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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태언의 테크앤로 Aug 15. 2016

O2O, 두 마리 토끼 잡는 '법의 균형점' 찾기

법률이라는 이름의 혁신 파괴는 지양해야

http://techm.kr/bbs/board.php?bo_table=article&wr_id=535

두 마리 토끼 잡는 '법의 균형점' 찾기


우버에 맞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영국의 택시운전사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효용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O2O의 등장은 전통산업의 보호라는 가치와, 기술의 발전을 통한 새로운 사업의 장려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본질을 자세히 살펴보면 새롭게 등장한 갈등이 아니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기술의 혁신으로 무장한 신흥경제와 전통경제 주체간 갈등이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숙박이나 운수, 의료산업과 같이 인·허가 산업에 있어 더욱 첨예한 형태로 표출된다. 전통적 인허가 사업은 정부의 일정한 규제 속에서 산업을 형성하고 있기에 새로운 이해당사자의 등장은 곧 자신들의 손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모바일 앱으로 운송차량과 손님을 연결해 주는 우버를 두고 세계적으로 논란이 많다. 우버는 미국 국적의 회사로 직접 택시를 소유하지 않고 세계 53개국 266개 도시에서 승객과 운송차량을 연결해주는 택시 서비스다. 요금 결제는 우버 앱을 통해 간편하게 진행되고, 요금으로 결제된 금액 중 약 20%를 우버가 수수료로 떼고, 나머지를 운전기사에게 지급한다.

이러한 우버 서비스에 대해 기존 택시를 기다릴 필요가 없고 택시들의 승차거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우버 운전자의 범죄 우려 및 기존 택시 운전자들의 경제적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특히 기존 택시 운전자들은 우버가 기사와 승객 사이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공유경제가 아니며, 기존 택시 운전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며 집회까지 열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검찰은 사업용자동차를 사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거나 이를 알선한 자동차대여사업자를 처벌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4조 위반 혐의로 우버 CEO 트래비스 칼라닉과 우버 영업을 한 렌터카업체 MK코리아 이모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시 의회는 우버를 포함한 불법 택시 영업행위 신고자에게 2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는, 일명 ‘우파라치(우버+파파라치)’ 조례를 통과시켰다. 우버는 운전자가 부담해야 하는 과징금이나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선언했고, 서울시는 대납 행위가 확인되면 건건이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우버는 고객의 스마트폰 GPS(위성항법장치) 위치를 우버 기사들에게 제공하는 위치기반 서비스 사업자인데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제반 신고를 현재까지 방통위에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치기반 서비스 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위치정보법위반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2호) 한마디로 말해, 정보기술업체와 한국 정부의 전면적 대립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우버에 대한 위와 같은 규제는 소비자 중심의 혁신 서비스의 발전을 막는 과잉규제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우버 사례와 달리 정부가 제때에 적절한 규제를 하지 못하고 7년 이상 방치한 탓에 산업이 완전히 쇠퇴한 분야도 있다. 바로 음원산업 분야에서 소리바다 등 P2P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음악저작권 공유기술 서비스 규제에 실패한 사례가 그러하다. 소리바다는 지난 2000년 5월 음악서비스를 시작하여 2003년 한때 회원 수가 2000만명을 넘어섰고, 음악을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가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을 한국인에게 강하게 심어줬다. 그 결과 한국의 음반산업은 몰락할 수 밖에 없었고, 90년대 명가수들은 더 이상 음반을 팔지 못하게 되면서 방송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소비자들이 구매한 스트리밍 음원 매출에서 가수, 연주자, 작사·작곡가가 받는 수익은 매우 적다. 곡당 가수 및 연주자가 6%인 0.36원, 작사, 작곡가가 합해서 10%인 0.6원, 44%인 2.64원이 제작사에게 돌아갈 뿐이다. 가수가 2014년 최저 시급 5210원을 음원으로 벌려면, 소비자 4만3416명이 스트리밍으로 듣거나 965명이 음원을 구매해야 한다. 2012년 기준으로 음악산업 매출액 2조9591억 원 중 유통·배급 매출액이 66.4%인 2조6516억 원, 창작·제작 매출액이 20.5%인 8199억 원에 불과했다. 작사가, 작곡가, 연주자, 가수의 창작의욕이 점점 사라져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90년대 가수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끈 이후 해당 가수의 음원 매출이 2주간 1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해외매출에서 알 수 있듯 아시아를 비롯한 한류 음악 시장이나 30~40대를 위한 다양한 장르음악에 대한 시장도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국내 음원시장이 소수의 특정 세대를 위한 인기위주로 구성돼 있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조화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음원 파일(MP3파일) 산업과 P2P 서비스 산업을 초기에 적절하게 규제한다. 신곡은 곡당 1.29달러, 일반 곡은 0.99달러고, 권리자 단체가 이 중 66%의 수익을 가지도록 함으로써 창작의욕을 고취시켜 다양한 장르가 선순환의 구조를 끌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사적복제부과금 제도를 통해 MP3 기기에 미리 부과금을 물렸고, 미국은 디지털 사적복제부과금 방식의 마이크로소프트 모델, 유료 음원 모델의 애플 모델, 스트리밍 서비스의 판도라 모델의 경쟁을 통해 적절한 규제방식을 도출해 냈다. 냅스터, 그록스터, 비트토렌트 등에 대해 증거법까지 개정해가면서 불법 음원파일의 유통을 철저히 규제한 결과다.

소리바다의 P2P 서비스는 미국의 냅스터 모델에 기초했고, 냅스터는 에스토니아에서 개발된 카자 프로토콜에 기반한 것이다. 네덜란드 대법원이 카자 프로토콜에 대해 불법임을 판시하자, 카자사는 이것을 국제 인터넷 무료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 모델로 발전시켰다. 현재 카카오톡 등 메신저 서비스들이 이용하고 있는 기본 서비스 모델이다. 정부의 전통산업이 온라인으로 진화할 때 적절한 규제를 통해 전통산업을 보호하면서 온라인 산업이 꽃 피울 수 있게 하면 O2O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조화가 필요한 분야에서 적절한 규제에 실패하면 해당 산업 전체를 몰락시키는 재앙이 될 수 있다. 물론, 어떤 산업분야에서 규제와 방임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것이냐 하는 판단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의 파괴적 혁신의 속도가 빠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기술의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면 필자가 항상 강조하듯 기다림과 자율규제의 원칙을 기초로 하되, 기술과 법 사이 긴장관계의 본질을 간파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본 기사는 TECH M 제22호(2015년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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