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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태언의 테크앤로 Aug 15. 2016

크라우드 펀딩이 하드웨어 창업지원자가 되려면

제도를 만들려면 화끈하게 만들어 달라

http://techm.kr/bbs/board.php?bo_table=article&wr_id=907


크라우드 펀딩이 하드웨어 창업지원자가 되려면


벤처기업 창업 초기에는 종잣돈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할 수 있지만, 본격적인 기술개발, 생산, 그리고 마케팅 단계에 들어서면 수억~수십억 원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사업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필요자금 대비 가용자금이 부족한 시기를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부른다. 신생·벤처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쉽게 통과하는 방법 중 하나로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들 수 있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이를 제품화하는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업체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 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킥스타터(KickStarter)’다. 킥스타터는 ‘지원을 통해 창조의 후원자가 돼라(Fund and Follow Creativity)’는 철학을 바탕으로 2009년 설립됐다. 음악, 영화, 예술, 기술, 디자인, 출판 및 창조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프로젝트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중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킥스타터는 목표금액이 100% 도달했을 때 해당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목표금액에 미달했을 경우 모든 금액을 후원자에게 환급해주는 ‘전부 아니면 제로(All-Or-Nothing)’ 펀딩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킥스타터에서 이뤄졌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시계인 ‘페블 타임(Pebble Time)’에 대한 펀딩이다. 이 펀딩에 총 6만 8929명이 참여했으며 초기 목표였던 10만 달러를 훨씬 초과해 1030만 달러(약 109억 원)를 펀딩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대한 펀딩 성공은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인식 확대에 기여했다.


유사수신행위로 형사처벌 가능


국내에는 크라우드 펀딩이 지분투자형, 대출형, 기부 및 후원형 등 20~30개 존재하나 법령상의 규제가 많다. 한편,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은 어느 유형에도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논란의 대상이다. 이를 대금을 지급하고 완성된 물품을 수령하는 민법상 매매계약(민법 제563조)으로 볼 경우, 프로젝트가 실패하거나 중단될 때 투자자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가 가능해 대량 환불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유사수신행위는 법령에 따른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행위를 말한다.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받는 행위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며 이를 금지하고 있다.(유사수신행위법 제3조) 투자자가 특정 프로젝트에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고, 크라우드 펀딩이 원금을 보장해준다고 한다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해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을 투자로 본다면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게 된다. 지분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은 거의 대부분 자본시장법상 지분증권 또는 투자계약증권(Investment contract)에 해당돼 자본시장법의 규제대상이 된다. 단순히 기부행위로 본다고 하면 1000만 원 이상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 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 등록이 필요하고, 위 법상 규정하고 있는 사업 종류를 벗어나는 목적으로 모집하는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미국은 이미 2012년 3월 ‘잡스(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법’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규율을 시작했다. 우선 크라우드 펀딩 자체를 합법화했다.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은 잡스법을 통해 규율하고,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은 지분형과 유사하게 사업구조를 유도해 감독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06년 세계 최초 P2P 대출업체인 조파(Zopa)가 출현한 이후 관망하는 입장을 취하다가 지난해 4월 영국금융감독청(FCA)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감독 규정을 제정했다. 미국의 잡스법과 같이 크라우드 펀딩을 육성 및 지원하면서도, 투자자들은 순투자가능자산의 10%까지만 투자할 수 있고, 발행인은 투자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고지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도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수요 증가라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른바 ‘크라우드펀딩법’)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크라우드 펀딩이 신생기업에 대한 혁신적인 자금조달 수단이 되고 있어 창업·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크라우드펀딩법은 온라인을 통한 소액의 증권공모를 가능하게 해 창업·벤처기업의 실질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개별 기업은 온라인으로 연간 7억 원까지 모집할 수 있고,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한도는 투자자 기준으로 500만 원(동일기업은 200만 원)으로 제한하되 개인의 연간 투자규모는 제한을 두지 않아 개인 투자자가 손쉽게 분산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공시규제 완화에 따라 투자자가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발행인의 정보를 게재하도록 하고 광고행위를 제한해 온라인 소액투자중개업자가 중립성을 유지하고 발행인에게 배상책임을 부여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투자? 구매? 용어부터 정확하게 

창업·벤처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우선 프로젝트에 투자를 받는 것의 법적 성질을 명확히 해 장래 발생할 법률상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킥스타터나 국내의 와디즈 경우 ‘구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일견 그 법적 성질이 매매계약인 것으로 보이나, 앞서 언급한대로 법적 성질의 불명확성은 그래도 남아 산업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당사자 모두에게 명확하도록 제도정비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이런 유형의 크라우드 펀딩과 이를 통한 중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 제한이 필요하다. 프로젝트의 내용이 현행 법령에 반하는 것이 명백하거나 해당 프로젝트에 의해 피해 받은 투자자의 신고가 있음에도 이를 방조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사업자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함으로써 사업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부여해야 한다.


핀테크 산업의 한 분야로 하드웨어 크라우드 펀딩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관련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막힌 규제의 틀이 아닌, 새로운 열린 관점의 접근이 요구된다.

<본 기사는 테크M 제27호(2015년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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