들어갔고 어떤 날에 퇴사를 하고 출근시간과 퇴근시간까지 아는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엄마를 속일 수밖에 없었다.


정작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막내고모가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다는데 엄마는 알까? 그 주소를.

아니 모를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테지. 그리고 막내고모는 알겠지. 엄마가 알려줄 테니까.


알고 있다. 지금 속이는 것이 엄마한테 얼마나 서운한 일이라는 것을. 하지만 우리도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거다. 어차피 알아도 도와주지 않을 걸 왜 알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안주거리 삼고 싶은 건지 아니면 자기보다 더 못 사는 걸 위안 삼고 싶은 건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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