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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태언의 테크앤로 Apr 18. 2016

인터넷 산업 진흥 20년의 초라한 성적표

2000년대 이후 창업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극소수

온라인 산업이 태동하던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전자상거래, 포털사이트의 발달로 인터넷이 북적대기 시작하던 무렵, 명예훼손이랄지 전자상거래 사기, 개인정보 거래 등 소위 인터넷 역기능도 함께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정부는 인터넷 산업의 역기능을 통제하겠다며 온라인 규제 도입에 착수한다. 규제 방식은 소위 인터넷 기업들에게 역기능을 방지할 법적인 행위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역기능의 원인은 소위 우리나라의 문화 전반에 남아 있는 불법 풍조이며 그것이 온라인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에 불과함에도 인터넷 기업들이 장을 열었으니 이를 책임지라는 발상이다. 지금도 정부의 역기능 규제방식은 인터넷 기업들에게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범죄를 막을 의무는 국가가 지고 있음에도 민간기업에게 이를 떠넘기는 무책임한 발상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2016년 오늘, 그로부터 물경 2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가 그렇게 인터넷 산업 진흥을 외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산업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창업한 인터넷 기업 중에 글로벌 대기업으로 발전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인터넷 대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옥션, 넥슨, 엔씨소프트는 90년대에 창업해 해당 업종을 선점할 수 있었던 덕에 그 후 불어닥친 규제를 이겨내고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생각한다.


최근 모바일 경제의 고도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기업들이 전통산업에 진출하는 O2O(Online to Offline) 현상이 심화되자 곳곳에서 전통과 혁신의 법률 전쟁이 발생하고 있다. 전통산업을 지지하는 전통적 정부부처들은 전통산업의 편에 서서 온라인 산업의 박해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각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플랫폼을 장악한 글로벌 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들이 긴요한 시점인데도 말이다.


미국은 인터넷 산업에 대한 규제를 잘 도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넷 사업자는 그 이용자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단순 전달자(Carrier)라는 입장에 서 있다. 연방의회에서 입법을 워낙 신중하게 하고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이 없는 결과 새로운 현상에 대한 규제는 기본적으로 'Wait and See'정책을 취한다. 이는 문제점이 부각될 때까지 섣불리 규제하지 않는 입법 문화로 이어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 9월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을 면담하고 난 후 시애틀로 날아가 29개 기업의 미국, 중국 인터넷 기업 CEO들과 사진을 찍는다. 중국 공산당의 선택은 인터넷 산업 육성으로 미국 기업들의 서비스 침공에 맞서 중국 인민들의 산업과 데이터를 지켜내겠다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함이다.

2015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국-중국의 인터넷기업 대표들. 여기 모인 기업가치는 무려 3,166조원. 중국 공산당의 인터넷산업에 대한 메시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핀테크, 헬스케어 테크, 카테크 등 융합산업은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들이 박차고 나가서 글로벌 회사들과 특허전쟁을 벌여야 하는 산업으로 오프라인형 규제를 온라인형 규제로 바꾸어야 하는 전면적 규제 변혁(regulative transformation)이 필요한데도 정부는 컨트롤타워 없이 꾸물거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차원에서 해결하기에는 벅차 보인다. 규제 변혁이란 규제의 플랫폼을 온라인 시대에 맞게 바꾸는 것으로 몇가지 마이너한 규제해소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모바일 시대에는 오프라인 시대와 다른 산업정책을 가져가야 한다.


이러한 국내규제가 국내 인터넷산업에 글로벌 거인들의 진입을 막아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국제무역에 있어서 보호주의와 자유무역주의의 대립은 이미 결론이 난 논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으로서 회원국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어 내국인대우 등 국제법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나라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규제장벽은 해외 강자의 국내진입을 막아주는 긍정적 기능보다 국내 기업들의 성장을 막는 역기능이 너무 큰 상황이다. 온라인산업이 컨텐츠산업이나 상거래에 머물러 있던 2010년 이전에는 그 폐해가 눈에 띄지 않았지만 O2O가 활성화되어 오프라인산업으로 온라인 기업들의 공습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시대가 되자 이제는 국가산업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속히 정부체제의 디지털 변혁과 규제정책의 디지털 변혁이 요구되고 있다.


나는 이런 초라한 성적표가 인터넷 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에 기반한 범국가적 정책을 연구하지 않고 그때그때 정부의 인터넷 산업에 대한 권한 강화를 위한 국내형 규제를 도입해 온  지난 20년의 인과응보라고 믿는다. 4차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데이터 테크놀로지(DT)로 무장한 글로벌 인터넷 대기업들이 오프라인  산업분야를 조만간 휩쓸게 될 것이 명백하고 국내에도 이런 현상은 이미 상륙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규제로 상징되는 앙시앙 레짐은 혁신의 편을 들어주기 힘들다는 역사의 명제 앞에서 굴복해야 할 것인가. 다음 세대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파워엘리트를 키워내지 않고서는 국가의 미래가 불투명한 현 글로벌 생존경쟁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래를 위해 실질적인 규제 변혁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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