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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간 극장, 남겨진 이야기

그 외 소개하고 싶은 극장들

by 김태희
10편의 글을 통해 여덟 개 극장과 네 편의 공연을 다뤘다. 멋진 극장은 많았지만 모든 곳을 단독으로 다룰 수는 없었다. 이번 편에서는 자세히 다루기엔 2% 부족하지만, 빼놓으면 아쉬울 극장을 골라봤다.


다리를 기준으로 왼쪽이 샤틀레 극장, 오른쪽이 테아트르 드 라 빌 (c) Bibliothèque historique de la Ville de Paris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


파리의 명물, 시청사 건물을 보기 위해 방향을 틀던 중에 샤틀레 극장을 만났다. 이름처럼 파리 지하철 샤틀레 역에 내리면 바로 만날 수 있다. 19세기 샤틀레 광장에 지어진 두 개의 극장 중 하나인데, 하나는 샤틀레 극장이고, 또 하나는 테아트르 드 라 빌(Théâtre de la Ville, 시립극장)이다. 두 극장은 성격도 비슷해 주로 연극과 뮤지컬, 무용, 월드뮤직을 올리고 있다. 특히 뮤지컬은 샤틀레 극장에서, 실험적인 무용 공연은 테아트르 드 라 빌에서 공연된다. 샤틀레 극장이 한때 파리에서 가장 큰 극장일 때도 있었으나 2500석 정도의 좌석을 가진 극장으로 리모델링했다. 1층에 카페와 기념품숍, 아르모니아 문디(harmonia mundi)의 음반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chatelet-theatre.com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


앞서 소개했던 오페라 가르니에(Opéra Garnier)의 형제 격인 극장이다. 파리 국립 오페라의 상주 극장으로, 오페라단과 발레단이 두 극장을 사이좋게 사용하고 있다. 대규모 발레와 오페라는 무대가 큰 가르니에에서, 실험적 무대의 오페라와 소품작 혹은 단막작품으로 구성된 발레는 주로 바스티유에 올리는 것이 특징. 파리 오케스트라 역시 이곳에서 자주 공연을 가졌으나 최근 파리 필하모니(Paris Philharmonie)가 완공된 후 공연이 줄었다고 한다. 두 극장은 역할면에서도 완전히 나뉘어 있는데 가르니에 극장이 옛 객석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바스티유 극장은 무대부터 객석까지 현대식 극장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름에서 눈치챘 듯이 바스티유 광장에 위치하고 있는데,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1989년에 지었다고 하니 그 의미도 깊다. 이곳 기념품숍에서는 그간 공연된 오페라단과 발레단의 프로그램북을 판매하니, 공연에 관심 있는 관객이라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www.operadeparis.fr/en/visits/opera-bastille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무대반입구


독일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곧장 "뮌헨 필을 찾아야겠어!"라고 당차게 마음을 먹고 극장을 검색했는데, 당최 뮌헨 필이 어디에서 공연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뮌헨에는 주요 극장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바이에른―뮌헨은 바이에른 주의 중심 도시이다―을 대표하는 바이에른 슈타츠오퍼(Bayerische Staatsoper)이고, 또 다른 하나는 뮌헨 필이 상주하는 복합문화공간 가슈타이크(Gasteig)이다. 1700년대에 건립되어 명실상부 뮌헨을 대표하는 극장인 바이에른 슈타츠오퍼는 빈 슈타츠오퍼와 마찬가지로 오페라단, 발레단, 오케스트라가 소속되어 있다. 거대하고 멋진 극장 뒤편에 아주 현대적인, 통유리의 티켓 오피스가 자리하고 있는 건 반전. 극장 정보가 알고 싶다면 극장에서 헤매지 말고 과감하게 뒤로 돌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www.staatsoper.de



