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4. 못 할 게 뭐 있어?

귀농. 돌아보니, 내 마음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by 태공

내 미래는 내가 예측한 대로 흘러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두렵고,

또 어떤 날은 “어떻게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루를 버텨낸다.


그때 나는, 돌아갈 수 없었다.

그리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땅이 구해졌어요.

길쭉한 모양에 1/3 지점에 철도가 가로지르며, 생긴 자투리 땅.

도로보다 2미터쯤 낮게 있던 논밭이었어요.

다행히 근처에서 공사하던 사람들이 흙을 채워주겠다고 했어요.

세 달을 발품 팔며 알아보던 땅이었기에

삼각형처럼 애매한 모양이라도

그저 감사했어요.


빨리 움직여야 했어요.

한 달, 한 달, 지날 때마다

받아둔 퇴직금이 뭉텅이로 빠져나가고 있었죠.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어요.

만약 그때 돌아갈 곳이 있고,

농사에 발만 살짝 담근 채 있었더라면

아마 바로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미 배수진을 쳤잖아요?

이제는 창피해서라도 돌아갈 수 없었어요.

땅을 알아보는 3개월 동안

설계도 하고, 대출도 미리 받아놨어요.

업체에 견적을 의뢰했더니

제가 구상한 대로 지으려면

약 1억 5천만 원 정도가 든다는 거예요.

“……”


결국 몸을 쓰기로 결심했어요.

직접 짓기로…

그동안 하우스 짓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어도 익히고, 짓는 방법도 익혔어요.

무엇보다,

두려움을 행동으로 바꾸는 연습을 했던 기간이었죠.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어요.

땅에 흙을 채운 뒤에는 1~2년은 그냥 놔둬야 한다는 거예요.

땅이 단단해지길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더군요.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깊이 파이프를 박기로 했죠.

그때부터 망치질이 시작됐어요.

약 420개의 기둥을 위해서

0.5~1m 깊이로 파이프를 하나하나 박았어요.

이틀쯤 지나니 팔이 아파서 들리지가 않더라고요.


'아직 농사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몸이 고장 나는구나.'

무서워서 병원에 가기도 했었죠.


그래도 멈출 수 없었어요.


가만히 앉아있어도 돈이 나가는 것! 은

벌지 못하면서 일을 하는 것! 보다 무서웠죠.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했고,

사람이 필요한 순간에는

삼촌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사람을 불러서 하우스를 짓기 시작했어요.


마치 노아가 큰 방주를 짓는 기분으로요.


길이 45m, 폭 13m, 높이 6m.

꽤 큰 규모의 하우스를 만들어가는 중이었어요.

단열을 고려해서 비닐을 씌우고,

스티로폼을 덧대고,

이걸 세 번이나 반복했어요.

그리고 보온 이불을 두 겹 덧댔죠.

전국 어디에도 없는, 굼벵이 전용 하우스가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6m 높이까지 올라가도 무섭지 않았어요.

"해야 했거든요."


수천 번 망치질을 해도,

조리개를 손에 물집 잡히도록 끼워도,

매일 삽질을 해도,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내가 하겠다고 한 일이잖아요."

시작도 전에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해버리면,

집안 어른들에게 얼마나 철없고, 실없는 사람처럼 보일까요.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


10월에 일을 그만두고,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4월 말쯤에는 어느 정도 완성됐어요.

정말 멋진 하우스가 되었죠.


150평의 큰 하우스 안에

10평짜리 사육방이 6개.


한 달에 굼벵이 1톤을 생산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탄생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하우스만 만들면 되는 게 아니었어요.


전기도, 수도도, 보일러도…

하나하나 직접 배우고 익혔어요.

"할 수밖에 없었어요."

누구한테 부탁할 수도 없었거든요.

제가 해야 했어요.


그런데 참 이상했어요.

그 모든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뭔가를 배우고, 만들어지고,

완성되어 가는 그 감각이

정말 행복했어요.

물론 수입은 없었고,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마음만은 들떴어요.

도파민, 아드레날린…

내 몸에서 이렇게 많이 분비된 적이 있었나 싶었어요.


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이 지난 후,

레드향 농장을 인수하면서

또 다른 방법으로 비슷한 경험을 다시 하게 돼요.
(레드향 농장은 나중에 2부로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지금 돌아보면,

이런 거대한 사건 말고도

매일매일 작고 소소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고

열정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나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추측하고,

그 추측을 믿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뿐.


그 믿음에 의심이 스며들고,

두려움이 찾아오면

나는 멈춰 버리게 된다.


지금도 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마다

그때처럼 살아가려고 애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못 하면 안 돼.’

이런 마음으로 살면

어떻게든 길이 생기는 것을 알고 있으니깐.


브런치에 올리기 위해 쓰는 이 글도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지만,

하루에 몇 번씩 목표를 부정하고,

의심과 두려움이 계속해서

나를 멈추려 끌어내린다.


부정과 의심과 두려움이 변하여 용기가 되길 매 순간 애써본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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