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태현 Jun 26. 2021

뚱보 아저씨네 행복 가게

사랑과 행복의 수레바퀴



이야기 하나.     


‘사랑의 집’ 원장님은 머리카락이 하얀 할아버지예요. 늘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복도 가운데 의자를 가져다 놓고는 거기 앉아 두꺼운 뿔테 돋보기 너머로 성경책을 읽으시곤 했지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서로 다투거나 하지는 않는지 지켜보시는 것이죠.     


‘사랑의 집’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꼬마 돼지저금통이 하나씩 있었어요. 이 저금통에는 그날 쓰고 남은 용돈을 모아두었죠. 할아버지 원장님은 아이들의 버스비랑 학용품비를 늘 모자라지 않게 주셨어요. 하루에 한두 개쯤 남는 동전을 아이들은 늘 돼지저금통에 모아두었다가 꼭 쓰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자유롭게 썼어요.     


어떤 아이는 동전을 일 년씩 모아 예쁜 운동화를 사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사랑의 집에 친구를 초대하는 파티를 열기도 했어요. 모든 아이들이 꼬마 돼지저금통에 열심히 동전을 모으는데 이상하게도 기쁨이의 저금통에 만큼은 동전이 하나도 없었어요. 항상 없는 건 아니고 일주일이 지나 천 원쯤 모이면 그 토요일에는 어김없이 텅 비고 마는 것이었죠. 할아버지 원장님은 늘 그게 궁금하셨어요.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할아버지 원장님은 두꺼운 뿔테 돋보기 너머로 성경책을 읽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기쁨이를 조용히 관찰하고 계셨죠. 얼마쯤 있으려니 기쁨이가 주머니 속에 동전을 짤랑거리며 제방에서 나왔어요. 그러더니 고아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어요.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말이지요.     

한참이 지난 후 기쁨이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어요.


“어디 다녀오니?”


“행복가게요.”


“그랬구나. 기분이 좋아졌니?”


“그럼요. 정말 기분이 좋아요.”


기쁨이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제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행복가게라고? 도대체 행복가게가 뭐지? 저렇게 신이 난 걸 보면 정말 재미있는 건 맞는데.’     


할아버지 원장님은 행복가게가 뭔지 아주 궁금해졌어요. 혹시라도 기쁨이가 잘못된 행복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지요. 그래서 다음 주 토요일엔 기쁨이를 몰래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어요. 

    

일주일이 금방 휙 지나가버렸지요. 할아버지 원장님은 일주일 내내 행복가게의 정체가 궁금했어요. 혹시나 기쁨이가 나쁜 습관이 든 것은 아닐지 걱정하기도 하면서요.


‘하나님, 우리 기쁨이가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면 용서해주시고 다시 예전의 착한 기쁨이로 돌아오게 해 주세요.’


너무나 걱정이 된 나머지 매일 밤 이런 기도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기쁨이의 저금통엔 일주일 새 열 개 남짓 동전이 모여 있었어요. 그날도 기쁨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문을 열고 달려 나갔어요. 할아버지 원장님은 조심스럽게 기쁨이를 따라나섰지요.     


기쁨이는 횡단보도를 세 개나 건너서 동네 끝자락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어요. 토요일 오후지만 동네의 작은 공원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지요. 장난감을 파는 사람도 없고 아이스크림 장사도 없었어요. 다만 공원 입구에 작은 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조그만 가게가 보일 뿐이었죠.     


기쁨이는 공원 입구에 세워진 작은 트럭 앞으로 달려갔어요. 그 작은 가게에는 “뚱보네 햄버거 가게”라는 작은 간판이 걸려 있었어요.


‘뚱보네 햄버거 가게!’


“오호호호!”


할아버지 원장님은 작은 간판을 보고서는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어요.


“햄버거 가게라는 말을 행복가게라고 잘못들은 게야! 오호호호!”     


할아버지 원장님은 조용히 숨어 기쁨이의 모습을 바라보았어요. 가게 주인아저씨가 야채와 고기를 볶아 빵에 넣는 모습을 바라보는 기쁨이의 표정은 기대로 가득했어요. 기쁨이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값을 치르고는 두 손으로 햄버거를 받아 들었어요. 햄버거를 베어 무는 그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지요.    

 

“나도 행복 하나 먹어봐야겠다. 옳지. 오늘은 우리 아이들 모두 행복하나 먹게 해야지.”


