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돌아보니, 내 마음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내 미래는 내가 예측한 대로 흘러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두렵고,
또 어떤 날은 “어떻게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루를 버텨낸다.
그때 나는, 돌아갈 수 없었다.
그리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땅이 구해졌어요.
길쭉한 모양에 1/3 지점에 철도가 가로지르며, 생긴 자투리 땅.
도로보다 2미터쯤 낮게 있던 논밭이었어요.
다행히 근처에서 공사하던 사람들이 흙을 채워주겠다고 했어요.
세 달을 발품 팔며 알아보던 땅이었기에
삼각형처럼 애매한 모양이라도
그저 감사했어요.
빨리 움직여야 했어요.
한 달, 한 달, 지날 때마다
받아둔 퇴직금이 뭉텅이로 빠져나가고 있었죠.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어요.
만약 그때 돌아갈 곳이 있고,
농사에 발만 살짝 담근 채 있었더라면
아마 바로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미 배수진을 쳤잖아요?
이제는 창피해서라도 돌아갈 수 없었어요.
땅을 알아보는 3개월 동안
설계도 하고, 대출도 미리 받아놨어요.
업체에 견적을 의뢰했더니
제가 구상한 대로 지으려면
약 1억 5천만 원 정도가 든다는 거예요.
“……”
결국 몸을 쓰기로 결심했어요.
직접 짓기로…
그동안 하우스 짓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어도 익히고, 짓는 방법도 익혔어요.
무엇보다,
두려움을 행동으로 바꾸는 연습을 했던 기간이었죠.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어요.
땅에 흙을 채운 뒤에는 1~2년은 그냥 놔둬야 한다는 거예요.
땅이 단단해지길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더군요.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깊이 파이프를 박기로 했죠.
그때부터 망치질이 시작됐어요.
약 420개의 기둥을 위해서
0.5~1m 깊이로 파이프를 하나하나 박았어요.
이틀쯤 지나니 팔이 아파서 들리지가 않더라고요.
'아직 농사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몸이 고장 나는구나.'
무서워서 병원에 가기도 했었죠.
그래도 멈출 수 없었어요.
가만히 앉아있어도 돈이 나가는 것! 은
벌지 못하면서 일을 하는 것! 보다 무서웠죠.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했고,
사람이 필요한 순간에는
삼촌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사람을 불러서 하우스를 짓기 시작했어요.
마치 노아가 큰 방주를 짓는 기분으로요.
길이 45m, 폭 13m, 높이 6m.
꽤 큰 규모의 하우스를 만들어가는 중이었어요.
단열을 고려해서 비닐을 씌우고,
스티로폼을 덧대고,
이걸 세 번이나 반복했어요.
그리고 보온 이불을 두 겹 덧댔죠.
전국 어디에도 없는, 굼벵이 전용 하우스가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6m 높이까지 올라가도 무섭지 않았어요.
"해야 했거든요."
수천 번 망치질을 해도,
조리개를 손에 물집 잡히도록 끼워도,
매일 삽질을 해도,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내가 하겠다고 한 일이잖아요."
시작도 전에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해버리면,
집안 어른들에게 얼마나 철없고, 실없는 사람처럼 보일까요.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
10월에 일을 그만두고,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4월 말쯤에는 어느 정도 완성됐어요.
정말 멋진 하우스가 되었죠.
150평의 큰 하우스 안에
10평짜리 사육방이 6개.
한 달에 굼벵이 1톤을 생산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탄생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하우스만 만들면 되는 게 아니었어요.
전기도, 수도도, 보일러도…
하나하나 직접 배우고 익혔어요.
"할 수밖에 없었어요."
누구한테 부탁할 수도 없었거든요.
제가 해야 했어요.
그런데 참 이상했어요.
그 모든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뭔가를 배우고, 만들어지고,
완성되어 가는 그 감각이
정말 행복했어요.
물론 수입은 없었고,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마음만은 들떴어요.
도파민, 아드레날린…
내 몸에서 이렇게 많이 분비된 적이 있었나 싶었어요.
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이 지난 후,
레드향 농장을 인수하면서
또 다른 방법으로 비슷한 경험을 다시 하게 돼요.
(레드향 농장은 나중에 2부로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지금 돌아보면,
이런 거대한 사건 말고도
매일매일 작고 소소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고
열정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나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추측하고,
그 추측을 믿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뿐.
그 믿음에 의심이 스며들고,
두려움이 찾아오면
나는 멈춰 버리게 된다.
지금도 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마다
그때처럼 살아가려고 애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못 하면 안 돼.’
이런 마음으로 살면
어떻게든 길이 생기는 것을 알고 있으니깐.
브런치에 올리기 위해 쓰는 이 글도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지만,
하루에 몇 번씩 목표를 부정하고,
의심과 두려움이 계속해서
나를 멈추려 끌어내린다.
부정과 의심과 두려움이 변하여 용기가 되길 매 순간 애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