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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태언의 테크앤로 Aug 15. 2016

핀테크 규제, 무엇을 놓치고 있나

금융산업의 주도권이 디지털 권력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http://techm.kr/bbs/board.php?bo_table=article&wr_id=585

핀테크 규제, 무엇을 놓치고 있나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현실 세계의 오프라인 사업모델이 가상 세계의 온라인 사업모델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O2O(Online to Offline)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중국의 알리페이, 미국의 애플페이로 대표되는 핀테크 열풍 역시 이 O2O 현상의 일종이다. O2O 모델인 우버의 성장으로 자가 운전 이용자와 택시 이용자가 줄어들어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운송사업이 경쟁자가 되고 있듯이, 핀테크 산업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축은 결제 서비스 모델인 알리페이, 애플페이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의 서비스와 이체 및 대출서비스에 대한 미국의 유가증권 발행 모델인 랜딩클럽, 영국의 대출형 모델인 P2P 모델이 전통적인 금융기관과 경쟁자가 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소규모 P2P 금융사이트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폐쇄시켰다. 핀테크 산업 규제도 인터넷 산업에 대한 정부의 발 빠른 규제가 낳은 또 하나의 공공의 실패로 기록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난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상거래, 포털 사이트, 온라인 게임 등 초기 인터넷 커머스가 발전했을 때 정부당국이 심혈을 기울인 것은 이른바 규제의 O2O였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보호, 정보보호, 청소년보호, 음란물·명예훼손 차단, 저작물 보호 등으로 대변되는 규제는 외국기업이 아닌 한국기업들이 역차별 당하는 현상을 초래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인프라 강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고, 세계적인 IT서비스 회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우리나라의 금융 서비스 회사들은 강력한 인허가제를 통한 진입규제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영위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핀테크 산업이나 외국 산업의 국내 진출에 대한 진입규제가 급격히 붕괴되는 시점에서는 온라인 서비스 능력을 갖춘 금융회사 혹은 핀테크 기업과 협력하는 금융기관이 생존경쟁에서 유리해질 것이다. 

다만, 금융회사들은 글로벌 IT회사들의 O2O역량에 비해 열악한 IT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을 통해 O2O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금융산업의 주도권이 글로벌 IT업체로 넘어가는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명동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알리페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서비스는 본질상 가장 IT서비스에 적합한 산업으로 국경을 넘어서까지 제공되고 있다. 

온라인 IT 서비스 거인들이 오프라인을 장악해 나가는 상황이 O2O라면, 금융산업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경쟁상대는 국내의 중소규모 핀테크 업체가 아닌 글로벌 IT회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대출형 서비스 모델에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혹은 준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이 있다. 미국의 준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인 랜딩클럽은 P2P 금융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랜딩클럽의 성장을 지켜보다가 산업으로의 성장잠재력을 간파하고 일정기간 서비스를 중지시킨 상태에서 증권발행형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의 양성화 모델을 완성시켜 핵심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랜딩클럽의 경우 투자자의 원리금수취권을 증권화 시킨 ‘특수 유가증’(Payment dependent note)을 발행하는 투자 계약을 허용하고, 증권법 규칙 제415조에 따라 공시의무를 이행하며, 유가증권 거래 플랫폼에 따라 유통하는 증권형 혹은 준대출형 크라우드펀딩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영국의 조파(Zopa)사 모델은 유가증권의 발행 없이 당사자 사이에서 곧바로 대출을 일으키는 형태로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을 양성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서비스들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다. 

투자자에만 초점 둔 규제


결국 기존 금융산업 관련 규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인허가 된 상품에 대해서만 허용되고, 새로운 서비스 모델은 무조건 나쁘다는 총론적 차원의 논의만 진행된 측면이 강하다. 

지금부터라도 선진국과 비교해서 산업을 지나치게 억누르고, 소비자의 금융 서비스 접근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규제 중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회사에 사고책임을 지우는 규제는 금융산업의 신뢰 확보를 위해 큰 틀은 유지돼야 할 것이다. 다만, 금융소비자 보호와 밀접한 관련 없이 기존 인허가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자격요건을 부여한 규제는 과감하게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일정한 경우에 금융회사가 사고책임을 지운다고 해도 위험책임의 법리에 충실해서 사고위험에 따른 책임보험제도를 강화해 보험비용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고, 당해 보험비용은 금융기관의 수수료에 반영하여 소비자와 함께 위험을 분담하는 등으로 보강하여 금융기관의 최저 자본금 규제를 현실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 금융기관의 인허가에 필요한 각종 최저 자본금 규제에 고가의 보안설비 등 하드웨어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적절한 비용분산 대안을 마련해 최저 자본금 규제를 막고, 보험법리에 따른 위험의 최적 분산 체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금융보안, 정보보안 및 개인정보 보안을 위한 하드웨어 투자비로 인한 규제는 국내의 발전된 IDC 센터들과 초고속 인터넷망의 장점을 활용해 공동 보안체계를 갖추고, 중소규모 서비스 회사들이 그 보안망 하부에 개별적 독립적으로 분리된 서버를 두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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