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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현 Apr 16. 2016

오삼이 이야기

Christian fairy tales #001








높은 산꼭대기 위로 겨우내 높다랗게 쌓인 눈이 따스한 햇볕을 받으면 햇볕에 녹아 조그만 도랑이 되었다가 시내도 되었다가 큰 강이 되어 흘러간단다. 그 강이 닿는 끄트머리에 맑고도 너른 호수가 있었어. 호수 안에는 온갖 물고기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며 즐겁게 살고 있었지.


오삼이는 얕은 호숫가에 사는 꼬마 물고기야. 매일매일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놀았지. 한 참 놀다 보면 어느덧 호수 너머 하늘이 붉게 물들곤 했어. 밤이 되면 호수 위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 별아름답게 뜨거든. 거울처럼 맑은 호수 위에 별들이 금빛으로 수놓으면 간혹 개구쟁이 물고기들이 그 별을 따먹으려고 뛰어올랐어.


그렇게 맑고 평화로운 호수지만 가끔은 너무나 위험하고 무서운 곳이지. 산에서부터 밤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날은 온통 파도가 요란한 호수가 되지.


그날 밤도 그랬어. 겁쟁이 오삼이는 너무너무 무서워서 큰 바위 틈새에 몸을 바짝 붙이고 떨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갑자가 큰 별 하나가 호수 위로 내려왔어. 그 별이 성난 파도에 닿자 파도는 금방 가라앉고 구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지. 밝은 별은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천사였어. 천사가 물고기들을 불러 모으자 물고기들이 다 모였단다.


“얘들아 나는 하늘나라에서 온 천사 가브리엘이란다. 너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려고 왔어.”

“기쁜 소식이 뭔데요?”


물고기들은 하늘나라에서 온 기쁜 소식이란 말에 들뜨기 시작했어.


“내일 해가 제일 높이 떴을 때, 한 젊은이가 호숫가로 올 거야. 그분의 이름은 ‘예수’야.”


천사는 계속해서 이야기했어.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하늘나라 이야기를 들려주신 다음에 베드로 아저씨에게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치라고 말씀하실 거야. 그럼 너희들은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그 그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도록 해.”


이야기를 듣던 물고기들은 모두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지.


“네?! 그물 속으로 뛰어들라고요? 그러면 우리는 모두 죽게 될 텐데요?”


천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어.


“그래 그 그물 안으로 들어간 물고기들은 다 죽게 되겠지. 하지만 너희가 배 위에 오르면 그때 내가 다시 내려올 거야. 너희 모두를 하나씩 쓰다듬어 줄게. 그러면 너희는 모두 금빛, 은빛, 무지갯빛으로 변해 하늘나라의 생명강으로 날아올라 갈 수 있어. 알겠니?”


천사는 그 말을 하고는 하늘로 다시 한줄기 빛이 되어 올라가버렸어.


그때부터, 물고기들은 가슴이 근거리고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단다. 물고기들은 호수 한가운데 깊은 곳에 모여서 아침을 기다렸지. 눈 녹아 흘러 고인 물이라 깊은 곳은 너무나 추웠어. 하지만 몰고기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어.


하지만 천사의 말을 듣고 두려워하는 물고기들도 있었단다. 그런 물고기들은 바위 틈새로 숨어 들어가 내일이 지나가기만 기다렸어. 겁이 많았던 오삼이도 바위틈에 들어가 숨어버렸지.







다음날 아침 호숫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어. 예수라는 젊고 아름다운 분이 오셔서 모인 사람들에게 참 좋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어. 사랑 많으신 아버지 하나님 이야기, 용서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먹을 것보다 더 소중한 건 하나님의 말씀이며 우리가 소중한 건 우리의 겉모습 때문이 아니라 우리 안에 하나님께서 주신 소중한 생명 때문이라는 이야기…. 그래서 하나님이 우리를 그렇게 사랑하신다는 낯설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지.


그분의 말씀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호수의 수면을 울리고 깊은 곳에 기다리던 물고기들 바위틈에 숨어 있던 오삼이의 가슴에까지 울렸어.


예수님은 이야기를 한 참 하시다가 베드로 아저씨에게 말씀하셨어.


“베드로, 저 호수 한 가운데 깊은데 그물을 쳐보세요.”


베드로 아저씨는 놀라 말했지.


“어부인 제가 밤새도록 그물질을 했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베드로 아저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하지만, 예수님 말씀이니 한 번 해보겠습니다.”


