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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스타 Dec 30. 2018

제목만큼 심플하진 않다

<미친듯이 심플>을 읽고 

애플의 핵심 아이덴티티가 된 슬로건 'Think different'를 함께 작업한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들려주는 '리얼' 잡스 이야기 



단도직입적인 것은 단순함이다.
머뭇거림은 복잡합이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 광고 캠페인을 진행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켄 시걸'이 들려주는 잡스가 진짜 일하는 방식. 수많은 애플 및 잡스 관련 서적 중에서도 꽤 유명한 책. 그중에서 이 책의 특이점은 저자의 서술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스티브 잡스가 어떤 프로세스로 '어떻게' 일하고, 사람을 대하고, 의사결정을 했는지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Think Different 캠페인을 시작으로,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아이(i) 시리즈 출시를 담당한 디렉터다. 광고 회사에 다녔던 나로서는 키 카피가 나오고 슬로건 및 광고 시안을 골랐던 과정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애플'이니까 가능했다 혹은 '잡스'니까 가능했다는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광고 집행 전에 링크 테스트(광고 시안 중 소비자가 선호하는 광고를 골라내는 일종의 설문 조사)를 거치지 않고 잡스가 결정한 방향으로 광고 집행을 했던 부분 그리고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결정해서 브랜딩을 잘 구축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티비 광고를 집행할 때는 대부분(혹은 거의) 브랜드가 링크 테스트를 거치는 등 여러 소비자 조사를 거쳐 온에어 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제작비 측면도 있지만, 매체비도 어마어마하게 들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집행하는 케이스가 다수. 


이 책에 따르면 실제로 잡스는 자신과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 중 최고로 똑똑한 소수들과 같이 일하는 걸 선호했고, 회의실에서 안건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을 회의실에서 내보내기도 했다. 잡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아이맥 닉네임 에피소드가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네이밍은 단순함을 가장 확실하게 적용하는 활동이다. 네이밍을 할 때는 제품이나 회사의 본질을 한두 개의 단어로 포착해내야 한다. 간혹 제품이나 회사만의 고유한 성격을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단순함은 네이밍이라는 도전을 즐거워하는데, 안타깝지만 그것은 복잡함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우리 주변의 제품명들을 살펴보면 오히려 복잡함이 이 특별한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친듯이 심플>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브랜딩 캠페인의 뒷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맥킨토시 컴퓨터를 '아이맥'이라고 부르지만, 그 당시에는 누구도 '맥캔토시'를 '맥'으로 줄여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전체 제품군을 아우르는 네이밍을 설정할 당시에, 잡스는 '아이맥'을 별로라 생각하고 '맥맨'이라는 이름에 꽂혀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아이맥'은 간결하고 기억하기 쉬운 데다 '아이'에 다른 의미를 잠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과도 당연히 연결되었지만 그 외에도 '개인 Individual'이나 '상상 imagination'을 상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두 번째 프레젠테이션에서 '아이맥' 네이밍을 다시 보여줬고, 잡스는 아이맥이라는 이름이 어떤지 보기 위해 직접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해 제품에 붙여 어떤 느낌인지 봤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아이맥'이라는 이름을 붙인 제품을 봤을 때 무척 마음에 들었고, 직원들도 이에 대해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작가는 잡스가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있고 그 만의 세계가 있지만, 때로는 뜨거운 열정과 진심을 담아 의견을 제시하면 결국은 마음을 돌릴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한다. 흔히 '폭군'으로 묘사되는 잡스지만, 여러 사람의 의견도 잘 수렴할 줄 알던 부분이 인간적인 면모로 다가왔다.


책은 이렇게 소소한 인간적인 측면부터 그가 어떻게 애플 마케팅을 주도해 오고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에피소드의 서술 방식으로 기대했던 마케팅 면에서 배울 수 있던 점은 생각보다 적었고, 만약 광고 회사가 어떻게 일하는지 잘 모른다면 저자의 서술 방식이 꽤나 복잡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책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서술되어 있다는 의견이 독서모임의 주가 되었다. 그리고 애플이어서 가능했던 에피소드가 많고 사후 해석으로 이루어진 부분도 적지 않기 때문에, 잘 가려서 읽으면 좋을 듯하다. 


잡스의 깨알 에피소드를 알고 싶다면 추천,

마케팅 전략이 궁금하다면 <컨테이져스> 재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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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심플> 평점 2.0 

"제목만큼 심플하진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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