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부터 책 출간까지의 현실적인 과정

by 익준


1. 집필하게 된 계기

들여다 보기 싫은 흉터가 있는가. 나는 꽤 많았다. 나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다 섯번의 이직을 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있어서 이직했냐'고 물어볼 때면 얼버부리기 바빴다. 그 과정은 내게 있어서는 실패의 과정이었고,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서 깨달았다. 상처는 감추기만 해서 나을 수 없다. 아프더라도 공기가 닿고 딱지가 앉아야 비로소 새살이 돋아난다. 나는 그렇게 과거의 나를 기꺼이 드러내기로 했다.


2. 시 작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여러번 써봐서 어느 플랫폼에서 써야할지 가닥이 잡히는데 에세이는 도저히 모르겠다. 그래서 무작정 네이버 블로그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에세이는 처음이었다. 내 삶을 글로 옮기는 작업은 곤욕이었다. 소설을 쓸 때면 상상했던 걸 어떻게 채워넣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면, 에세이는 그 방대한 사건과 감정을 어떻게 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3. 채널 옮기기

글의 양이 쌓여갈 무렵 에세이를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을 발견했다. 바로 여기 브런치였다.

생각해보니 처음으로 나를 '작가'로 인정해준 곳은 출판사가 아니라 브런치였다.


4. 위 기

처음의 취지와 다르게 내 글은 변명과 자기 합리화의 일색이었다. 퇴사했던 상황들을 어떻게든 나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읽어도 구차하고 지지부진한 글처럼 느껴진 것이다. 나중에는 글을 쓰는게 아니라 세상에 없어도 될 소음을 만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처음 펜을 놓았다. 다시 글을 쓰게 한 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내 브런치 글을 읽은 사람들이 후기를 남겨줬다. 부족하고 볼품없는 글이었는데 잘 읽었다고, 왜 다음 편은 올리지 않냐고 물어봐주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다시 펜을 들었다.


글을 쓰는 중 팔이 부러지는 사고도 있었다. 복합 골절이라 왼 손 하나로 작업을 해야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목표한 분량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자 욕심이 생겼다. 어떤 형태로든 책으로 펴내고 싶어진 것이다. 브런치는 출판사에서 종종 컨택을 한다고 했기에 연재 중 기대한 것도 사실이이었다. 하지만 출판사 컨택은 없었다.


5. 투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책을 펴내고 싶었다. 두 가지 방식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출판사 투고였고 두 번째는 전자책 출간이었다. 후자는 허들이 낮았고, 언제든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나는 최대한 많은 출판사에 투고를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전자책을 출간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투고를 받는다는 출판사에는 전부 이메일을 보내봤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이메일을 읽지도 않는다. 한 달쯤 시간이 지났을까. 한 출판사에서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독립 출판도 아니었고, 계약금도 준다고 했다. 나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6. 재 수정의 과정

1월부터 시작된 탈고 작업은 3월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끊임 없는 수정의 과정이었다.

나를 가장 괴롭히는 건 과거의 나 였다.


나는 왜 이런 거지 발싸개 같은 글을 써놨을까.

수정하고 다시 쳐다보면 새똥 만도 못한 글이다.

수정하고 다시 쳐다보면 여전히 쓰레기 통에 있는 휴지 같은 글이다.

수정하고 다시 쳐다보면 길 가에 굴러다니는 돌 같은 글이다.


몇 번을 수정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이제야 좀 봐줄만한 글이 된 것 같을 때는 출판사도 더 이상 못기다려 준다는 말을 해왔다.


"이제는 출간 하셔야해요."

여전히 부끄러운 글이었지만 세상에 선보여야할 순간이 온 것이다.


7. 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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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면서 신기한 일들이 많았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연이 끊어졌다고 생각한 에세이 속 인물들과 연락이 닿기 시작했다.


pw-az1sytsJP4hPHX4il6SuRMys.jpg 에피소드의 주인공이었던 지점장님이 어떻게 알았는지 직접 댓글을 달아주셨다.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더 많은 분들이 응원의 메세지를 전했다. 부족한 글을 재밌다며 용기를 북돋아 줬다. 세상은 상상 이상으로 따뜻하다.


예상치 못한 분들이 출간을 축하해주셨고, 통 큰 구매 행렬에 동참해줬다. 정말 감사하다.


출간까지의 과정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창작은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하는데, 퇴고는 창자를 끊는 괴로움이었다. 하지만 결과물을 보니, 그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보상 받았다. 1분의 보상이 몇 년의 실패를 보상한다 했던가. 참으로 진실이다.


책 출간 소식을 알리면 주변에서 꽤 많은 분들이 자신도 책을 내고 싶어했다고 고백을 해왔다.

갑자기 분위기 고백타임. 나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구하는데, 내가 한 조언은 단 하나였다. 지금부터 글을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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