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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복 Jan 12. 2019

질문 속에 성장의 씨앗이 숨어 있다

카메라 부품을 만드는 공장의 구매팀에서 근무하는 김 과장은 새로 온 상사에게 결재를 올렸다. 부품의 구매 단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상사는 김 과장에게 물었다. 먼저 부품의 소재는 무엇이고, 두께와 길이는 얼마나 되는가? 와 같은 질문들을 던졌다. 김 과장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로 쉽게 답을 할 수 있었다. 으쓱하며 이제 다 되었구나 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상사는 질문을 이어나갔다. 

 

이 부품과 맞물리는 부품은 무엇인가? 이 부품은 여기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 이 부품은 어떤 서브 모듈에 통합되는가? 여기서 어떤 기능을 하나? 현재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부품의 두께를 줄일 수 있나?  

이 질문들에는 전혀 답을 하지 못했다. 평상시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과장의 마음속에서 이전 상사의 얼굴이 스쳐갔다. 그 사람은 전형적인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그대로 하면 돼!) 스타일이었다. 자신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 일에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라고 생각했다. 다른 의견이 나오면 사사건건 끼어들어 “그게 아니야!”를 연발하면서 자기의 답을 주었다. 질문도 하지 않고 답을 콕 찍어주는 이런 스타일에 익숙하던 김 과장은 새로 부임한 상사의 송곳 같은 질문에 크게 당황했다. 


그때 상사는 “김 과장은 무엇을 알고 있나요?”라고 물었다. 다혈질이고 자존심이 세기로 소문이 자자한 김 과장은 순간적으로 열이 나서 “회사에서 과장을 달아준 것은 아는 게 모르는 것보다 많아서 달아준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답을 했다. 하지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공장 라인에 가서 여러 가지 공부를 했다. 단순히 부품 하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눈이 생겼다. 이제 회사에서는 그를 ‘구매부문의 작은 거인’이라고 부른다. 비록 직급은 과장이지만 구매에 있어서는 큰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상사에게 결재를 올리면 송곳처럼 날카로운 질문으로 저를 긴장시키곤 합니다. 그 자리에서는 ‘내가 왜 이런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나?’라는 아쉬움이 참 많이 남곤 합니다. 서류를 만들 때는 머리와 몸이 참 힘들지만 결재를 받고 나면 ‘뭔가 배웠다’라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제 그는 상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좋은 질문은 이렇게 사람을 크게 성장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질문 속에 성장의 씨앗이 숨어 있는 것이다. 성장의 씨앗은 질문을 할 때 비로소 움이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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