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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헌 Jun 30. 2024

도대체 "기획이란?"

7년차 문화기획자가 생각하는 기획의 의미


나는 "기획"을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본다.


요새,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7년 차 문화기획자입니다"라고 대답한다. 도대체 "기획자"라는 직업이 과연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아주-살짝 있어 보이고, 어떻게 보면 애매한 직업인 거 같다. 특히 내가 속한 문화기획자는 더 그렇다. 오늘은 필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기획이라는 일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기획이라는 단어는 많은 영역에서 쓰이고 있고, 어디에나 붙어 있다. 그래서 이 단어를 백과사전에 검색해봤다. 크게 두 가지의 의미가 나온다. 하나는 일을 꾀하여 계획한다는 의미가 있고 다른 하나는 기발한 계획이라는 의미가 있다.      

많은 대학생, 주니어급 기획자들은 두 번째 의미인 기발한 / 색다른 / 특별한 무언가 만드는 게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문화기획을 이야기할 때 더 그런 모습들이 보인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대학생 때 그렇게 생각하면서 콘텐츠를 기획해왔기 때문이다. 문화기획을 한 지 7년 차로 접어드는 시점에서는 첫 번째 의미로 문화기획을 바라고 보고 있다. 즉, 설득력 있는 계획을 통해 일이 최대한 잘되게 만든다는 의미로 기획이라는 워딩을 사용한다.

그리고 더 명확하게 말하면, 기획은 문제해결의 과정이다. 나는 현장에서 기획을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활용한다. 그리고 그 기획은 "와 이번에 멋지고 재밌는 거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하지 않고, 나는 이 지역/사람/의뢰인의 문제는 무엇이지? "문화"기획을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지? 그리고 이 생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어떻게 구성해야할까?등의 질문들을 하는 과정을 갖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획은 두 가지 파트에서 기능한다. 첫 번째는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때, 두 번째는 실행할 때 활용된다. 나는 공공기관 혹은 준공공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일을 많이 했다.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 문화예술 활동이 그들의 머리에 그려져야 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이 달성해야 하는 정량/정성 지표들이 채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플랜과 레퍼런스
그리고 아, 제가 해봤는데요

이 역할은 "기획"이 한다. 이 과정에서 정말 좋은 두 가지의 재료가 있다. 바로 구체적인 플랜과 레퍼런스(꼭 내가 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벤치마킹이란 방법도 있다) 그리고 마법의 단어가 있다. "아, 제가 해봤는데요"이다. 문화 활동은 늘, 항상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벤트다. 그러므로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생소한 활동들이 많다. 그런 과정에서 직접 해봤다고 이야기해주는 것은 그들을 안심시켜준다. 그렇게 공공기관들이 유사 사업을 진행한 업체들과 함께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설득과정에서 제가 해봤는데 이거는 이렇게 하면 됩니다. 혹은 말씀하신 방법도 좋았는데, 저도 비슷하게 한 적이 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대신 이렇게 해보는 거 어떠세요? 라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논의한다.

변수

 기획은 실행 단에서도 중요하다. 한 선배 기획자가, 문화기획을 하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체계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문화예술이라는 추상적인 것을 실체화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체계적으로 이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상당히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현장은 변수 그 자체이다. 프로그램의 결과는 변수를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그 변수를 잘 대처했을 때 나름의 쾌감이 있다. 기획하면서 정말 디테일한 변수까지 생각하면서 계획한다.

나 같은 경우는 프로그램 교보제를 제작하여, 틀을 만들어 두기도 하고, 행사 당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챙겨야 할 것을 리스트로 만들어 팀원들이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 시간대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뭔가 나는 희열을 느낀다.


문화기획을 창의성을 배제하고 너무 문제해결의 관점에서만 말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문화기획에서 창의성은 기본적으로 전제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것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그냥 하면 된다. 하지만 문화기획"자"는 직업이다. 업의 개념에서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문화예술이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이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문제들을 해결하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이를 통해 우리 삶에서 문화예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기획자들은 문화를 통해 하나둘씩 지역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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