하고는 곧장 호수 가운데 깊은 곳으로 노를 저었지.








말씀을 듣던 물고기들은 다시 서로 끌어안고는 눈을 꽉 감고 있었어.


“아! 무서워. 무서워!”


베드로 아저씨는 그물을 호수 깊은 곳에 던졌고 깊은 곳에 있던 물고기들은 모두 꽁꽁 잡히고 말았단다. 물고기들은 모두 아저씨의 배위로 올라갔지. 바위틈에서 덜덜 떨고 있던 오삼이는 무섭지만 너무나 궁금 고개를 들어 베드로 아저씨의 배를 올려다보았어.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한줄기 빛이 내려오더니 물고기 친구들이 금빛, 은빛, 무지갯빛으로 변해 저 하늘나라를 향해 막 날아오르는 거야. 너무나도 황홀한 광경에 오삼이는 눈물이 났어.


‘나도 저 친구들과 함께 있었더라면….’













세월은 흘러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 우리에겐 3년이 그리 긴 시간이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물고기인 오삼이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지. 오삼이는 더 이상 꼬마 물고기가 아니었어. 귀여운 손자들까지 둔 할아버지 물고기가 되었지.


오삼이는 꼬마 물고기들에게 호수에 3년 전 일어났던 일을 들려주기 좋아했지.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며 생명강가로 날아간 물고기들이 얼마나 용기 있는 이들이었는지 말해주었어. 그 일이 할아버지 오삼이의 일거리였지.


해가 호수 저편으로 넘어갈 때면 오삼이는 유심히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곤 했어. 그러던 어느 날 밤 호수에 큰 폭풍이 불고는 3년 전 그날처럼 빛줄기 하나가 호수를 두드렸어. 천사였지. 물고기들은 밝은 빛을 보고 호수 위로 모여들었어. 모여든 물고기들에게 천사는 이렇게 말했단다.


“내일 아침 베드로 아저씨가 물고기를 잡고 있을 때 한 젊은 분이 호숫가에 오실 거야. 그분이 베드로 아저씨에게 배 오른쪽으로 그물을 던지라고 말씀하실 텐데 너희들은 깊은데 숨어 있다가 그물로 뛰어들면 돼.”


어려서부터 오삼이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들었던 물고기들은 모두 일제히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단다.







동이 트고 아침이 되었어.

베드로 아저씨가 한참 그물을 던지고 있는데 호숫가에 젊고 아름다운 남자가 찾아왔어.

그분은 이렇게 외쳤지.


"배 오른쪽으로 그물을 던지세요!"


그러자 베드로 아저씨는 무심코 그물을 배 오른쪽으로 던졌어. 그러자 물고기들이 일제히 달려들었지. 물론 그중에는 오삼이도 있었어.


오삼이는 늙고 힘이 빠져서 젊은 물고기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그물 안으로 들어가는 게 쉽지 않았어. 그물에서 튕겨져 나가기를 몇 번한 끝에 오삼이는 결국 그물로 들어갈 수 있었단다.


그물이 끌어올리던 베드로 아저씨는 너무나 많은 물고기에 놀라 입을 못 다물고 있었지. 그때 누군가 소리쳤어.


“예수님이시다!”


베드로 아저씨는 겉옷을 벗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어. 그러고는 예수님을 향해 헤엄쳐갔어.


배에 오른 오삼이는 너무나 힘들었어. 갑자기 숨이 차오르고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 더 이상 파닥일 힘도 없을 무렵 낮은 음성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어.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예수님의 음성이었지.


오삼이 눈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어. 그때, 하늘로부터 천사가 내려와 물고기들을 하나씩 만져주었지. 물고기들은 모두 금빛, 은빛, 무지갯빛이 되어 날아오르기 시작했단다. 마지막으로 153번째 오삼이를 만져줄 때 천사는 오삼이에게 말했어.


“용기 있는 물고기야, 어서 친구들이 있는 생명강으로 날아오르렴.”


오삼이의 몸이 순간 황홀한 금빛, 은빛, 무지갯빛으로 변했어. 그리곤 하늘로 훌쩍 날아올랐지. 오삼이는 천사와 함께 하늘나라의 생명강으로 훨훨 날아갔단다.








“천국은 용기 있는 사람의 것이란다.”



마 16:24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동화 오태현

그림 양재용

채색 박미라



부활하신 예수님의 식탁에 올랐던 선택받은 물고기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온몸을 주님께 드린 물고기처럼, 자기 몸을 전제로 부어드린 사도 바울처럼...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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