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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하 Nov 19. 2019

역순의 희비극

화요일의 시 <화시, the flower season>


사랑이었다.

나였다. 아이야.

유일무이라는 이름

존재를 느꼈다.

온 우주에 오로지 하나였다.

티끌 같았다.

별이 빛났다.

깜깜한 하늘이었다.


하늘로 한숨을 낳았다.

옷깃이 말랐다.

눈물을 훔쳤다.

고독을 잉태했다.

한기가 밀려왔다.

혼자였다.

적막했다.

깜깜했다.


어둠 속에 웅크렸다.

둥지를 지었다.

찌그러진 박스가 있었다.

얼굴을 감쌌다.

소리를 토했다.

문을 쾅 열었다.

내달렸다.

계단을 박찼다.


문을 쾅 닫았다.

시멘트가 맨발에 닿았다.

둥지를 버렸다.

소리를 질렀다.

두 마리 짐승이 한 마리가 되었다.

창문에 금이갔다.

밥풀이 흩날렸다.

세상이 뒤집혔다.


소름이 돋았다.

심장이 외줄을 탔다.

으르렁으르렁

짐승의 탈을 썼다.

쇳소리가 났다.

엿 장수는 엿을 부셨다.

칼 장수는 칼을 갈았다.

한 몸이 두개로 갈라졌다.


극이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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