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하 May 02. 2020

여전히 살다가 어느새 죽었다

화요일의 시 <화시, the flower season>

Drawing by iPad Pro


죽어 있는 자

살아 있는 자

죽어가는 자

살아가는 자


죽어서 살아가는 자

살면서 죽어가는 자

죽지 못해 살아가는 자

살지 못해 죽어가는 자


죽어 있지도 살아 있지도 않는 자

살아 있어서 죽어 있지 않은 자

죽어서 살아 있는 자

살지만 죽어 있는 자


살아 있어서 죽음을 벗어 난 자

죽어 가면서 삶을 포기한 자

죽음과 삶의 경계에 놓여 있는 자

삶과 죽음 뒤에서 영원히 표류하는 자


살아 있어서 죽음 앞에 애도하는 자

죽음 앞에서 살고 싶어 기도하는 자

죽어가는 중에 삶을 분투하는 자

살아가는 중에 죽음에 매료당한 자


죽음에 삶을 함락당한 자

살면서 죽음을 길들이는 자

사는 것이 죽는 것과 다름 아닌 자

죽는 것이 사는 것이라 여기는 자


사는 것과 죽는 것을 포기한 자

사는 것과 죽는 것에 혼란에 빠진 자

죽음이 사는 것만큼 값진 자

사는 것에 죽음의 가치를 지불하는 자


살아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이

애초에 하나의

몸뚱이였음을 깨우친 자


여전히

살아가는 자

어느새

죽어가는 자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우리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