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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Jul 31. 2017

시즌의 완성은 ‘관객’

패키지 관객을 위한 해오름투어×Thank You 파티

2016-2017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막바지, 패키지 관객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안호상 극장장이 직접 안내하는 현장으로 따라가 보자.



“국립극장의 주인은 관객입니다”

2016-2017 시즌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국립극장의 행보를 지켜보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 관객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번 시즌 프리(10편 이상 선택)·일편단심(전속단체별 공연) 패키지 구매 관객을 대상으로 안호상 극장장이 직접 안내하는 해오름투어와 땡큐 파티가 진행된 것. 관객과 예술가가 격의 없이 소통하며 공연 관람만으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소중한 자리이자, 내년 초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면 없어질 해오름극장의 공간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기억하는 시간이었다.


6월 10일, 약속된 시각이 가까워지자 해오름극장 2층 로비에 관객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오늘만 유효한(!) 무대 출입증을 받아 목에 걸고, 안호상 극장장이 진두지휘하는 극장 투어에 참여했다. 극장장의 안내를 받는 관객들의 표정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먼저 안호상 극장장은 국내외 주요 극장을 예로 들며 공연과 극장의 상관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특히 전속단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즌제를 운영하는 세계의 오페라극장을 언급하자 관객의 귀가 쫑긋해졌다. 곧이어 극장 로비 곳곳에 자리한 미술품을 소개하며 국립극장과 국내 공연계의 간략한 역사를 들려줬다. 특히 “이렇게 우리의 예술을 지지하는 관객 분들이 있기에 국립극장이 5년간, 그리고 6번째 시즌까지 준비할 수 있었다”라며 관객의 중요성을 다시금 언급했다.



로비에서의 프롤로그를 마치고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본격적인 ‘해오름투어’의 시작! 오늘 여정은 해오름극장 무대에서 출발해 분장실과 의상실을 거쳐 무대 제작소까지 둘러보는 것. ‘코카서스의 백묵원’ 공연을 두 시간여 앞둔 무대 위에 관객들이 올라섰다. 무대 중앙에 모두가 모이자 기다렸다는 듯 조명이 밝혀졌다.


“해오름극장의 무대 높이는 35미터 정도 됩니다. 무대 하부에 10미터 높이의 회전무대가 있으니 전체 45미터가 되는 거죠. 당시로서는 엄청난 무대였습니다. 국립극장의 역사는 건축의 역사와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스타 예술가가 탄생하고 작품이 흥행하면서 공연의 규모도 점차 커졌는데, 극장의 건축이 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로열 오페라나 메트 오페라에선 날마다 다른 공연을 올립니다. 저녁마다 무대 세트를 바꾸는 거죠. 시나리오는 물론, 각종 무대 디자인을 설계할 때부터 전환이 어렵지 않도록 만듭니다. 실제로 공연 세 편의 조명을 동시에 걸어놓고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로열 오페라하우스는 극장을 리노베이션 하면서 무엇보다 무대 뒤편 공간을 신경 써서 만들었습니다. 사방에 세트를 설치해두고 무대만 회전시켜서 곧장 다른 공연을 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국립극장도 오늘은 ‘서편제’를 공연하고, 내일은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하고, 모레는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리모델링을 마친 해오름극장,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분장실 통로를 지나 의상보관실로 이동했다. 1만여 벌의 의상이 빼곡하게 들어찬 공간에 이르자 관객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그 광경을 담느라 분주했다. 특히 입구에 가까이 자리한 국립무용단 ‘향연’ 의상에 감탄사가 그치지 않았다.


“제작극장은 무대 앞보다 뒤가 더 크고 중요합니다. 공연을 만드는 공장이니까요.”