가슈타이크 필하모니 홀 내부 (c) Gasteig


독일 뮌헨/

가슈타이크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이미 허탕을 치곤 S반을 타고 가슈타이크(Gasteig)로 향했다. 어찌어찌 소문을 듣고 발길을 돌린 것이다. 막상 도착해보니 상상하던 극장의 형태가 아니었다. 맙소사, 이젠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대학교인가? 도서관인가?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가방을 멘 학생들을 보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일단 들어가보니 다행히 뮌헨 필하모닉의 사무실이 보였다. 일단 들어가서 오늘 공연이 있냐고 물었다. 다행히 공연은 있었으나 티켓이 남았는지는 티켓 오피스로 올라가서 확인하라고 했다. 어찌되든 위에 극장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곳 가슈타이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뮌헨을 대표하는 음악단체 뮌헨 필하모닉(München Philharmoniker)을 위한 전용홀을 짓기 위해 처음 계획된 공간이 결과적으로는 교육과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탄생하게 됐다. 그래서 이곳에는 뮌헨 필 전용홀인 뮌헨 필하모니과 세 개의 작은 공연장, 뮌헨 시립 도서관(Stadtbibliothek München), 뮌헨 음악공연예술대학(Hochschule für Musik und Theater), 슈트라우스 음악원(Richard Strauss Konservatorium), 뮌헨 시민 대학(Münchner Volkshochschule), 뮌헨 음악 학교(Münchner Musikschule) 등이 자리하고 있다. 내가 찾은 날 공연은 레퀴엠이었는데 아쉽게도 매진이라 공연을 볼 수는 없었지만 다양한 공간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특히 도서관은 관광객도 관람할 수 있다는 거. www.gasteig.de



공사 중인 베를린 슈타츠오퍼
공사 전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모습 (c) Wikipedia


독일 베를린/

베를린 슈타츠오퍼


브란덴부르크 문을 기점으로 '베를린의 샹젤리제 거리'라 할 수 있는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을 따라 걸으면 극장을 여럿 발견할 수 있는데, 코미셰 오퍼(Komische Oper Berlin)와 콘체르트하우스(Konzerthaus Berlin)도 그중 하나이다. 도이체 오퍼(Deutsche Oper)와 비교하기 위해 극장 공식 명칭인 '슈타츠오퍼 운터 덴 린덴'보다 '베를린 슈타츠오퍼'로 자주 불리는 이 극장은 꽤 기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18세기에 건설되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에 피해를 입고 보수공사에 들어갔던 극장은 독일이 분단되면서 동독에 소속되었다가 통일 후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 후 극장 내부 리모델링뿐 아니라 노후된 부분을 수리하기 위해 21세기 들어 다시 공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2015년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과 2013년 두 번이나 방문했으나 온전한 극장 외관을 볼 수 없었던 이유다. 현재까지 몇몇 공연은 코미셰 오퍼와 쉴러 극장(Schiller Theater Berlin)에서 공연하고 있다. www.staatsoper-berlin.de



로열 앨버트 홀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 공연 모습 (c) BBC/Chris Christodoulou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을 관람하고 하얀 건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어올라 갔다. 큰 길이 나올 때쯤 로열 앨버트 홀(Royal Alber Hall)을 만나게 된다. 1871년,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인 앨버트 공이 만든 극장이다. 원형극장의 형태를 띤 이 극장은 어찌나 큰지 한눈에 담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좌석이 무려 5200석에 달한다고 한다. 원형의 형태로 전 구역이 객석으로 둘러싸인 이 곳은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무대가 꾸려진다. 일반적인 극장처럼 앞쪽에 무대를 설치하기도 하고, 피아노 독주회의 경우 정중앙에 피아노를 두는 방식으로도 진행한다. 이곳을 자주 활용하는 영국 국립 발레단(English National Ballet)은 중앙에 널찍한 무대를 깔아 사방에서 볼 수 있는 발레 작품을 공연하기도 했다. 수용 관객이 많다는 점, 독특한 무대라는 점 외에도 로열 앨버트 홀은 매년 여름 펼쳐지는 페스티벌 'BBC 프롬스(The BBC Proms)' 덕분에 더욱 유명해졌다. 매 여름 8주간 70개 이상의 콘서트를 진행하며 그 범위도 오케스트라부터 실내악, 재즈, 월드뮤직 등 아주 다채롭다. www.royalalbert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