기쁨이가 돌아간 뒤 할아버지 원장님은 뚱보 아저씨네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스무 개 샀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사랑의 집’에는 ‘행복’ 파티가 열리겠네요.



                                                                                                    

이야기 둘.     


토요일 오후, 공원엔 뻥튀기를 파는 아주머니와 갖가지 모양의 풍선에 헬륨가스를 넣어 아이들에게 건네는 할머니, 부드럽고 달콤한 솜사탕 장수 아저씨도 나오셨네요. 아이들은 여러 모양의 보드와 자전거, 스케이트를 타며 놀고 있습니다. 공원 한 구석에 우두커니 앉아 친구들 노는 걸 구경하고 있는 영진이만 빼고 말입니다. 영진이 녀석은 벌써 며칠째 저렇게 앉아만 있습니다.     


“아저씨 특제 소시지 햄버거 하나 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영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아저씨는 양복을 점잖게 차려입은 손님이 오는 걸 못 보신 모양입니다.  

   

“여기 햄버거가 맛있다고 누가 그래서 왔어요.”


“아이고, 누군지 몰라도 제대로 속이셨네. 허허허.”


“네? 하하하. 그래도 맛있게 부탁드려요.”


“그럼 한 번 맛있게 만들어봅시다.”     


아저씨는 칼이랑 무쇠 주걱을 들고서는 마치 일하고 들어온 새신랑의 어깨를 구석구석 두드리는 새색시처럼 토닥토닥 고기랑 야채를 철판 위에 두드렸습니다. 이내 지글지글 맛있는 냄새가 피어올랐습니다. 

    

햄버거는 금세 만들어졌습니다. 양복을 입은 손님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햄버거를 받아 들고는 햄버거 둘을 봉지에 더 담아달라고 했습니다.     


“아! 이 햄버거 정말 맛있네요.”


“그렇게 허겁지겁 드시면 탈 나죠. 물 좀 드시면서 드세요.”     


아저씨는 자기가 마시던 커피잔을 싹싹 씻어서 물을 가득 담아 양복 입은 손님에게 내밀었습니다.     


“네… 네. 감사합니다.”     


양복을 입은 손님은 얼른 받아 마시다가 문득 커피잔을 쳐다보았습니다. 쳐다보다가 눈매가 부드러워졌습니다. 부드러워진 눈매에서는 조금씩 이슬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이 커피잔 어디서 많이 본 거네요.”


“아. 네. 제 아내가 시집올 때 혼수로 가져온 건데, 이젠 다 깨지고 이거 하나 남았네요. 허허. 제가 손님 기다리며 커피 한 잔 하려고 늘 가지고 다니는 거예요.”


“아! 그러세요?”     


애써 정색을 하는 손님을 보며 아저씨가 슬쩍 운을 띄웠습니다.     


“그런데, 눈빛을 보니 무슨 사연이 있나 보네요.”


“예. 이렇게 생긴 커피잔이 집에도 있지요.”     


양복을 입은 손님은 살며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왠지 궁금하네요.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아저씨는 아주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손님은 머뭇머뭇 입을 열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저희 집은 아주 가난했습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서 저와 제 동생, 두 형제를 키우셨죠. 안 해보신 일이 없을 정도로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고생하셨어요. 공장에 다니시기도 하고,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다가 시장에 나가 팔기도 하고, 식당에서 설거지도 하고 그러셨죠. 그렇게 십여 년 고생해서 푼돈을 모아 조그만 슈퍼마켓을 시작했어요. 시장 가까이에 있어서 그랬는지 처음엔 장사도 잘 되었고 어머니 인심이 좋아 단골도 많이 생겼었죠. 그런데 도시가 개발되면서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시장도 문을 닫고 결국 가게도 문을 닫아야 했어요. 그 덕에 빚을 져서 세 식구 살던 작은 빌라도 경매에 넘어가고 말았죠. 결국 우리는 멀리 시골에 계신 큰 이모님 댁으로 남몰래 이사를 해야 했어요. 언제 빚쟁이들이 쳐들어와 우리 세간을 다 걷어갈지 알 수 없었거든요.”     


양복을 입은 손님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동자를 꾹꾹 눌렀습니다.     


