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SNS나 유튜브에는 유독 자주 보이는 제목이 있습니다.
"이것만 알면 얼마 번다."
"이 걸로 얼마 벌었다."
"이거 모르면 손해"
"지금 당장 확인하라."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비슷한 말들이 쏟아지고, 저는 슬슬 불안에 사로잡히기 시작합니다.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 순간부터 마음이 다급해지고, 결국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누르고 맙니다. 보이는 족족.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는 이들에게 저는 참으로 쉬운 먹잇감일 겁니다.
대부분의 영상이 비슷합니다. 제목은 "이 방법만 알면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인데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말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하루 몇 분만 투자하면 된다던 설명 속에는 세팅만 하루가 걸리는 절차와, 수많은 사전 지식이 깔려 있죠.
‘나만 이렇게 어렵나?’
그런데 화면 속 사람들은 그 모든걸 너무 쉽게 해냅니다.
그럴때면 평균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먼 지점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슬픈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쯤이면 영상은 거의 끝에 다다라 있고,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더 알고 싶다면’이라는 말과 함께 유료 강의나 책 광고가 등장합니다.
실제로 성공, 자기계발 주제에 영상이나 책을 접할 때면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걸어온 길이 '정답'이라고 말합니다.
"이대로만 하면 당신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건 풀지않은 수학 문제의 답지를 먼저 보는 느낌입니다. 모든게 명쾌하고 명확하기에 손쉬워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문제를 풀어보면 좀 처럼 손이 나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해석을 본다고, 내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접 문제 앞에서 고민하고 골몰해야 실력이 쌓이는 것 처럼,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유의 힘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일상에는 무수히 많은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거기에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성공공식이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그 변수들을 무시한 채 하나의 공식을 모든 인생에 적용한다는 발상은 가장 단순하면서 위험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걸어온 길이 옳다고 믿습니다. 그들에 그것이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길이 타인에게도 적용했을 때 결과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성공의 재현이 불가능한 이유는, 성공은 결과가 아니라 맥락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성공이란 환경, 상황, 배경, 인물과 이해관계 등 무수한 변수와 복합적인 영향으로 만들어진 우연의 결과물이란 뜻입니다.
Talent vs. Luck: The role of randomness in success and failure’(Pluchino et al., 2018) 연구는 노력과 재능이 성공을 결정한다는 전통적 믿음이 과대평가된 신화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흔히 ‘열심히 하면 반드시 된다’고 말하지만, 그 ‘된다’는 결과가 얼마나 많은 우연과 외부 조건에 의존하는지 잊습니다.
성공이라는 결과를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게 아니라, 부단히 노력하는 길에 성공이라는게 우연의 산물이 찾아오는 것이죠. 결국 성공이 그러하듯 그것을 향해 나아가라 외치는 자기계발 산업은 허상이자 신기루 같은 것입니다.
그저 우리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며 희망을 팔 뿐입니다. 그들의 공식은 ‘성공’을 위한 ‘소비’를 조장합니다.
그렇게 성공을 팔고, 시간과 기대를 사들입니다. 그러나 그 기대의 끝은 대부분 ‘남의 시간을 뒤쫓는 반복’으로 귀결됩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쫓는 행위는 때론 자연스럽고 합리적으로 보일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실패하지 않을꺼란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100점 짜리 정답지는 아닐지라도 0점은 아닐꺼라는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극적이게도, 역사는 늘 '정답의 무너짐'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동양 의학은 서양 의학에 자리를 내주었고, 아날로그 기업들은 디지털 세대에게 왕좌를 넘겼습니다. 한때 절대적이라 여겨졌던 진리와 방식들은 결국 시간의 흐름 앞에서 무너지고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것은 단 하나의 사실을 증명합니다.
절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자기계발이라는 이름하에 소비되는 것들은 결국 누군가의 길을 따라 걷게끔 강요합니다.
쉬워보일 수 있으나 그 길은 이미 닳아 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길 포기하고 후발주자로서 기존의 길을 답습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언제 차례가 끊길지 모르는 행렬의 말단에 서게될뿐입니다.
그러므로 그들과의 간격을 조금이라도 좁히려면,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유해야합니다. 그리고 믿어야 합니다. 그들보다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 있으리란 믿음.
그것이 수동적인 자기발전에서 능동적인 자기계발로 향하는 첫 단추가 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