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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Aug 13. 2015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기억구슬에 떨어진 눈물을 닦아내자 이내 구슬이 파란 빛으로 변한다. 기억은 즐거웠던 순간의 바로 직전을 비추고, 부모님의 품에 안겨 울고 있는 라일리가 보인다. 이어 친구들이 달려와 라일리를 위로해주고 헹가래를 치는 모습엔 즐거움이 가득하다. 그제야 기쁨이는 자신이 매몰차게 내쳤던 슬픔이가 떠오른다.


무너지는 기억섬들 가운데 본부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회상튜브 앞에서 갈등은 극에 달한다. 몇 개 남지 않은 기억구슬을 자꾸만 파랗게 만드는 슬픔이 앞에서 “라일리에겐 내가 필요해”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기쁨이는 혼자 튜브에 들어간다. 하지만 곧 튜브마저 부서지면서 기쁨이와 그를 구하려던 빙봉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기억매립지로 굴러 떨어진다. 까맣게 변해버리고 재가 되어 사라지는 기억구슬 무더기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막다른 상황에서 기쁨이가 발견하는 것은 ‘슬픔의 존재’다. 늘 즐겁고 활기차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왔던 그에게 시련이 닥치면서, ‘슬픔’을 깨닫는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긴 기억구슬에 노란빛뿐 아니라 파란빛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건 빛이 없는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일이었다.


기쁨이 있으려면 슬픔의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은 기쁨이는 매립지를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때 떠오른 건 기억매립지에 버려진 빙봉의 로켓! 이미 팔도 사라지고 형체도 희미해져 가는 빙봉은 마지막까지 기쁨이를 돕기 위해(라일리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로켓에 노래연료를 더한다. “놀기 좋아하는 내 친구는 / 빙봉 빙봉 / 로켓 잘 만드는 내 친구는 / 빙봉 빙봉 / 못하는 게 없고 노래도 잘 부른다네 / 빙봉 빙봉” 두 번이나 나자빠졌던 로켓이 드디어 목적지에 안착한다. “오예!” 기뻐하는 새도 잠시, 빙봉이 곁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이 단지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빙봉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도록 그곳에 남겨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빙봉은 본인을 희생하면서까지 스스로 버려졌다. (꽤 많은 어른 관객들이 이 장면에서 눈물을 훔쳤다.) 유년의 소중한 기억을 지켜주는 애니메이션 한 편이 이미 훌쩍 커버린 어른까지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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