“작은 승합차를 한 대 빌려서 이사를 하는데, 묵은 살림이 왜 그리 많던지…. 결국 대부분 버리고 와야 했어요. 어머니는 한 말씀도 하지 않고 그 작은 차 안에 별의별 짐들을 다 실으셨죠. 그놈의 그릇은 왜 그리 많던지, 한 번도 안 쓴 그릇 상자들이 한 차는 되어 보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엄마, 이 그릇들 가져가지도 못할 텐데 놓아두고 가요.’ 그 말을 듣고도 어머니는 한참 동안 그릇 상자에서 눈을 못 떼셨어요. 이젠 더 실을 곳도 없는데도 버리고 가는 것이 아까우신지 어떻게든 실어보려 하셨죠. 결국 더 이상 싣지 못하겠다는 판단을 하셨는지 포기하시는 눈치였어요.”     


“그래서 결국 그 많은 그릇들을 못 가져오셨군요.”     


“아니요. 제가 운전석에 앉아 있는데 보조석 문이 열리더니 어머니께서 커다란 그릇 상자 둘을 안고 타셨어요. 가뜩이나 먼 길 가야 하는데 그 무거운 상자를 두 개나 안고….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더군요. 속에서 불덩이 같은 것이 올라왔죠. 그래서 이 막 돼먹은 놈이 어머니께 소리를 질렀어요. ‘엄마! 거기가 어딘데 이 무거운 걸 들고 가려고 그래요. 이 그릇이 그렇게 좋아요? 그러다 팔다리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네?’ 그때 참았어야 했는데….”     


“……”     


양복을 입은 손님의 눈에는 더 깊은 눈물이 맺혔고 아저씨는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제가 그렇게 소리 지르자 그동안 아무 말씀도 없으시던 어머니께서 눈물을 주룩 흘리시며 나지막하게 말씀하셨어요. ‘이 자식아, 너 장가가면 주려고 그래.’ 그때 어머니의 떨리던 그 입술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 대꾸도 못하셨겠네요.”     


“네. 그 말씀을 듣고 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운전만 했어요. 어머니는 결국 그 먼 길 상자 두 개를 안고 가셨죠.”     


“그 그릇이 바로…?”     


“네. 바로 이 커피잔과 똑같이 생긴 것이었어요. 여섯 벌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깨지고 두 벌 남았죠. 그래서 안 쓰고 장식장 안에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다 끝내고 나서야 양복을 입은 손님은 멋쩍은 듯이 씩 웃어 보였습니다.     


“어머님은 건강하시고요?”     


“몇 해 전 돌아가셨습니다. 아들한테 예쁜 그릇 한 상자도 못 받아보시고 돌아가셨어요. 사실 여기에 온 것도 어머니 때문이지요. 제 친구가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났는데 그만 그 충격으로 쓰러져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갔어요. 그 부인이랑 아이가 이 근처에 사는데 추석도 가깝고 해서 쌀이라도 한가마 몰래 실어다 놓고 가려고요. 그 집만 생각하면 어린 시절 우리 어머니가 떠올라서 견딜 수 없거든요.”     


“아! 그렇지요.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 마음을 헤아릴 수 있죠.”     


“아이쿠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친구 부인 퇴근하기 전에 얼른 가야 해요. 준다고 덥석 받을 사람이 아니거든요. 아저씨 햄버거 잘 먹었습니다. 많이 파세요. 그리고 여기 햄버거 정말 맛있습니다.”     


양복 입은 손님은 허겁지겁 햄버거 담은 봉지를 들고 주차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뚱보 아저씨는 그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래, 세상은 아직 살만 해.”     


아저씨는 다시 토닥토닥 햄버거 속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 다섯.     


뚱보 아저씨는 햄버거 장사를 한 지 일 년이 다 되었습니다.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실직자가 되었거든요. 그러면서 시작한 일이 햄버거 장사였어요. 집에 있던 돈을 끌어 모아 작은 트럭을 하나 샀고 거기에 포장을 입히고 간판을 달아 작은 이동식 햄버거 가게를 만들었지요. 텃세가 세서 번화가에서는 못하고 동네 어귀의 작은 공원 앞에서 장사를 시작했어요.     


뚱보 아저씨는 불행했어요. 늘 얼굴에 근심이 떠나지 않았죠.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 돈을 좀 더 많이 벌면 행복할 텐데. 이렇게 조그만 공원 구석에서 햄버거나 팔면서는 행복할 수가 없잖아.’     