곳곳에 덧마루가 눈높이까지 쌓여 있는 공간을 가로질러 도착한 무대 제작소를 이렇게 소개했다. 해오름극장 가장 뒤편에 자리한 이곳에선 무대장치를 제작하고 배경막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화 작업이 이루어진다. 국립극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극장 안에 무대 제작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 역시 사라질 공간이기에 마지막을 기억하려는 관객들의 시선이 바쁘게 여러 군데를 향했다. 안호상 극장장은 제작극장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하며 리모델링을 통해 최고의 시설을 갖춘 국립극장이 될 것임을 전망했다. “극장이 공사에 들어가는 내년엔 LG아트센터·예술의전당·명동예술극장으로 나가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그때도 오셔야 해요!”



관객이 행복한 국립극장

산아래 연습실로 이동해 파티를 이어갔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국립창극단 유태평양·강태관이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을, 국립국악관현악단 안수련 악장과 이승호·배새롬 단원이 ‘클레멘타인’(편곡 이용탁) 연주를 선물했다. 국립무용단 김상덕 예술감독과 국립국악관현악단 임재원 예술감독에 이어 국립창극단 김성녀 예술감독이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본래 국립극장에 8개 국립예술단체가 있었는데 모두 독립하고, 이제 ‘전통’을 다루는 세 개 단체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전통 분야가 이렇게 중심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는데요. 특히 국립창극단은 광폭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원들이 입에서 신물이 날 정도라고 합니다.(웃음) 그러나 관객 분들이 오셔서 그 힘듦을 잊게 할 만큼 채워주고 계시니, 여러분이 없었으면 창극단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저희가 마음 놓고 다양한 작품으로 무한 도전할 수 있는 것도 여러분 덕분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국악 하는 친구의 공연을 보면서 전통예술에 대한 선입견을 깨게 됐고, 이후 여러 공연을 찾아다니다 국립극장과 만나게 되었다는 김나영 씨는 뒤늦게 극장을 알게 돼 억울할 정도라며 말을 꺼냈다.


“여우락 페스티벌 패키지 티켓이 너무 저렴해서 놀랐던 기억이 나요. 여우락을 몇 년간 보다가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패키지 티켓을 구매하게 됐어요. 좋은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에 볼 수 있어 친구들과 자주 옵니다. 처음엔 국립극장이 굉장히 멀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친구처럼 느껴져요. ‘행복한 관객으로 모시겠습니다’라는 국립극장의 표어 그대로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이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황백영 씨는 “패키지 티켓 할인과 오늘 행사까지, 이렇게 관객을 제대로 대접하는 극장은 국립극장이 유일한 것 같다”라며 운을 뗐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아마추어 관현악단에 참여했던 그는 “관객이 공연을 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무대를 허물고 극장의 울타리를 넘어 우리 전통예술이 많이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라며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2016년 8월 21일부터 2017년 7월 1일까지 진행된 2016-2017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동안 국립극장은 패키지 구매 관객을 위한 다양한 혜택과 특별 행사를 마련했다. 세 번의 ‘만남에 만남을 더하다’ 행사를 통해 ‘묵향’의 연출가 정구호(2016년 10월), ‘트로이의 여인들’의 연출가 옹켕센(2016년 11월), ‘흥보씨’의 연출가 고선웅(2017년 4월)과 가까이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마지막 차례로 ‘해오름투어×Thank You 파티’를 통해 시즌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념했다.


“해오름투어는 재밌으셨나요? 여러분과 함께해서 저도 무척 행복했습니다. 국립극장은 가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공연 시장이 성장하고 뮤지컬 공연장에 관객이 넘치는 와중에도 저희 국립극장은 외롭고 조용했습니다. 누구나 가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가지 않는 극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남들에게는 없는 소중한 것을 갖고 있습니다.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 바로 우리나라 최고의 예술가들입니다. 또, 극장을 오래도록 지키며 내일을 꿈꾸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여기 계시는 관객 여러분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없는 온전한 저희의 자산입니다. 국립극장이 부족하면 채찍질해주시고, 게을러지면 아프게 혼내주시고, 잘할 때는 크게 박수쳐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글 김태희 국립극장 홍보팀.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하고 서울문화재단을 거쳐 「미르」 제작을 맡고 있다. 2015년 제12회 SPAF 젊은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사진 전강인


※국립극장 「미르」 2017년 7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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