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3. 5백에서 2억으로

귀농. 돌아보니, 내 마음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by 태공

사람들이 농사를 얘기할 때 흔히 이렇게 말하죠.


“뭐 안되면, 농사나 짓지 뭐.”


물론 저는 이런 마음가짐 보다는 우리 가족을 위한 내 삶의 신념을 위한

등등의 고상한(?) 생각으로 귀농을 했지만요.




굼벵이를 사육하려면 특히 시설이 중요합니다.

사계절 내내 25~28도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단열 조건이 필수, 즉 하우스를 잘 지어야 했습니다.

'이런 하우스를 지으려면 얼마나 들까?'

그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

어릴 때 농사를 지어봤고, 건축 일도 하셨던 아버지께 여쭤봤죠.


“아빠, 하우스 하나 지으려면 얼마쯤 들 것 같아요?”

“한… 5백이면 되지 않을까?”


아버지의 경력과 경험을 믿고,

‘그정도면 되겠지~’ 하며 앞으로의 소비 계획을 짰습니다.




거의 한 달 동안 도서관에 출근해서

조금 더 특별하고, 효율적인 하우스를 어떻게 지을지 구상했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꿈으로 가득 찼고,

평소보다 늦게 나가고 일찍 들어오는 저를

아이도, 아내도 무척 좋아했죠.

모두가 웃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땅은 구해지지 않았습니다.

농업용 땅은 보통 1,000평 단위로 나오는 게 대부분인데,

저는 200평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작은 땅은 잘 나오지가 않는거예요.

사표는 이미 냈고,

생활비는 계속 나가고,

땅은 생각보다 쉽게 구해지지 않았습니다.

점점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그때,

하우스를 만드는 지인에게 알바라도 시켜달라고 부탁했어요.

어차피 하우스를 직접 지어야 하니 미리 배워두면 좋겠지 싶어서요.




어느 날,

2,000평 규모의 오이 재배 농장에

시설 보수 작업을 나갔습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 시간,

운 좋게 그 농장의 사장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어요.


“사장님, 이런 하우스 짓는데 얼마 정도 들어요?”


그러자 사장님, 두 손가락을 딱 펴시며 말했습니다.


“2에서 3 정도 들지~”


속으로 생각했죠.

‘어, 아버지는 5백이라 했는데, 훨씬 저렴하네?’


“그럼 한 5백 정도면 충분하겠어요?”


그 순간 사장님이 어이없이 웃으며 대답하셨어요.


“무슨 실없는 소리야~ 2억에서 3억이라고!”

“네?”


그 순간, 제 머릿속에서는

경보음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진짜요? 우리 아버지는 5백만 원쯤 든다고 했는데요?”


“그건 대나무로 하우스 짓던 시절이겠지. 지금 파이프 값이 얼만데…”


그 말이 끝나고 나서야,

며칠 전 인터넷에서 본 파이프 가격이 떠올랐어요.

1m에 860~980원

전 그걸 보면서

‘아니, 1m가 아니라 10m겠지~’ 하고 넘겼거든요.

완전히 감이 없었던 거죠.

그리고 아버지의 말에

완전히 갇혀 있던 제 고정관념.


‘아닐 거야. 아닐 거야.’

‘농사 짓는데 2억이라니, 말도 안 돼. 지금 나에게 그런 돈이 어디있어?’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정신차리고, 계산을 해보니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1 m에 1,000원인 파이프 길이가 12 m면 12,000원.

이걸 50 cm 간격으로 50 m 길이의 하우스를 지으면

파이프 값만 500만 원이 넘는 겁니다.

1,000평에 하우스 10동을 짓는다면,

파이프 값만 5천만 원…


그 때서야 걱정이 입 밖으로 터져나왔습니다.


“큰일 났다.”




요즘 하우스는

스마트팜 형태로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재료도 고급화되고, 시공도 정교해지고 있죠.

최근엔 지인이 600평짜리 하우스를 지었는데

2억 5천만 원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흔히 쓰던 말,


“농사나 짓지 뭐.”


그건 정말,


‘대나무로 하우스를 만들던 시절’

농사를 가치없게 여기던 그 때의 말이였던 것 같아요.




'당당하게 사표 내고 나왔는데…'

'이제 와서 다시 돌아가기도 창피하고…'


내 주변 사람들보다 똑똑하고, 히어로물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능력자

다른 사람은 실패해도, 나는 잘 될 거야. 라는 자신감.


이 때 다시 한 번 무너지더군요.

수요일 연재
이전 02화[귀농] 2. 근데... 땅은 어떻게 구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