햄버거를 파는 일도 쉽지는 않았어요. 어떤 사람은 햄버거를 사 먹고는 맛이 없다고 화를 내기도 했어요. 어떤 사람은 햄버거 열 개를 사면서 하나 공짜로 달라고도 했지요. 그런 사람들은 참 얄미웠죠. 그나마도 햄버거가 잘 팔리는 날에는 기분이 좀 나아졌지만 햄버거가 잘 팔리지 않는 날에는 ‘난 불행해.’라고 생각하곤 했지요.     

토요일 오후만 되면 ‘뚱보 아저씨네 햄버거 가게’에 작은 소녀 하나가 어김없이 찾아왔어요. 이 소녀가 유일한 단골손님이었죠. 통통하고 뽀얀 얼굴에 볼이 빨간 소녀는 동전을 한 움큼 쥐고 와서 가게에서 제일 값싼 햄버거를 주문했어요. 뚱보 아저씨가 야채를 탁탁 썰어 철판 위에 올려놓고 볶기 시작하면 소녀는 “우와!”하고 신나게 소리쳤지요. 빵 위에 올린 야채와 고기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맛있게 먹어치우는 모습이 뚱보 아저씨에겐 예쁘게만 보였습니다.     


“너는 이름이 뭐니?”


“기쁨이요.”


“몇 살이니?”


“아홉 살이요.”     


기쁨이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처럼 보였어요. 밝고 예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집이 여기서 머니?”


“횡단보도를 세 번 건너야 해요.”


“길이 위험한데 아빠랑 같이 오지.”


“아빠는 돌봐야 할 사람이 많아서 바쁘세요.”


“정말 대단한 분이신가 보구나?”


“네. 우리 아빠는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정말 행복해요.”     


뚱보 아저씨는 집에 있는 동갑내기 딸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딸은 아빠가 능력이 없어서 늘 불행한데.’


아저씨는 자기 딸이 기쁨이처럼 행복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던 토요일 오후 어김없이 기쁨이는 ‘뚱보 아저씨네 햄버거 가게’에 찾아왔어요. 맛있게 햄버거를 먹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갔지요. 뚱보 아저씨는 기쁨이의 행복한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기쁨이가 사라지고 난 뒤,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한 분이 가게로 다가와 햄버거를 스무 개나 주문하셨어요.     

“방금 다녀간 여자아이 아시죠? 제가 그 아이 아빠랍니다.”


“네? 정말 늦둥이로군요?”


“늦둥이요? 오호호! 저는 사랑의 집 원장이에요.”


“예? 사랑의 집이라면 저 길 건너에 있는 고아원 말씀이신가요?”


“네. 그래요.”     


뚱보 아저씨는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아저씨의 머릿속은 많은 생각들로 복잡해지기 시작했지요.  

   

할아버지는 기쁨이의 ‘햄버거 가게’라는 말을 ‘행복가게’로 잘못 들어 오해한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크게 웃으셨어요.     


“아 그 녀석이 얼마나 행복한 표정으로 들어오는지 글쎄 ‘햄버거’가 ‘행복’으로 들렸지 뭐예요? 오호호호! 오늘은 우리 아이들 모두 ‘행복’ 하나씩 먹여주려고요. 허허허!”     


햄버거 스무 개를 봉지 두 개에 나눠 들고 가는 할아버지 원장님의 뒷모습도 기쁨이의 뒷모습처럼 행복해 보였습니다.     


한 참 바라보던 뚱보 아저씨는 비닐장갑을 벗어던지고 할아버지 원장님을 불렀어요.    

 

“저… 원장님,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오늘은 이렇게 사가시지만 다음 토요일부터는 제가 이 시간에 사랑의 집으로 찾아가겠습니다. 기쁨이에게도 동전 많이 모아서 다른 친구들처럼 더 좋은 것을 사라고 전해주세요. 햄버거는 제가 매주 선물로 주겠다고요. 아시겠죠?”     


그날 이후로 토요일만 되면 뚱보 아저씨는 행복해집니다. 토요일에는 ‘뚱보 아저씨네 햄버거 가게’가 ‘뚱보 아저씨네 행복가게’로 바뀌거든요. 이제는 더 이상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저씨네 가게에는 행복이 가득 실려 있기 때문이죠.     


오늘도 뚱보 아저씨는 ‘햄버거’라는 글자 위에 ‘행복’이라는 종이를 덧붙이고 사랑의 집으로 향합니다. ‘행복’ 스무 개를 배달하려고 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삼이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