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승리

by 익준

사람들은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신 만의 신조 혹은 가치관 같은게 생기지 않나요?

이를테면, 친구 사이에 돈 거래를 하면 안돼. 같은 단순한 것 부터 아무도 믿지마라, 오직 스스로만 믿어라. 같은 삶에 전반적 태도를 결정하는 본인 속에 새겨둔 문장 같은 것 말입니다.


살아온 경험을 통해 어성하게 나마 만들어진 '하나의 가설'

그것이 우연에 우연을 거듭한 끝에 운 좋게 입증되는 순간이 제가 생각하는 재앙의 순간입니다.


입증되는 순간은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작은 성공 (이를테면 승진이라던가, 주식 투자 성공, 부동산 투자의 성공) 이나, 큰 성공(사회적 명예를 드높이거나, 누구나 알 법한 대단한 상을 수상하는 일)이 계기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가설이 '입증'되버린 셈입니다. 그 때부터 그 사람은 자신이 걸어온 길이 당연하게도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그건 오직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사례입니다. 따지고 보면 우주적 행운이 뒤따라 만들어진 우연의 결과물일 뿐이지요. 하지만 사람은 본디 1인칭 시점으로 살아가고, 오직 한 번의 삶만 살게 되니 간단하게 자신의 방식이 정답이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그 사람은 자연스레 자신의 방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설파합니다. 강요합니다. 사실 이건 주변 사람들 입장에서 귀기울일만한 조언이 되거나, 시끄러운 자기자랑 정도로 여겨지기 때문에 삶을 망칠 정도의 재앙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가설이 증명되어 버리는 일은 사실 성공한 본인에게 재앙이 됩니다.


사람은 미완성의 존재라 끊임없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성장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불완전 변수일 수도 있고, 혼돈의 상태, 엔트로피적 존재라고 부를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존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줍잖은 가설이 증명되버리는 순간, 그 사람은 스스로의 손으로 앞으로 생겨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은 완전히 닫아버립니다. 누군가의 조언도, 가르침도 필요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렸으니까요.


거대한 철문은 굳게 닫히다 못해 다시는 열리지 않게 납땜으로 떼운 것 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자신은 완성된 존재라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존재에서, 한 번 뿐인 성공에 도취한 존재로 영락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저는 아직까지 제 안에 있는 어설픈 가설들이 증명되지 않은 이 순간이야 말로, 무한한 성공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집필부터 책 출간까지의 현실적인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