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글을 쓰고 있을 때는 매사에 굉장히 예민해져요.
그래서 풀잎이나 나무 색깔같은 것도 모두 몸에 입력해요.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무심하게 넘기던 풍경들이 글을 쓸 땐 의미 있게 다가오죠.
그러니 글을 쓸 때와 쓰지 않을 때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 공지영 -
나는 2권의 책을 냈다. 그런데 출간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때 내가 한 생각은 누가 봐 주지도 않는 거 힘들게 쓸 필요가 있는가였다. 인세만 바라고 쓴 건 아니었지만, 응원이 없다면 힘이 빠지게 마련이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나는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받고 글쓰기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다.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내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그렇게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시간은 순간이다. 4년이 지나갔다. 그렇게 마흔 중반이 되었고,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무도 보지 않으면 어때. 결과가 좋지 않든 상관하지 말고,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지. 이 일로 빛나지 않아도 좋아. 그래도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나에게 이렇게나 의미가 있는데 말이야.”
이 생각을 하게 되자 비로소 나는 다시 글을 쓸 수가 있었다.
그 뒤로 나는 누군가 당장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물으면 일단 글부터 쓰라고 권한다. 처음엔 글쓰기가 쉽지 않겠지만, 일단 일기를 쓰듯이 써보라고 말한다. 글쓰기에는 많은 이점이 있지만, 글로 풀어놓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진다. 글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와 만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온갖 희노애락이 그곳에 담기고, 때론 잊고 있던 내 모습에 반가워하기도 한다. 또한 조용히 앉아 하루를 정리하는 글쓰기를 하다 보면 내가 오늘 보낸 하루를, 그리고 나아가 삶을 반추하기 시작한다.
글쓰기는 삶과 유리된 게 아니다. “좋은 삶이 좋은 글을 쓰게 하고, 좋은 글이 좋은 삶을 살게 한다.” 이 순환의 힘을 경험한 이들은 글쓰기를 쉽게 놓지 못한다. 공지영 작가님이 말한 “글을 쓸 때와 쓰지 않을 때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란 말의 의미를 가슴으로 이해한 사람들은 오늘도 손에 펜을 든다. 마흔의 나이, 깊어진 나이만큼 깊은 글쓰기가 가능해진 시기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글쓰기의 기적을 한번 믿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