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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Oct 15. 2016

마음을 어루만진 춤

키부츠 현대무용단 ‘If At All’

키부츠 현대무용단 ‘If At All’

2014년 5월 30~3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Uri Nevo


올해 모다페(MoDaFe, 국제현대무용제) 개·폐막작은 이스라엘이 장식했다. 오하드 나하린·호페시 섹터를 비롯해 그동안 한국을 찾았던 여러 이스라엘 안무가들의 작품은 항상 관객에게 역동적인 무대를 보여줬기에 이번에도 그들 특유의 에너지를 전해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번 무대는 달랐다. 흑건과 백건이 교차되어 건반을 이루는 피아노처럼 어둡고 강렬한 전반부와 밝고 부드러운 후반부가 빚어낸 연출은 ‘If At All’을 비로소 완전한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막이 오르자 조명 아래 홀로 선 무용수가 움직임을 시작했다. 여성 무용수에게서 발견하기 쉽지 않은 강렬한 힘, 유연함과 부드러운 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있었다. 무대 배경에 떠 있는 동그란 달 하나와 그 아래에서 춤추는 무용수의 움직임, 격정적이면서도 풍성한 음악이 보는 이의 감성을 어루만졌다. 이어서 무대를 달리며 등장한 남자 무용수들의 원무는 일종의 제의를 연상시켰다. 튼실한 근육이 자리한 상체의 강인함과 대비되는 부드러운 춤이 돋보이는 움직임이었다. ‘내유외강’. 그들의 춤은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은 독창적이거나 색다른 안무는 아니었지만 무용수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동작들이 모여 특색 있는 작품을 완성했다. 특히 안무가가 설계한 동작들이 흩어지면서도 다시 론도 형식으로 완성되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졌다. 일방적으로 무용수들에게 지시한 안무가 아니라 원활한 상호작용으로 완성된 그들 모두의 작품이었다.


움직임으로 승부하는 듯한 이 작품을 새롭게 보게 된 것은 작품 중반부 군무부터였다. 첼로의 선율이 점차 격정적으로 변하면서 무용수들은 현의 움직임을 따라 하듯 팔을 좌우로 뻗는 동작을 반복했다. 음악은 절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혼란스러운 시위 상황 같은 사운드들이 서로 겹쳐 들렸다. 이 장면은 이스라엘의 사회·정치적 상황과 오버랩되면서 또 다른 의미를 전달하고 있었고, 쓰러진 무용수들이 다시 일어나서 힘차게 행진하는 발걸음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재건의 의지가 엿보였다.


안무가 라미 베이어는 공연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 장면에 대해서 온전히 관객의 해석에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무대는 비단 이스라엘 뿐 아니라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며 진한 공감을 일으켰다. 


* 월간 객석 2014년 7월호 ‘공연수첩’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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