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페인팅 / 모자
둥근 모자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평편한 면티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신경 쓸게 많다. 그럼에도 모자를 그릴 때 질감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 재미있다. 핸드페인팅 1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다섯 작품을 준비해야 했다. 그중에 모자에 그릴만한 것을 찾다가 독수리를 그리게 되었다.
후에 친구가 이 모자를 보고 마음에 들어했다. 친구는 내가 그림 하나 그리는 데 시간과 노력이 꽤 들어간다는 걸 알고는 돈을 받고 팔라고 했다. 검은 모자에 같은 독수리를 그리고 친구 것은 배경은 칠하지 않았더니 분위기가 또 달라 보였다.
하루는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날 가족들과 모자를 쓰고 산에 놀러 갔다고 한다. 산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중턱에서 잠깐 쉬었다. 다시 내려가려는 데, 그제야 모자를 잃어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다시 왔던 길을 올라가면서,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모자를 봤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마침 어떤 사람이 저쪽으로 가면 있을 거라고 알려줬다고. 그 나무 쪽으로 가서 올려다보니, 나뭇가지 위에 독수리 모자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모자를 잃어버렸으면 친구나 나나 둘 다 속상했을 텐데, 찾게 돼서 정말 다행이었다. 독수리 모자를 나뭇가지에 얌전히 걸어둔 사람은 누구인지 모르지만, 낭만이 있고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